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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우는 주유소 자영업자] ‘억대’ 폐업비용 부담에 문 닫기도 어려워 

 

수익성 악화로 폐업하는 주유소 늘어… 휴업 신고한 사업자도 급증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지역 도로변에 수년 전 폐쇄된 주유소가 방치돼 있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약 7년간 주유소를 운영해온 A씨는 최근 주유소 영업을 중단하려고 한다. 보유하고 있던 주유기와 탱크로리 등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팔고 있다. 다만 당분간 폐업 신고는 하지 않고 휴업 상태로 둘 계획이다. 폐업을 하려면 환경정화비용 등 각종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A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이 자리에서 다른 영업을 할 수도 없다”며 “당분간은 휴업 상태로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3대가 먹고 산다’던 주유소가 자영업자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과당 경쟁에 밀려 영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것.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2018년 폐업 등록한 주유소는 1079개다. 2015년 327개로 최대치에 달했던 폐업 주유소 수는 2016년 241개, 2017년에는 229개로 줄었지만 2018년 273개로 다시 늘었다.

과당 경쟁에 폐업 주유소 속출


주유소 업계에서 체감하는 최근 경기는 최악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1만1000개가 넘는 전국 주유소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절반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11년 알뜰 주유소가 도입된 후 주유소 간 치킨게임이 과열됐다”며 “정유사에서는 오히려 기름값을 올리라고 독려하는 데도 주유소들이 서로 ‘최저가’를 내걸고 노마진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간 경쟁은 1991년 거리제한이 철폐되면서 심화되기 시작했다. 주유소 숫자는 2010년 1만3000곳을 넘어서며 정점에 이르렀다. 2011년 도입된 알뜰주유소도 치킨게임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주유소 업계에선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적정 주유소 숫자가 8000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유소들은 조금이라도 싼 값에 기름을 팔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셀프주유소로의 전환이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고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집계에 따르면 전체 주유소 숫자는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셀프 주유소 개수는 2009년 7월 1700개에서 올해 7월 3641개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주유소 중 셀프주유소 비율은 31.6%에 이른다. 2016년 셀프주유소로 전환한 서울 금천구의 주유소 사장인 B씨는 “인건비가 오르고 손님은 줄다 보니 결국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대로변에서 일반 주유를 고수하고 있는 C씨는 “인건비를 감안하면 기름 값을 셀프 주유소보다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어 손님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카드결제 비중 증가도 주유소 운영을 팍팍하게 만든다. C씨는 “휘발유를 팔아 리터당 50~60원 정도 남는데, 카드 수수료로 20원 정도가 나간다”며 “사실상 마진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주유소의 치킨게임이 이어지면서 결국 규모의 경제를 이룬 주유소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유사가 공급하는 기름 가격(사입가)도 주유소의 규모나 실적 등에 따라 다르게 책정한다. 대형 주유소에 주는 기름 값이 훨씬 싸다 보니 많은 소규모 주유소는 정유사나 대리점이 아니라 대형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다가 판매하기도 한다.

규모가 크거나 업력이 긴 사업자들은 사업다각화로 살 길을 마련하고 있지만 영세 주유소들은 그렇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23년째 주유소를 운영 중인 D씨의 주유소는 현재 기름을 팔아 남는 마진이 없다시피 하지만 최근 도입한 세차기계에서 수익을 조금씩이나마 남기고 있다. 수억원대의 세차장비는 정유사로부터 지원받았다. 기름 공급 계약을 유지하는 대가인 셈이다.

이는 규모가 큰 주유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규모가 작은 주유소에는 정유사들이 이 같은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신규 주유소들이 자기 부담으로 이 정도 세차기를 들여놓으려면 빚을 져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리스크가 너무 크다.

최근 많은 주유소가 도입하는 주유소 내 편의점이나 카페 등도 자영업자에겐 모험일 수밖에 없다. 주유소 내 편의점을 운영하는 E주유소 관계자는 “사실 편의점 매출 대부분이 담배에서 나오는데, 법인카드 처리를 위해 기름값 영수증으로 처리해달라는 경우가 많다”며 “돈도 별로 되지 않는데 괜히 불법을 저지르는 것 같아 꺼림칙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영세 주유소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가 오는 8월 말 끝나기 때문이다. D씨는 “현 상황에서 만약 유가까지 오른다면 영세 주유소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현재와 같은 저유가 상황에서는 약간의 적자가 나더라도 기름 탱크를 채우는 총 비용이 낮아 버틸 수 있지만 유가가 다시 오르면 영세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주유소 업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정말 무서운 것은 유가가 오를 때다. 현재 치킨게임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유가가 낮기 때문이다. 주유소 탱크를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적자경영을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기름 값이 오른다면 운영비용이 급증해 버티기 어렵다. C씨는 “만약 유가가 5년 전 수준으로 오른다면 기름 탱크를 채우기 위해 빚을 져야 할 것”이라며 “차라리 폐업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도한 폐업비용에 폐업도 못하고 방치

주유소의 과잉 공급이 근본 문제이기 때문에 일부 주유소가 폐업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폐업에 드는 비용이 커 영세 자영 주유소 업자들이 두 번 눈물을 흘린다는 점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1000㎡(300평) 규모의 주유소가 폐업할 때 저장탱크 등 위험물 시설 철거비용이 7000만원, 토양정화비용이 7000만원 정도 든다. 영업난으로 폐업을 하는 사업자로서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폐업 비용 때문에 많은 주유소가 A씨처럼 폐업보다는 장기 휴업을 선택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5~2018년 휴업신고한 주유소는 1989개에 달한다. 휴업신고를 한 주유소는 2015년 524개에서 2016년에는 349곳, 2017년에는 333곳으로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613개의 주유소가 휴업을 신고했다. 휴업을 신고한 모든 주유소가 방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휴업신고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업비용을 지원할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주유소끼리 공제조합을 조성해 상호지원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주유소 업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주유소의 폐업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위에 계류 중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폐업에 드는 과도한 비용은 경영난을 겪는 주유소 사업자들에게 폐업마저 어렵게 만든다”며 “공제조합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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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5호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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