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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애국 테마주’ 급격한 하락 주의해야 

 

일본 수출규제로 혜택 보기 어려워… 바이오주도 당분간 매수하지 말아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뒤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포스터가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80년대 중반에 미국과 일본이 섬유·철강·자동차·반도체를 놓고 다툰 적이 있다. 일본이 흑자를 많이 냈기 때문인데 미국이 시정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일본은 마에카와 보고서를 채택했다. 미국과 무역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경제 구조를 수출지향형에서 내수 주도로 바꾸고 이를 위해 주택정책을 중심으로 한 내수 확대와 농산물 수입 확대에 나서겠다는 약속이었다. 당시 수상이었던 나카소네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를 실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통한 환율 조정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일본이 하기 싫지만 미국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회담이 열리기 전에 일본이 자발적으로 엔화 가치를 10% 이상 절상하겠다고 선언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기회에 세계 2위 경제에 맞는 정치적 힘을 얻겠다는 욕심으로 일본이 환율 조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충격파 예상보다 클 듯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은 과거 일본과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고위급 회담이 끝나고 하루 만에 미국이 9월부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중국은 위안화 절하로 응수했고, 미국이 다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사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은 사람들에게 이제 양국의 협상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연속된 보복과 대응은 판이 깨진 후에나 나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5월에 미국이 전격적으로 관세를 인상했을 때 우리와 미국 시장이 각각 8.5%와 6.8% 하락했었다. 이번은 하락이 더 커질 수 있다. 당시보다 갈등의 강도가 더 세고 빈번한 반전으로 합의에 도달하기 힘들 거란 부정적 견해도 커졌기 때문이다. 주가는 이런 사실을 반영해 움직였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한 사실도 시장에 영향을 줬다. 아직 제재의 내용이나 대상이 나오지 않아 파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걸로 전망되는 만큼, 실제 영향보다 주가 하락의 핑계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따라서 일본과의 무역분쟁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보다 종목별 호불호로 접근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일본 제재의 영향이 엉뚱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른바 ‘애국 테마주’의 열풍인데,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문구류·주류·의류 등에 매수가 몰렸다. 대표주자가 모나미이다. 일본의 1차 제재가 있었던 7월 초 2590원이었던 주가가 최고 8100원까지 상승해 한달 만에 310%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반투자자가 70만주 가까운 순매수를 보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유럽에서 식자재를 수입하는 업체인 보라티알과 화장지 제조업체 모나리자 역시 45% 이상 올랐다.

주가가 현재 사실보다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일을 더 중시한다는 걸 감안할 때 애국 테마주의 상승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기대가 현실이 되지 못할경우 주가가 다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해당 기업들이 무역제재로 혜택을 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생산 품목이 분쟁 대상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발표된 반도체 소재 3개는 물론 앞으로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도 무기 개발과 관련된 쪽뿐이다. 일상용품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주가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과정은 빠르게 진행될 것 같다. 투자심리가 꺾였다고 생각하는 순간 급격한 하락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라젠의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이 치료 효과를 확인하지 못해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중단된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신라젠 주가가 8월 2일부터 사흘간 하한가를 맞아 한 주 동안 70% 가까이 하락했다. 신라젠의 하락은 신라젠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바이오 주식의 광범위한 하락을 불러일으켜 앞으로 바이오가 다시 시장에서 주목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발전했다.

과거에도 신약개발과 관련해 주가가 오른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개별 기업 차원이었다. 개발이 이루어졌거나 개발 가능성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정도였는데, 2004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줄기세포가 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바이오의 집단 상승이 이루어졌다. 시장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락 마감했지만 시장에 미친 충격은 크지 않았다. 성장성이 각광을 받은 만큼 현재는 아니더라도 멀지 않은 때에 결과물이 나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년 후 기술수출을 재료로 주가가 다시 한번 상승했다. 한미약품이 주역이었는데 기술수출 한건으로 몇 조원의 돈을 벌어들인다고 공시된 만큼 투자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끝이 좋지 않았다. 기술수출이 빈번해지면서 희소성이 낮아지더니 이미 계약한 몇 건이 실패로 돌아와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등장한 게 바이오시밀러다. 화학적 작용을 통해 약을 만드는 것과 달리 동식물의 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기존에 나와 있는 약이 있는 만큼 개발이 빨랐다. 신라젠 이전에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다. 코오롱이 개발한 인보사의 허가가 취소되는 등 여러 악재가 있었다. 그렇지만 신라젠만큼 영향이 크진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바이오는 믿을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과거 바이오는 하나의 테마로 주가가 크게 오른 후 3년 가까운 휴식기를 갖는 패턴을 이어왔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당분간 주가가 오르기 힘든데, 이번은 정도가 더 심하다. 주가 문제에 그치지 않고 생존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나뉘는 상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 바이오 업체 중에서 이익을 재대로 내는 곳이 많지 않다. 적자로 내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필요한 돈을 구했다. 주가 하락으로 바이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질 경우 자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신약개발 중단은 물론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급락한 바이오주, 기간 조정 거쳐야

바이오 주가가 떨어졌지만 아직 매수할 상황이 아니다. 성장성으로 가격이 올랐다가 하락할 경우 주가가 90% 넘게 떨어지기도 한다. 지금 바이오가 이 단계에 들어와 있다. 앞으로 주가가 어디까지 하락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매수하는 건 위험하다.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모든 게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바닥을 만들고 다시 상승할 때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이런 과정을 굳이 겪을 필요가 없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498호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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