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한국에서도 인덱스 펀드가 유효할까? 

 

기업의 글로벌화 수준, 시장 변동성 등 고려하면 무리… 해외 자산 배분으로 투자 한계 보완

▎사진:© gettyimagesbank
2008년 워런 버핏과 헤지펀드 프로테제는 인덱스 펀드를 두고 수익률 대결을 펼쳤다. 버핏은 인덱스 펀드에, 프로테제는 자체적으로 선정한 5개의 헤지펀드에 투자했다. 10년 후 승자는 누구였을까. 10년 동안 인덱스 펀드와 헤지펀드는 각각 연평균 7.1%와 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덱스 펀드의 완벽한 승리였다. 버핏은 또한 자신이 먼저 죽으면 아내에게 자산의 90%를 S&P 500에 투자하는 인덱스에, 나머지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는 생전 유언을 하기도 했다.

“인덱스 펀드에 묻어두고 일터로 돌아가라”


더 나아가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인덱스 펀드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 대안이라고 조언한다. 2008년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30세인 전업투자자가 18개월분 생활비를 확보한 상태에서 100만 달러를 투자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두 저비용 인덱스 펀드에 넣으세요…(중략)…당신이 투자전문가가 아니라면 스스로 아마추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대형 강세장에 매수하지만 않으면 장기적으로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이 채권 수익률보다 높을 것입니다. 나라면 인덱스 펀드에 묻어두고 일터로 돌아가겠습니다.”

실제 S&P 500 지수는 2000년대만 보더라도 3배 이상 상승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수에 돈을 맡겨 놓은 결과가 이렇다는 얘기다. 게다가 수수료도 저렴하다. 수동적 투자이다 보니 전문가가 운용하는 적극적 투자 상품에 비해 비용이 싸다. 수익률도 좋고 비용도 저렴하니 개인투자자들, 특히 투자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아마추어 투자자들에겐 이보다 좋은 투자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미국의 현실은 그렇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인덱스 펀드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최적의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의 S&P 500에 견줄 수 있는 국내 지수로는 KOSPI 200이 있다. 먼저 S&P 500과 KOSPI 200의 구성 종목을 살펴보자. S&P 500의 상위 10개 종목에는 다음과 같은 기업이 포진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버크셔헤서웨이B, 존슨앤존슨, JP모건체이스, 알파벳C, 알파벳A, 엑슨모빌. KOSPI 200의 상위 10개 기업 리스트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 POSCO, 신한지주, 현대자동차, LG화학, NAVER, KB금융, 현대모비스 등이 담겨 있다.

두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종목 리스트를 비교하면, 비교적 몇 가지 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기업들의 글로벌화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을 사면, 그 자체로 글로별 분산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해외 투자를 하는 방법 중 하나는 국내 기업이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익을 더 많이 올리는 기업이라면, 투자자의 입장에선 해외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S&P 500 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고, 더욱이 자기 분야의 글로벌 리딩 컴퍼니들이다. 하지만 KOSPI 200 기업들 중 미국 S&P 500에 속한 기업 정도의 글로벌화를 이룬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POSCO 정도에 불과하다.

산업별 시가총액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26%가량을 차지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출렁이면, 시장 전체가 흔들린다. 삼성전자가 곧 한국 증시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이에 비해 S&P 500에 포함돼 있는 미국의 IT기업들은 다 합해도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이고, 업태도 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많아서 영업 레버리지 효과도 높은 편이다. 금융업 비중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이와 달리 국내 금융업은 글로벌화 수준이 낮고 이제 초기 단계라 아직까지는 내수산업적 성격이 강하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위상이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이다. 무역과 같은 실물의 이동도 자유롭지만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모든 것이 개방돼 있다. 주식, 채권, 외환 등 외국인 투자가들은 자신이 원하면 유가증권을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 증시는 아시아 지역에서 ‘현금 지급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중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대중국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단순 논리로는 중국 경제상황이 어려우면 중국 주식을 팔아야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먼저 내다 판다. 왜냐하면 규제가 많은 중국보다 규제가 없고 완전 개방돼 있는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파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가들의 움직임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의 글로벌화 수준, 지수에서 산업별 비중, 시장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S&P 500 인덱스 펀드가 좋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KOSPI 200에 투자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의 단점을 잘 알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대비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 자산 배분을 하는 것이다. 종목 선택 능력이 있다면 직접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산 배분에 초점을 맞추거나 경험이 적은 투자자라면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혹은 펀드를 이용하는 좋다. 자산 배분의 선구자로 불리는 예일대 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스웬센은 6개의 핵심 자산군(국내 주식, 해외 선진국 주식, 이머징마켓 주식, 부동산, 미국 재무성 채권, 미국 인플레이션 연동채권(Tips))을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대략 각 자산군별 비율도 제시하고 있다. 하나의 자산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으면 포트폴리오 전체를 좌지우지 하게 되고, 또 지나치게 적게 편입하면 분산 효과가 적어진다.

박스권 못 벗어나는 한국 증시

KOSPI 200도 2000년 초부터 지금까지 2배가량 상승했다. 2000년 초 130대에서 2019년 7월에는 27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는 2000년대 들어 한국 주식시장이 한 단계 레벨업됐던 때이다. 20여 년 동안 코스피는 1000포인트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그 벽을 깨고 나온 시기가 2000년 초부터다. 만일 한국 증시가 다시 한 단계 도약해서 3000포인트, 4000포인트를 간다면, 인덱스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나 대만처럼 10년 이상 박스권 장세에 갇히면 그 선택지는 명료하다. 탁월한 종목 선택 능력이 있어서 성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거나 해외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 길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494호 (2019.07.2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