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의 재탄생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4차 산업혁명에서 기업은 분해되고 재융합되고 있다. 초연결의 인터넷 혁명은 거래비용의 극소화가 전체를 최적화한다는 코즈(1960년 노벨상 수상자)의 이론에 따라 기업을 최적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분야별로 핵심 역량만 남기고 비핵심 역량은 외부와 개방 협력하고 있다. 고객의 욕망을 파악해 개방·협력으로 최적화하는 기업이 생존 경쟁에서 승자가 되는 세상이 됐다.

경제가 복잡계적 환경으로 변화해 계획경제 시스템이 붕괴하고 시장경제 시스템이 진화한 것과 같은 국가 차원의 현상이 기업 차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제 복잡적응계(CAS; Complex Adaptive System)적인 부분이 전체를 반영하는 홀론(Holon)적 관점으로 기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홀론 구조의 생명조직 구현은 특히 클라우드와 스마트폰 에지로 대표되는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이 바로 전체와 부분을 반영하는 기술로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홀론화된 디지털 트윈 조직이 애자일(Agile,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 조직을 넘어 생명기업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분해·융합을 거친 자기조직화 현상은 애자일 조직을 비롯한 모든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세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융합하는 온·오프라인 연계(O2O)의 디지털 트윈화가 되고 있다. 사업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양대 축이 PSS(Product Service System)로 융합해 소비자의 가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은 생산과 소비를 융합하는 프로슈머(Prosumer)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사회는 개인과 집단이 융합하는 집단지능으로 발전된다.

개인은 의미와 재미가 융합되는 워라밸의 삶으로 이전되고 있다. 진정한 워라밸은 일과 놀이가 분리된 것이 아닌 일이 놀이이자 놀이가 일이 되는 융합 구조가 되는 것이다. 독일의 노동4.0은 신성한 노동을 축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산업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융합되는 개방 생태계로 조직화되면서 반복되는 효율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새로운 혁신은 벤처기업이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제조업의 융합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제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은 전통적으로 협력사의 부품과 원재료를 공급망(supply chain)을 통해 획득해 최적화된 생산 공정을 만든다. 제품은 마케팅과 세일즈 과정을 거친다. 기업의 복잡한 가치사슬 구조였다. 이런 전통적인 제조업의 가치사슬에서 제조 과정은 스마트 팩토리로 융합된다. 융합의 매개체는 데이터이며, 융합의 핵심 매개는 인공지능이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를 보자. 과거 신발 산업은 매우 복잡한 가치사슬로 구성돼 있었다. 원재료 발주 18개월 이전 단계에 여러 차례의 디자인 회의를 통해 내년에 유행할 패션디자인을 선정하고, 해당 디자인에 입각해 다양한 사이즈와 색깔에 따른 원재료를 대량 발주한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거대한 공장에서 효율적인 공장 생산관리 시스템으로 신발을 생산해, 다시 컨테이너에 실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물류 창고에 입고한다. 그리고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 후, 재고는 세일로 처리하는 구조였다. 각 단계별로 정교한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전체를 통제하기 위한 경영관리 시스템이 필요했다. 대규모 창고와 공장, 그리고 거대한 물류 관리 시스템이 요구됐다. 스피드 팩토리는 완전히 다르다. 스마트폰에서 아라미스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의 모션캡쳐 기술로 개인에 최적화된 신발 패턴으로 디자인을 주문하면, 스피드 팩토리에서 카본의 3D프린터와 쿠카의 로봇 봉제 시스템으로 5시간 만에 생산을 완료한다. 이후 개별 배송시스템으로 24시간 내에 배송을 끝낸다. 재고는 없다. 과거 경영관리 시스템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경영학이 새롭게 탄생해야 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제 기업의 재탄생을 살펴보자. 기업의 활동은 가치(value)·가격(price)·비용(cost)의 순환과정이라고 피터 드러커는 선언했다.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 고객과 최적의 순환 가능한 가격을 통해 가치를 분배하는 것이 기업 활동의 본질이다. Value-Cost란 가치창출 과정과 V-P-C라는 가치 분배 과정이 기업의 순환과정이다. 이런 기업의 활동에서 과거에는 비용 최적화가 승부처였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혁신이 기업의 핵심 역량이었다. 1, 2차 산업혁명까지 기술기업이 좋은 기업이었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우위가 개인화된 욕망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에서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개인화된 욕망을 파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문제를 푸는 기술보다 문제를 찾는 욕망의 포착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더 나아가 오픈소스화가 진행되면서 95%의 기술은 외부에서 획득할 수 있는 개방생태계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욕망을 포착해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이 기술개발 과정보다 혁신의 중점으로 부상했다. 이런 형태의 혁신이 ‘소셜 이노베이션(social innovation)’으로 등장하고 있다. 개방 혁신이 기술 중심의 혁신이라면, 소셜 이노베이션은 욕망 중심의 혁신이다. 욕망 중심의 소셜 이노베이션은 1차원적인 선형 혁신 과정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고객에게 욕망 테스트를 해서 불일치점을 보완하고 다시 테스트하는 순환 학습 과정을 반복해야 다양한 인간의 다층적 욕망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애자일 프로세스라는 소셜 이노베이션의 프로세스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스타트업들을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 부르고 있다. 이제 제품과 서비스가 개방생태계의 프로세스와 시장의 소셜 이노베이션과 상호작용하면서 기업은 사회와 공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의미는 뭘까. 기업의 이익은 기업의 최종 목표가 아닌 선순환의 과정이다.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사회와 선순환될 수 있는 가격으로 분배하면 기업도 크고, 사회도 큰다. 실제로 반복되는 투명한 시스템에서는 고객 가치와 임직원의 가치와 기업의 이익은 정(+)의 비례관계를 갖는 것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라젠드라 시소디어는 [행복한 기업]에서 장기적인 기업의 성과는 사회적 가치와 순환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불투명한 일회성 거래에서는 배신하는 기업이 이익을 얻지만, 반복되는 투명한 거래에서는 호혜적 이기심을 보이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 이는 소프트웨어 게임에서도 입증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최종적 결론이다.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반복성과 투명성은 증대된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승자는 이기심의 추락자가 아닌 이기심의 승화자라고 예측할 수 있다. 시장경제의 양대 걸림돌이었던 정보의 비대칭과 협상력의 불균형이 평판의 누적과 집단지능으로 해소되는 것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은 호혜적 이기심을 가진 자를 승자로 만드는 반복되는 투명성에 바탕을 둔다. 시대적 패러다임에 최적화된 기업이 성공하는 미래 기업이 될 것이다. 고객 만족과 임직원의 만족은 기업의 성과와 투명하고 반복되는 기업 환경에서 비례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기업은 재탄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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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0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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