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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넒어지는 배송전쟁] “아니, 이런 것도 배달해주나요?” 

 

신선 육류·어류 새벽배송에 ‘취미’도 배달… 새벽배송은 신세계·롯데도 가세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
배송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배송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새벽배송으로 대표되는 신선식품 배송은 물론,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품목의 배송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마켓컬리가 불을 붙인 새벽배송은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 업체의 가세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을 시작했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전날 밤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직접 마트나 시장에 가서 장을 볼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과 직장인들이 공략 대상이다.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배송이 완료되는 시스템은 신선식품 품질에 민감한 소비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켓컬리의 회원 수는 1분기 말 기준 2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571억으로 서비스 초창기인 2015년(29억원) 대비 50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유통 공룡 가세로 판 커지는 새벽배송


유통 업계에서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벽배송 출사표를 내고 있다. 4조원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e커머스 업계 공룡 쿠팡은 지난해 10월 프리미엄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 와우클럽을 내놓고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했다. 월 2900원을 내고 로켓와우클럽에 가입하면 일반 로켓배송 상품은 물론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이용할 수 있다. 로켓프레시는 자정 전까지 주문하면 해당 상품을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준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새벽배송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그룹 통합 e커머스 쓱닷컴을 통해 6월 27일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서울 지역 13개구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온라인전용 물류센터를 계속 늘려 적용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에서는 계열사 별로 새벽배송을 진행 중이다. 롯데슈퍼가 지난해 2월 롯데프레시를 통해 신선식품 중심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홈쇼핑은 7월 22일 홈쇼핑 업계 최초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신세계그룹과 달리 아직 그룹 차원에서 e커머스 통합 전이기 때문에 개별 업체 차원에서 새벽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대형 유통 업체들은 단순히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의 매출액 성장만큼 수익성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336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6배가량으로 늘었다.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손실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새벽배송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품목이 신선식품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새벽배송 품목을 늘리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동규 롯데홈쇼핑 홍보팀장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도 빠르게 받아보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는 새벽배송뿐만 아니라 선택 시간에 배송한다는 식으로 서비스가 더욱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눈높이에 맞추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국내 대형 유통 업체들과 달리 중소 업체가 새벽배송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중소 업체들은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온라인 신선 육류 유통 업체 ‘정육각’은 육류의 신선도에 주목한 곳이다. 1~4일 이내에 도축한 돼지고기나 오늘 잡은 닭고기, 오늘 낳은 달걀 등을 당일 배송한다. 다만 일정 금액 이상 구매 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주문 갯수에 따라 배송비를 할인해 준다. 배송료가 부담될 수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는 월 3500원에 4회 무료 배송을 적용하는 ‘신선플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선도가 생명인 수산물을 당일 배송하는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오늘회’는 제주·포항·통영 등 10개 지역의 신선한 수산물을 배송 당일에 손질한 뒤 8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연산 광어회는 물론 제주도에서 잡은 딱새우회, 흑산도의 붕장어회, 거제도 보리숭어회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품목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손질이 필요한 수산물의 특성상 저녁 6시까지 주문해야 다음날 새벽까지 받아볼 수 있다.

상품이 아니라 경험을 배달하는 서비스도 늘고 있다. 심플리쿡은 ‘준비는 저희가 할테니 당신은 셰프가 되세요’라는 슬로건처럼 요리 경험을 배달한다. 온라인에서 요리를 선택하면 필요한 재료와 레시피를 배송해준다. 하비인더박스는 다양하고 새로운 취미를 집으로 배달해준다는 콘셉트를 잡았다. 비누 만들기나 캔들 만들기, 켈리그라피 등 다양한 취미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르면 필요한 재료와 도구, 설명서 등을 보내준다.

정기 배송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품은 정기 배송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는 양말 정기 배송 업체 미하이삭스, 맥주 및 안주 정기 배송업체인 벨루가브루어리 등이 주목받고 있다. 미하이삭스는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양말을 정기적으로 배송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6900원을 내면 남성용 양말 3켤레를 배송하는 식이다. 벨루가브루어리는 매월 둘째, 넷째 주 목요일에 비어마스터가 선정하는 야식과 맥주를 배송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는 구독경제에 방점이 찍힌다. 일반 유통 구조에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품목이라도 정기 배송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정기 배송 구독자가 확보되면 재고와 배송 관리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배송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라며 “특정 분야에 집중한 서비스 성공사례가 많이 나올수록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494호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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