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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은 수소차가 제격?] 전기차보다 주행거리·충전시간 유리 

 

완전자율주행차, 전력 35% 더 소모... 수소연료 경제성 확보는 아직 먼 얘기

▎오로라의 자율주행시스템인 ‘오로라 드라이버’가 장착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앱티브와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발표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자율주행차에도 적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대차가 그간 공들여온 FCEV가 자율주행과 시너지 효과를 내서 미래차 경쟁력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의 양산 FCEV인 투싼을 만드는 등 수소연료전지 분야를 이끌고 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는 세계 최초로 FCEV 기반의 자율주행차 시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대차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수소로드맵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수소경제로의 진입을 외치고 있기도 하다.

수소탱크 용량만 키우면 주행거리 쉽게 늘려


과연 FCEV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하기에 전기차보다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일까. 자율주행차는 내연기관보다 전기를 동력으로 이용하는 형태가 가장 효율적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선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별도의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보다 동력원에 사용하는 전력을 공유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터리전지차(BEV)뿐 아니라 FCEV 역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다. BEV와 FCEV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레벨 5 수준의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온보드 컴퓨팅 기술에 충분한 전력을 제공하는 고에너지 밀도의 연료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시스템 구동에만 1~2Kw의 전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공동 회장사를 맡고있는 수소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레벨 5의 자율주행차는 기존에 상용화돼 있는 1~2단계의 전기 구동 자율주행차보다 최대 35%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전력 소비가 늘어나면 같은 용량의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줄어든다. 현재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271km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레벨 5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되면 단순 계산으로 200km 밖에 달리지 못하는 셈이다. 이 경우 기존만큼의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면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배터리를 늘리면 무게가 증가해 자동차의 전비는 더 낮아지고 배터리셀의 장착 비용이 더 늘어 차량 가격이 비싸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FCEV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여기서 시작된다. 수소차 역시 동력원으로 전기를 사용하는데, 배터리에 전지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소연료를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은 “배터리를 늘려야 하는 BEV와 달리 FCEV는 수소탱크 용량만 키우면 최대 주행거리를 쉽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위원회의 이 같은 분석은 자율주행 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레벨 5 수준의 자율주행차 위더스(WITH:US)를 선보인 국내 자율주행솔루션 개발 기업 언맨드 솔루션의 문희창 대표는 “자율주행차의 경우 센서와 부가적인 액추에이터 등을 구동하기 위해서 2kW 정도의 추가 전력 사용을 감안해 개발한다”며 “고사양의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딥러닝 방식의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경우 특히 전력 소모가 많다”고 말했다.

BEV와 달리 FCEV는 빠른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활용도를 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 대표는 “전기차는 아무리 고속충전을 한다고 해도 1시간의 충전시간을 잡아야 하는 반면 수소는 5~10분 이내에서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FCEV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소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택시의 예를 들며 하루 18시간을 운행할 때 BEV 기반 전기차는 2회 이상, 총 60~90분을 충전해야 하며 배터리 급속충전을 이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 감소의 리스크가 있다. 이와 달리 FCEV는 같은 조건에서 하루 1회, 단 5분의 충전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기충전소보다 수소연료충전소가 단위당 더 많은 수의 자동차를 커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언급된다. 수소위원회는 “뉴욕시의 모든 택시가 배터리로 작동할 경우 농구경기장 180개 면적의 배터리 충전소가 필요하지만 FCEV의 경우 농구장 12개 정도 규모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충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유사한 규모의 수소스테이션은 배터리 충전기보다 15배 많은 차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수소위원회의 주장이다. 미래 교통수단의 하나로 주목받는 ‘플라잉 택시’에 사용되기에도 수소연료전지가 적절한 측면이 있다. 플라잉카는 자동차보다 무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수소연료전지를 탑재사는 게 항속거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조건 수소연료전지가 자율주행에 유리하다는 식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결국 자율주행이 전기 동력원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BEV와 FCEV는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각각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심 지역을 돌아다니는 자율주행차는 전기차가 유리한 반면 긴 최대 주행거리를 필요로 하는 경우 FCEV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수급정책 따라 희비 갈릴 듯

자율주행이 승객운송 뿐 아니라 물류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FCEV 기반 자율주행차의 장점이 명확해진다. 차량의 부피가 커지고 적재해야 할 무게가 늘어날수록 BEV가 주행거리를 늘리는 일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BEV에 비교해 FCEV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김 교수는 “수소연료전지는 자원 확보부터 유통 과정까지 아직 해결해야 될 과제가 많다”며 “무엇보다 수소연료가 경제적 이득이 있어야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가 수익성을 담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은 국가의 에너지 수급정책과 연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에 어떤 형태가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의 효율성을 따졌을 때 전기를 직접 충전하는 방식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형태나 사용처에 따라 일부 장·단점이 있지만 결국 에너지 수급 정책에 맞출 수밖에 없는 문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효율을 생각한다면 BEV가 앞서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결국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수급할 수 있는 국가에서는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고,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태양열·수력·풍력 발전 등이 어려운 나라에서는 수소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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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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