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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플라잉카] 자율주행차 멈춘 사이 먼저 난다 

 

장애물 적은 하늘에서 자율주행 오류 가능성 작아… 2025년 본격 운행 전망

▎우버가 지난 1월 ‘CES 2019’에서 공개한 플라잉카 ‘벨 넥서스’ / 사진:연합뉴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플라잉카(flying ca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무대를 장애물이 없는 하늘길로 정한 모빌리티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중심이 돼 플라잉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 우버는 내년 자율주행 기반 플라잉카를 활용한 항공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최근 플라잉카 전담 사업부를 새로 만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플라잉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완성차 업체까지 자율주행 플라잉카 개발 나서


플라잉카는 하늘을 나는 개인형 이동수단(PAV·Personal Air Vehicle)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 도심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자동차로 주목 받고 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조작도 간단해 출퇴근길 도로가 막히면 공중으로 차량을 띄워 도로 위에서 날아갈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장애물이 적은 하늘길을 달리는 덕에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성 문제가 대두할 가능성이 작은 것도 장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비행 자동차 자율주행이 먼저 상용화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와 완성차 업체들은 2020년 이후 출시를 목표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 한계를 드러낸 우버가 플라잉카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우버는 AI 기술 기반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과정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냈다.

우버는 당장 내년 플라잉카를 이용한 항공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호주 멜버른 등 3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상용 서비스는 2023년으로 잡았다. 항공택시 정류장은 공항과 도심 주요 빌딩 옥상을 활용할 예정이다. 예컨대 LA국제공항에서 도심에 있는 프로농구장 LA스테이플센터 등을 플라잉카로 직접 연결해 승객들의 이동 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한 이후 우버가 자율주행차 시험 규모를 축소한 것과 대조된다.

4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우버의 플라잉카는 헬리콥터와 비행기를 결합한 구조다. 2016년 이미 NASA와 손잡고 플라잉카 활용 비행 택시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우버 항공택시 부문인 우버엘리베이트의 마크 무어 기술총괄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효율성을 높이면서 소음은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우버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헬리콥터 제조사인 벨과 함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 ‘벨 넥서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 보잉 자회사인 오로라,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 등과도 플라잉카 개발을 진행 중이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우버의 하늘길 개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의 난제로 꼽혀온 도로 위 돌발상황이 하늘길에선 적기 때문이다. 현재 자율주행차가 물체를 인식하는 데 필요한 레이더, 라이더, 고해상도 카메라, 이미지 센서 등 기술은 상용화 단계다. 그러나 인식한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판단하는 AI 기술이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시중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는 “데이터 학습으로 판단을 하는 AI가 도로 위 돌발상황에 대응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이와 달리 하늘에서는 현재 개발된 물체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플라잉카를 주행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기술을 플라잉카에 이식하고 있다. 아우디가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플라잉카 ‘팝업 넥스트’가 대표적이다. 아우디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와 협력해 내놓은 플라잉카로 드론과 전기차를 조합한 형태다. 아우디는 드론과 결합한 차량이 공중에서 자율주행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2017년 플라잉카 스타트업 ‘카티베이터’에 투자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전까지 플라잉카를 상용화해 올림픽 성화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미국 항공우주기업 보잉은 올해 초 길이 9m, 폭 8.5m의 자율주행 플라잉카를 수직 이륙해 1분간 비행 후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이 플라잉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JV)을 세운 지 일주일 만인 지난 9월 30일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을 위한 사업부를 신설하고, NASA에서 항공연구 총괄본부를 담당했던 신재원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사업부 이름은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로 수직 이착륙과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플라잉카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하늘에선 차량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적다는 점이 자율주행 플라잉카의 장점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는 시험 단계에서 이미 1시간에 대당 약 4테라바이트(TB)에 가까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5시간만 달려도 20TB다. 초고화질 영화(약 4GB) 5000여 편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초음파센서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차량에 장착된 자율주행 센서류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더해 차량 간 데이터 전송, 교통 시스템 등에서 데이터가 끊임없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량이 도로에서 수직 이륙하면 차량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는 도로 위보다 적다. 차량이 인식해야 할 장애물의 수가 줄어들어서다. 데이터가 줄면 차량의 정보 처리 안정성이 높아진다. 완성차 업계에선 플라잉카 활용 자율주행 시 알고리즘 효율화와 차량 주도의 판단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복잡한 도로에서의 완전자율주행은 어려운 단계지만, 장애물이 없는 환경에서의 자율주행 기술은 확보된 상태”라며 “완전자율주행이 하늘에서 먼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인프라 구축되는 2025년 상용화 전망

전문가들은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지는 2025년이면 하늘을 나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 정부도 교통체증 문제의 대안으로 플라잉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05년 차세대교통시스템연구소를 설립, 플라잉카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고속도로 인증을 면제하고 시험 비행 단계에서 필요한 요건을 완화했다. 유럽연합(EU)은 2011년 620만 달러(약 70억원)를 출연해 플라잉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민간과 논의를 거쳐 내년 중 플라잉카 산업 발전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하기로 했다. 심현철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기술적 걸림돌은 거의 해결된 상황”이라며 “제도·인프라만 갖춰진다면 2025년 무렵 하늘을 나는 차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플라잉카가 상용화하는 2025년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 규모를 1230억 달러(약 147조원)로 예측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05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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