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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끄는 시스템 사고의 효용성] ‘인과지도’로 복잡다기한 환경에 대응하라 

 

안드레아 바시 노우엣지에스알엘 창업자
문제의 상호관계 파악하는 개념화 작업에 도움… 개별 변수의 동태적 분석에 유용한 수단

▎사진:© gettyimagesbank
기업들의 생존 몸부림이 치열하다.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을 모색해야 한다. 성장이 정체되는 데다 사업 환경까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사업 환경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대응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변화를 통제하고 위험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효과적인 미래 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

기업들은 현재 물리적인 세상(physical)과 가상 세계(virtual world)가 산업 현장에서 하나로 수렴되는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 디지털 산업에서 기업은 제품 공급망을 모든 대륙에 걸쳐 확장해야 하는 기본적 과제를 수행해야 함과 동시에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개발도상국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디지털 산업에선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현재 모든 기업이 직면한 많은 위험은 과거 행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게 좋을까.

기존 선형적 접근법으로는 한계

불행히도 문제를 찾고 시스템을 바꾸고 전략을 짜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기존의 선형적 접근 방법으론 어렵다. 일련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를 모두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제 식별 단계에서 기업은 내부 데이터를 주요 수단으로 삼으면서도 데이터가 주는 해결책이 시스템 작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에 빠진다. 이는 다시 모든 문제는 하나의 원인이 직접적인 결과를 초래했으며, 하나의 솔루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후 기업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문제 인식과 문제 해결 솔루션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가정으로까지 나간다.

그러나 기업은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매우 복잡하고 급변하는 비선형적 환경에 직면해 있다. 비선형적 환경에서 선형적 전략을 짜고 있는 셈이다. 비선형적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도구는 ‘인과지도(CLD, Causal Loop Diagram)’다.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에서 유래한 인과지도는 비선형적 환경에서 문제의 상호관계를 파악하는 개념화 작업에 탁월한 수단으로 꼽힌다. 현상에 내재된 순환적 인과관계를 규명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립시키고, 이를 구현해 시간에 따른 변화 과정을 관찰할 경우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다.

특히 인과지도는 시스템 사고에서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 변수들의 동태적 분석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인과지도는 기업이 처한 상황을 분석할 때 현 상황을 이끈 요소를 찾기보다 각 요소와 요소 사이의 관계를 찾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돈을 많이 벌수록 기쁨이 증가한다면, 이는 선형적 인과관계다. 그러나 돈을 모을수록 돈을 모으는 기쁨은 서서히 감소한다. 돈이 주는 기쁨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선형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돈 이 외의 다른 것에서 얻는 기쁨이 더 큰 경우가 많은 비선형적 인과관계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변화가 선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만큼 비선형적 분석 틀은 필수다.

최근 기업은 연구개발(R&D), 생산, 물류, 영업 등 각 부서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던 시대를 벗어나 부서의 연계가 중요한 시대로 진입했다. R&D는 연구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기획부터 기술 및 R&D,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마케팅과 영업과 다른 부서와 협력해야 한다. 만약 독자적으로 R&D에 전력할 경우 애써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하거나, 기업 전체에 비용 부담만 안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모든 구성 요소가 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기업은 인과지도로 문제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문제의 발생 이유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진입점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매출, 이익, 신제품, R&D 투자, 고객만족, 경영 능력, 품질, 경쟁 업체 등 기업 활동과 관련한 모든 변수를 인과지도에서 도식화하고 이를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로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드백 루프는 ‘R&D 투자→매출(+)’과 같은 인과관계를 하나의 폐쇄된 원으로 형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때 피드백 루프는 각 요소가 각각 변화를 증폭하는 루프 강화 형태인지, 인과 요소가 균형을 찾는 루프 밸런싱 형태인지를 평가할 수 있게 돕는다. 모든 피드백 루프가 인과지도에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인과지도에서 스타트업과 같은 초기 기업들은 이른바 ‘성장의 한계’ 구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신제품을 출시해 매출을 늘리면 이익이 증가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그에 따라 다시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매출을 늘리는 피드백 루프를 가진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때 이들은 주로 매출 증가와 동시에 고객으로부터의 제품 불량이나 품질 사고 신고가 느는 피드백 루프를 갖는 경우가 다수다. 이때 기업은 두 개의 루프 중 좀 더 지배적인 루프의 영향을 고려해 시스템의 형태를 달리하는 게 좋다. ‘R&D→신제품→매출’이란 양의 피드백 루프가 ‘매출→품질 저하→고객 만족 저하’라는 음의 피드백 루프보다 지배적이라면 R&D를 꾸준히 투자하면서 고객 서비스를 위한 대응이 나을 것이다.

인과지도 도식화하고 피드백 루프 구성 필요

다만 피드백 루프는 사회적, 경제적 및 환경적 변수의 조합에 따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하나의 제약 요소를 제거하더라고 다른 제약 요소가 비선형적 관계에선 상존하기 때문이다. 인과지도를 형성해 문제를 찾는 과정에서 직접 작용을 했거나 간접적이었거나 혹은 짧았거나 길었거나 관계없이 다양한 경제적 요소로 작용한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경제 주체로서 가정과 국가를 포함해야 한다.

기업이 발전의 모든 차원의 전략과 잠재적 영향을 인과지도를 통해 고려하면 외부 요인을 궁극적으로 내재화해서 꾸준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인과지도를 사용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회를 실현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인과지도는 부서 및 이해관계자 간의 지식을 공유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성장 전략, 개발 위험을 식별하고 예측하는 데 쓰이고 있다. 시스템 사고에 기반을 둔 인과지도가 문제 해결 능력을 제고하고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을 제공하고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더 높은 투자 수익률로 돌아오고 있다.

※ 필자는 스위스에 있는 시스템 다이내믹 컨설팅업체 노우엣지에스알엘(KnowlEdge Srl)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다. 시스템 다이내믹스의 시스템 사고 전문가로 국내를 포함한 40개 이상 국가에서 시스템 다이내믹을 활용한 문제 해결 방안과 접근 전략을 자문·실행했다. 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 분야에 조예가 깊다.

1489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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