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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도구로 잠재력 큰 AR·VR] 치매·트라우마 치료에 적극 도입 

 

스트레스·불안감 경감하는 효과… 제조·유통·국방 분야에서도 발 빠른 접목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에서 열린 ‘2019년 재난대비 상시 훈련’에서 직원이 증강현실(AR) 글래스를 사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 자동차 계기판에 뜬 경고등에 스마트폰을 대자 ‘워셔액 부족 알림’이란 설명이 붙는다. 가까운 대형마트에 들러 워셔액을 구매해 엔진룸을 열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자 워셔액 충전구가 표시된다. 개별 물체를 식별하고 관련 정보를 검색·표시해주는 증강현실(AR) 기능이다. 현대차는 AR 기술 업체인 맥스트(MAXST)와 손잡고 제니시스 차량에 AR 매뉴얼을 적용했다.

#2. 치매환자가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나타난다.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해변 한가운데다. 현실과 유사한 느낌이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가상현실(VR)이다. 영국 이머시케어(ImmersiCare)는 VR을 활용해 치매환자가 과거 자주 갔던 곳 혹은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VR 영상으로 보여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경감시키는 치료를 하고 있다.

영화 속 미래 이야기만 같았던 AR·VR 기술의 적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트에 한정돼 외면받았던 AR·VR이 공장과 쇼핑몰 등 비즈니스 현장으로 융합·확산하며 산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엔 대기업은 물론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일변도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AR·VR을 가장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산업군은 제조업이다. 현대차는 AR 매뉴얼을 통해 소비자가 차량 내부 및 엔진룸을 확인하고 유지·보수에 대한 정보를 3차원(3D)시뮬레이션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이미 2016년 출시했다. VR 제작 업체 지스톰은 가상의 공간에서 안전사고 위험 없이 제조 및 정비 실습을 할 수 있는 VR 교육을 지난해 내놨다.

해외에선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AR을 통해 제조 공정 최적화를 실현하고 있다. 앞서 미국의 GE는 풍력 발전기 제조 라인에 AR 헤드셋을 도입, 작업 속도를 34%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전체 항공기 제작 및 정비 교육에 AR을 접목, 40%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유통 업체들도 AR·VR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가운데 AR·VR이 상품을 직접 볼 수 없는 온라인 구매의 단점을 보완하기에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는 온라인으로 옷을 사면서도 실제 착용 모습을 가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내는가 하면 가구 배치 상태를 볼 수 있는 AR 서비스 등을 내놓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선보인 가전·가구 가상 배치 서비스인 ‘AR뷰’가 대표적이다. ‘알집’으로 유명한 SW업체 이스트소프트는 직접 안경점을 찾지 않아도 태블릿에 비친 내 얼굴에 수십 개의 안경을 씌워보며 마음에 드는 안경을 고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VR 스타트업 워너비와 손잡고 스니커즈 가상 피팅 앱을 내놓기도 했다.

의료 분야는 AR·VR 융합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AR 기반 수술 실습 등에 한정됐던 융합이 이머시케어 치매 치료와 같이 최근 들어 VR을 접목한 치료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Alzheimer’s Research UK)는 알츠하이머 환자 간병인 교육에 알츠하이머를 앓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VR 가상체험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자연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 연구원은 “AR·VR 활용 분야 중에서 의료 분야의 시장 비중은 아직 작지만 치매나, 알츠하이머,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 주로 활용되면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비주얼 캐피탈리스트(Visual Capitalist)는 산업 측면에서 AR·VR 기술의 향후 응용 범위 첫 손에 의료 분야를 선정했다.

부동산과 국방 분야도 VR·AR 융합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이미 업계에선 부동산 내부와 외부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VR 프롭테크(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서비스)’란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VR 프롭테크로 완공되지 않은 집을 미리 보는 것도 가능하다. 국방 분야는 안전사고 우려로 실기동 및 실사격 훈련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AR·V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과학화 훈련체계를 구축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AR·VR 기술과 기존 산업의 융합이 이뤄지면서 AR·VR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2016년 VR 기기의 낮은 해상도와 콘텐트 부재로 하향 조정됐던 시장조사기관들의 시장 규모 전망이 다시 늘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컨설턴시는 2016년 40억 달러(약 4조원)였던 AR·VR 시장 규모가 2022년 1610억 달러(약 195조원)로 6년 만에 40배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물인터넷 및 증강현실 전문 기업 PTC는 지난해 ‘산업 혁신 실태 연구 보고서’에서 산업 현장에서 AR·VR 기술의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1년 이내로 86%의 기업이 AR 기술을 실제 사업 현장에 적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 캠벨 PTC 제품부문 총괄 부사장은 “AR·VR 기술을 도입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산업용 AR·VR 기기 개발도 활발

AR·VR과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AR·VR 기기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14년 페이스북이 인수한 VR 헤드셋 제조 업체 오큘러스가 지난 5월 PC나 스마트폰 연결이 필요 없는 독립형 VR 기기를 새로 내놓자 구글 역시 같은 달 AR과 VR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의 기업용 버전(에디션2)을 새롭게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안경 형태의 AR 기기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AR 안경 기술 특허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홀로렌즈2’라는 이름의 혼합현실(MR) 기기를 공개했다. MR은 VR과 AR의 단점을 보완해 한층 진화한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기술로 꼽힌다.

이에 대해 산업용 AR·VR 그래픽 전문회사 관계자는 “항공 업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조종사 훈련에 VR 시뮬레이터를 사용했다”면서 “산업 부문에서 AR·VR은 위험한 작업을 안전하게 할 수 있고, 시뮬레이션 기술을 용접이나 금속공예 등 수많은 분야에 응용할 수도 있어 AR·VR은 산업과 융합해 MR, 확장현실(XR)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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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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