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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딜레마] ‘분양가·공급’ 두 토끼 모두 잡고 싶은데… 

 

서울의 주택 공급원인 재건축·재개발 차질 우려… 6월 말 기준 관리처분 단계 사업장 9만8000가구

▎지난 7월 19일 후분양을 확정한 ‘과천푸르지오써밋’(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의 분양가격은 3.3㎡당 3998만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규제를 강화한 이후 1호 후분양 단지다.
경기도 과천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관리를 벗어나 상한선보다 20% 비싼 아파트가 분양한다. 과천주공1단지가 HUG 규제를 받지 않는 후분양 방식으로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자치단체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았다. 이 단지는 당초 11월께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분양승인을 신청했다. 분양가 억제에 주력해온 정부로선 HUG를 통한 간접 통제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6월 말부터 거듭 밝혀온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을 둘러싸고 가장 뜨거운 쟁점이 주택 공급 감소 우려다. 가격 규제를 받으면 사업자는 이윤이 줄어들어 공급량을 줄이게 마련이다. 이후에는 가격 규제 기대와 반대로 수요 대비 공급 감소에 따라 가격이 더 뛴다는 주장이 많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2007년 3월 공공택지에 이어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가격 통제의 공급 불안 부작용을 우려했다. “주택 공급에 민간의 손을 빌려야 하는 구조적 상황 속에서 정부는 ‘값싼 주택 공급 촉진’이라는 난제에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상한제 이후 재건축 공급 70% 급감

가격 통제의 명확한 공급 감소 효과는 1980년대다. 1977년부터 89년까지 공공주택은 물론, 민간 아파트까지 분양가가 규제됐다. 노무현 정부 자료에 따르면 80년대 필요한 주택이 연간 최소 35만 가구였는데 84~87년 연간 건설량이 22만 가구에 그쳤다. 88년 5월 이후 7개월이 넘도록 서울에 민간 아파트 분양이 없었다. 80년대 집값 급등과 1990년대 초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의 배경이었다. 80년대 공급 급감은 가격 통제 자체보다 통제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정부는 인식했다. 원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인 상한 가격 제한(3.3㎡당 134만원)으로 주택 공급이 숨 쉴 틈이 없다고 봤다. 정부는 1989년 11월 땅값에 표준건축비를 합친 원가연동제로 분양가 규제를 개선했다. 분양가 자율화를 원하는 업계 요구를 일부 반영하면서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것이었다. 원가연동제 아래서 수도권 1기 신도시 공급이 이뤄졌고 외환위기 그림자가 90년대 중반 드리우기 시작하며 이후 분양가는 자율화 과정을 밟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원가연동제가 사실상 같은 분양가 상한제로 부활했다.

공공택지에서 상한제의 공급 효과를 검증하기가 어렵다. 택지지구·신도시를 조성해 공공택지를 많이 만들면 가격 통제와 거의 상관 없이 자연히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 문제는 공공택지 이외의 땅에서 이뤄지는 민간택지 공급이다. 대표적으로 공공택지 개발이 거의 없고 민간 의존도가 높은 서울이다. 서울 주택 공급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 서울에서 민간택지 상한제가 시행된 2007년 이후를 보면 주택 준공물량에서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상한제 시행 전 연간 5만~6만가구에서 2009~2010년 3만~4만가구로 줄었다가 2011년부터 6만 가구 이상으로 늘었다. 상한제에 따른 주택 공급 감소가 2009~2010년 2년 정도에 그친 셈이다. 이때는 2008년 터진 금융위기 직후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 착시가 있다. 상한제는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분양물량이 20가구(2014년 이후 30가구) 이상인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간단하게 분양 아파트가 대상이다. 서울에서 임대를 제외한 분양 아파트 연간 준공 물량이 2007년 5만가구 정도였다가 2009년부터 2만~3만 가구로 줄었다. 특히 가격 규제에 민감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공급량이 급감했다. 2006년부터 막바지에 상한제를 피한 단지들이 입주한 2010년까지 재건축 아파트가 연평균 1만여 가구 들어섰다. 대부분 상한제 적용을 받은 단지가 들어선 2011~2015년 5년간은 연평균 2900여 가구로 70%가량 줄었다. 여기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영향도 있다. 민간택지 상한제로 서울에 줄어든 아파트 공급량을 단독주택·다세대주택 등이 메꾸며 전체적으로 비슷한 주택 공급량이 유지된 셈이다.

2010년대 초반 아파트 공급 감소는 2015년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를 아파트가 주도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2015~2018년 4년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24.6%로 전체 평균(17.65)의 1.4배였다. 2000년대 초반인 2004~2007년엔 아파트(42.0%)가 전체 평균(35.45)의 1.2배였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된 2015년 4월 이후 4년여 만에 다시 시행된다면 2016년 이후 늘어났던 서울 아파트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 중장기적 공급 감소 우려에 앞서 당장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정부가 2022년까지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믿는 재건축·재개발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량의 90%가량이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나온다.

적용 대상에 경과 규정 필요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분양가 등 일반분양계획까지 확정해 조만간 공급으로 이어질 사업장이 비상이다. 정부가 후분양을 통해 HUG 규제를 빠져나가려는 단지를 잡기 위해 적용 대상을 입주자모집 공고 전 단지로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어서다. 현재 기준은 앞으로 관리처분 계획을 신청하는 단지다. 상한제 적용으로 관리처분을 한 단지의 일반분양가가 관리처분 계획과 달라지면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사업계획 변경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추가분담금 증가에 사업을 반대하는 조합원이 늘면서 내홍에 빠질 수 있다. 6월 말 기준 관리처분 단계 사업장이 69곳, 9만8000가구(건립 가구)다. 재건축이 39곳, 6만2000여가구이고, 강남권 재건축이 22곳, 4만여 가구다.

분양가를 억제하면서 관리처분 받은 단지의 공급을 촉진하는 묘안으로 노무현 정부가 쓴 방법이 눈길을 끈다. 노무현 정부는 민간택지에서 2007년 9월 이후 사업계획을 신청하는 단지에 상한제를 적용했다. 그러면서 9월 이전 신청했다고 모두 봐주지 않았다. 그해 11월까지 3개월 이내에 입주자모집 공고를 신청하도록 했다. 재건축·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야 했다. 분양을 재촉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현행 기준대로 시행 이후 관리처분계획 신청 단지부터 적용하되 이미 신청한 단지에 입주자모집 공고까지 일정한 기한을 두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단지가 HUG 규제를 받게 하면 분양가 급등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분양가와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검토하고 있는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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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5호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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