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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노후의 보루 연금] 정부 방관-개인 무관심에 ‘쥐꼬리 수익률’ 

 

수익률 높일 디폴트 옵션 도입, 야당 반대로 공전… 자영업자는 연금펀드·연금보험 비중 늘릴 만

직장인 노후의 보루인 ‘연금’이 위태롭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앞으로 2057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1%대에 그치고 있다. 1년 평균 예금금리(1.97%)보다 낮다. 원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큰 데다 정부의 방관과 가입자의 무관심 속에 ‘쥐꼬리 수익률’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 데도 수수료는 떼가니 손에 쥐는 돈이 적을 수밖에 없다.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제’ ‘디폴트 옵션’ 등의 대안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금융사들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수수료 인하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올해 7월 들어 국민연금 적립금이 700조원을 넘어섰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한 지 31년 만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국내총생산(GDP)의 37%에 이른다. 기금 설치 이후 올 4월까지 30년간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40%, 누적 운용수익금은 337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문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1년 1778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57년 완전 고갈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우려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으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적립금은 늘었지만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1.01%에 그쳤다. 5월 기준 1년 평균 예금금리(1.97%)에도 못 미쳤다.

연금저축 상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1년 판매를 시작한 54개 연금상품의 지난 17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9~6.3%였다. 연금저축의 계약당 연금 수령액도 월평균 26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민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은 39만8049원이었다. 평균적인 경우라면 국민연금과 연금저축을 합쳐도 국민연금연구원이 산출한 1인 가구의 최소 노후생활비(2017년 기준 104만원)의 63%에 불과했다. 가입자들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연금저축 적립금 증가율은 2016년 9.0%, 2017년 8.8%, 2018년 4.9%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금저축 해지 건수(31만2008건)가 신규 건수(30만6733건)를 넘어섰다.

저조한 수익률, 왜?: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이 190조원으로 불어난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2년까지 4~5%대를 유지하다 2013년 이후 2%대를 떨어진 후 2017년(1.88%)부터는 1%대를 기록하고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정부의 방관과 가입자의 무관심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퇴직연금 재원을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을 지시하는 확정급여형(DB)형,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하는 확정기여형(DC형), 개인이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세 종류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장의 63.8%가 DB형으로 운용하고 있다. DB형은 퇴직금 운용으로 손실이 나도 기업이 책임지고 약속한 퇴직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근로자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 DC형 선택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DB형이 주류를 이룬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호하는 것도 수익률 저하의 요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의 87%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돼 있다. 주식 등 실적배당형 상품은 9.7%에 그친다. 원리금 보장형은 보통 만기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운용된다. 10년 이상 장기로 굴려야 할 퇴직연금을 금리가 낮은 1년짜리 정기예금에 쌓아두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 IRP형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DC형 78.6%, IRP형 66.3%도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다. 연금저축 상황도 비슷하다. 연금저축 가입자의 87%는 원금이 보장되는 보험과 은행 신탁에 노후자금을 맡기고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도 보수적으로 자금을 굴리다 보니 수익률이 하향 평준화됐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수익률이 낮은데 꼬박꼬박 수수료를 떼가니 가입자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수익률과 상관없이 금융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의 0.47%(2018년 기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나 다름없다. 이와 달리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퇴직연금만큼 안정적인 장사도 없다. 일단 어떤 기업의 퇴직연금 사업자로 지정되면 그 회사 직원 연봉의 12분의 1이 해마다 적립금으로 쌓인다. 제도적으로 기업이 퇴직연금 운용사업자를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보니 쉽게 바꾸지 못한다. ‘잡아 놓은 물고기’나 마찬가지다.

수익률 올릴 대책은: 정부는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 옵션(자동 투자제도)’과 ‘기금형 퇴직연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디폴트 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운용 회사가 알아서 가입자의 성향에 맞게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위원장 최운열 의원)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로 7월 중 디폴트 옵션 등을 담은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던 계획은 보류됐다.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면 위험성이 커질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당은 여전히 디폴트 옵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입자가 전문성과 시간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당에서 개정안을 언제 발의할지는 미지수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는 기업의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퇴직연금을 외부 전문 기관에 맡기는 제도다. 해마다 성과를 평가해 위탁운용사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기금형 퇴직 연금 도입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활성화해 실적배당 상품 비중을 일정 부분 확대하고 분산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퇴직연금 운용사를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수익률을 높일 방법 중 하나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투자원칙보고서(IPS)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IPS는 퇴직연금의 운용 원칙과 기준을 담은 보고서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퇴직연금 관련 심의기관인 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적립금 운용의 목적과 방법, 목표 수익률, 성과에 대한 평가 등을 담은 계획서를 퇴직연금을 맡긴 기업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신규 가입이 해마다 줄고 있는 연금저축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연금저축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은 각 금융협회 홈페이지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연금저축 실제 수익률과 수수료율 산출기준을 새로 개발하고, 비교공시 항목도 표준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연금저축 상품의 개별 수익률만 나열돼 있어 어떤 금융사의 평균 수익률이 좋은지 소비자가 쉽게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개인연금 투자·관리법은: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근로자의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수익률을 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재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운용 종목이나 수익률조차 모른 채 매달 일정한 금액을 꼬박꼬박 적립하는 것은 ‘묻지마 투자’나 다름없어서다.


우선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가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DB형과 DC형 중 어떤 것이 유리할지 따져봐야 한다. DB형은 임금상승률이 높은 저연차 근로자가, DC형은 임금상승률이 낮거나 기본금이 적고 성과급이 많은 직종이 유리하다. DC형은 근로자 스스로 자금의 관리와 운용 책임을 져야 한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대내외 악재로 지지부진할 때에는 DB형이 수익률을 방어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저연차 근로자라면 글로벌 주식, 부동산, 절대수익형 펀드 등 글로벌 자산 배분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형 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국내 중·대형주와 선진국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고 신흥국 비중을 줄여 변동성을 낮추면 된다. 나이가 어릴수록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대체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국민연금부터 가입하고 개인연금을 챙겨야 한다. 자영업자는 소득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노후에 다달이 생활비가 나올 수 있도록 연금펀드나 연금보험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퇴직연금 수령, 연금이냐 일시금이냐: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 내야 한다. DB·DC형에 가입한 퇴직자가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6.6~46.2%(지방소득세 10% 포함)의 퇴직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퇴직금은 노후자금인 점을 감안해 일단 일률적으로 40%를 정률 공제해준다.

연금으로 받을 경우에는 퇴직소득세의 70%를 소득세로 내야 한다. 예컨대 A은퇴자가 일시납으로 받고 1억원을 퇴직소득세로 냈다면, 연금으로 받는 B은퇴자는 7000만원만 내면 된다. 다만 7000만원도 연금 수령 기간 동안 소득세로 나눠 낸다. 단순히 세금만 본다면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IPR 가입자는 DB·DC형 가입자와 세율이 다르다. IRP에 적립된 퇴직급여를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일시납으로 받거나, 중도해지할 경우에는 세제혜택을 받은 납입금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금액에 대해 16.5%의 세율을 적용한 기타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연간 연금 수령 한도인 1200만원을 초과하면 연금수령액 전체에 대해 종합소득세(6.6~46.2%)가 부과된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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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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