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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도 SUV가 대세?]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차까지 접수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기아차 니로, 현대차 아이오닉 압도… 벤츠·GM·포드 등도 친환경 SUV 라인업 강화

▎기아자동차 니로 / 사진:기아자동차
지금까지 친환경차의 대중화를 이끈 모델은 세단이나 해치백 형태가 주류였다. 하이브리드차(HEV)의 대중화를 이끈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지평을 연 쉐보레 볼트(volt) 등이 그랬다. 순수 전기차(EV)의 대표주자인 볼트 EV(bolt EV)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동력원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게와 공기저항을 줄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요즘은 다르다. 친환경차도 자동차 업계의 대세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렌드를 따르기 시작했다. SUV 기반의 친환경 모델이 시장에서 성공을 이끌고 있으며, 완성차 업체들은 친환경 모델 개발의 초점을 SUV로 맞추고 있다.

세단·해치백 중심에서 SUV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주목할만한 수치가 있다. 현대·기아차의 대표 친환경차 모델인 아이오닉과 니로의 엇갈린 성적표다. 아이오닉은 올해 상반기 동안 EV와 HEV 모델을 합쳐 2676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아이오닉 HEV 판매량(1793대)은 그랜저 HEV 판매량(1만6008대)의 9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아이오닉 EV 판매량은 883대로 7697대가 팔린 코나EV의 9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의 전동화 전용 모델로 개발된 차라는 명성이 무색한 수치다.

이와 달리 비슷한 시기 출시된 기아차의 친환경차 전용 모델 니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니로는 올해 상반기 HEV와 EV를 합쳐 1만4917대가 팔렸다. 기아차의 HEV와 EV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아이오닉과 니로의 가장 큰 차이는 형태다. 아이오닉이 준중형 세단의 형태인 것과 달리 니로는 SUV 형태로 개발됐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별화 전략이었던 셈인데 이게 두 모델의 성패를 갈랐다. HEV 모델의 연비와 EV 모델의 전비 모두 아이오닉이 더 뛰어나지만, 시장은 SUV인 니로를 선택했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명 NE’가 준중형 SUV 형태라는 점은 아이오닉의 실패를 참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HEV 부문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는 렉서스와 도요타가 친환경 SUV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렉서스의 HEV SUV NX300h는 올해 1~5월 전년 동기 대비 71.6% 늘어난 1107대 판매됐다. RX350h의 판매는 46.2% 늘어났고 올해 출시된 UX250h는 석 달 만에 673대 팔렸다. 도요타의 라브4 HEV는 같은 기간 25.9% 늘어난 477대 판매됐다.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이 SUV를 선호한다는 것이 확인되며 완성차 업체들은 부랴부랴 친환경 SUV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 HEV를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또 싼타페 HEV와 PHEV 두 개 모델을 내년 상반기에 국내 출시하고 투싼 PHEV와 HEV도 내년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싼타페·투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기아차의 쏘렌토와 스포티지도 HEV와 PHEV 모델이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인 GV80의 라인업에 HEV가 포함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아직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쌍용차도 올해 2월 출시한 준중형 SUV 코란도에 EV와 HEV 라인업을 더하려고 준비 중이다.

친환경차 분야에서 SUV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만의 일은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친환경차의 개발은 SUV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 볼트 EV를 기반으로 한 신형 SUV를 출시할 예정이다.

포드는 SUV 신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대거 포함했다. 6세대 신형 익스플로러는 하이브리드를 추가해 높은 연비와 성능은 물론 친환경성까지 두루 갖춰 다시 한번 판매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준중형 SUV 이스케이프 역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라인업에 포함된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전기차 개발에 SUV를 앞세운다. EQ 브랜드로 전기차를 내놓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첫 모델로 SUV인 EQC를 앞세웠다. BMW는 순수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SUV에 iX 시리즈라는 별도 모델명을 사용한다. 내년 iX3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우디도 브랜드 첫 EV로 SUV인 e-트론을 선택하고 지난해 출시했다.

친환경차 시장에서 SUV가 주목받는 것은 수소연료전지차(FCEV) 부문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FCEV 파워트레인을 담아낼 그릇으로 SUV를 선택했다. 현대차의 첫 양산 수소차는 투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이후 2018년 등장한 넥쏘도 비슷한 크기의 SUV다. 이와 달리 도요타는 FCEV 양산모델 미라이를 세단으로 만들었다. HEV의 대중화를 이끈 ‘프리우스’의 성공 방정식을 FCEV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FCEV의 판매량은 아직 많지 않은 데다 두 차량이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모델이 성공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부는 SUV 트렌드가 넥쏘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 전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세훈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은 “FCEV를 처음 만들 때는 내연기관차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기 위해 차체가 큰 싼타페에 개발했고 양산모델을 만드는 시점에는 SUV 트렌드가 본격화해 당시 가장 인기가 있던 투싼을 기반으로 개발하게 됐다”며 “SUV는 세단보다 공간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데다 고객들의 선호도도 높아 대중화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에 LPG SUV도 주목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LPG차 규제 완화에 힘입어 LPG를 이용한 SUV가 성공할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는 올해 3월 26일부터 LPG 차량 규제를 완화해 LPG차를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LPG 규제 완화 이후 가장 주목받은 차 역시 SUV다. 르노삼성차는 규제 완화 이후 주력 모델인 QM6에 LPG 엔진을 탑재한 모델 더 뉴 QM6 LPe를 개발해 6월 18일 출시했다. 국내에서 SUV가 LPG 엔진을 탑재하는 것은 2011년 싼타페와 쏘렌토에서 LPG 라인업이 사라진 뒤 처음이다. QM6 LPe에는 르노삼성이 개발한 도넛 탱크(DONUT TANK) 특허 기술이 도입돼 기존 가솔린 모델에 버금가는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초기 시장 반응은 성공적이다. 출시 후 12일 만에 1408대가 판매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선 무거운 SUV에는 토크가 좋은 디젤엔진이 알맞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디젤 게이트 이후 일부 브랜드를 중심으로 뛰어난 성능의 가솔린 SUV와 HEV SUV 등을 내놓으며 이런 인식을 뒤집었다”고 설명했다.

1492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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