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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분진도 재활용] 환경도 기업도 살리는 일석이조 효과 

 

석유화학 등 산업시설 폐수처리 활성화… 자동차·선박 매연도 재활용 가능해져

▎사진:© gettyimagesbank
폐수(廢水)는 ‘폐할 폐, 버릴 폐’자를 쓰는 어원 그대로라면 ‘(공업 등에서) 이미 사용하여 못 쓰게 된 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폐수의 패러다임도 일반 폐품(廢品)처럼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 10월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위원회 소속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5개 발전사로부터 받은 탈황폐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탈황폐수가 460만t 발생했고, 그중 38%인 174만t이 재이용(재활용)되지 못하고 외부 방류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 처리 과정에서 함유돼 있던 황(S) 성분이 제거되는 탈황 설비를 돌린다. 이때 배출되는 고농도의 난분해성 폐수가 탈황폐수다.

이런 탈황폐수에서 나오는,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한 폐기물은 바다나 강으로 흘러들어갔을 때 수질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탈황폐수 재이용 비중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의 기저에는 ‘폐수=마음 먹으면 현존하는 기술력으로 최대한 재이용이 가능한 물’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실제로 폐수는 최근 관련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노력 속에 전국 곳곳에서 활발하게 재활용되는 추세다. 예컨대 울산시는 지난 6월 석유화학 업체 20여 곳이 입주한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내 용암폐수처리장에서 ‘폐수처리장 방류수 재이용시설’ 준공식을 가진 이후 이곳의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 중이다.

정수 처리에 드는 원가 절감 가능


단지 내에서 발생한 폐수를 기존처럼 방류하는 대신 여과와 역(逆)삼투압 장치 등으로 정수(淨水) 처리하는 시설로, 비케이이엔지라는 울산 소재 환경 컨설팅 업체가 36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하루 2400㎥ 규모로 재활용수가 생산되고 인근의 롯데비피화학 사업장 등에 공급돼 (기업들의) 원가 절감에 기여 중”이라고 전했다. 재활용수를 공급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따로 정수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공업용수로 투입할 수 있어 처리 비용을 적잖이 아낄 수 있다. 또 지자체로서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역경제 버팀목인 기업들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곳 단지 내 기업들은 공업용수로 주로 공급받던 낙동강 원수가 지난해 한때 갈수기(渴水期) 직후 수질이 나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런 배경 속에 폐수 재활용이 활성화하면서 전반적인 수(水)처리 산업 성장에도 중요한 촉진제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워터 인텔리전스는 2010년 4800억 달러였던 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가 연평균 4.2%씩 성장해 2025년 8700억 달러(약 10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독일·스페인·일본 등이 수처리 분야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들 국가는 수처리 중 일부 영역인 폐수처리에서도 자연스레 앞서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은 폐수처리 시장만 해도 2016년 기준 43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로 형성됐다. 성장세 유지로 그 규모가 내년 451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석유화학과 가스 산업시설 폐수처리 시장이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활성화했을 때 이점이 많은 분야라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 정부 주도로 폐수 재활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폐수처리 기술은 빠르게 발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텍(포항공과대)과 대기업 계열사 SK인천석유화학은 최근 미생물을 활용한 새로운 지능형 하·폐수처리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존 폐수처리 시설은 수질 관리와 유지보수를 운영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갑작스러운 수질 변화나 수처리 효율 저하에 취약한 점이 한계였다. 이 솔루션은 폐수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DNA를 추출·분석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수질 특성별 맞춤형 분석·관리에 나선다. 해당 솔루션 도입으로 기존 대비 폐수처리 효율이 20% 이상 향상되고 에너지 비용도 10~15%가량 절감될 것으로 개발진 측은 기대하고 있다.

폐수 재활용이 중요해진 또 다른 이유는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물 부족 현상 때문이다. 국제 비영리 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지난해 말 기준 세계 33개 주요 도시에서 약 2억5500만 명이 심각한 물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WRI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30년 4억7000만 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아프리카 등지의 수자원빈국 얘기만이 아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같은 유명 대도시도 수년간의 가뭄으로 400만 명이 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치 오토 WRI 연구위원은 지난 8월 6일(현지시간) 보도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기후 급변이 (물 부족의)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며 “강우량이 불규칙해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기온이 상승할수록 저수지에서 더 많은 물이 증발한다”고 지적했다.

폐수처럼 재활용에 탄력을 받고 있는 또 하나가 분진(粉塵)이다. 자동차나 선박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미세먼지 같은 분진도 재활용 기술 발전으로 나날이 환골탈태하고 있다. 포집해서 액체 등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할 수 있는 분진 특성을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기오염이 심각하기로 악명 높은 인도의 그래비키랩스(Graviky Labs)라는 스타트업은 자동차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분진을 배기 장치에 장착한, ‘칼링크(Kaalink)’라는 자체 제작한 기기를 통해 모은다. 포집된 매연 안에서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은 제거하고 탄소를 따로 모은다. 모은 탄소는 잉크로 재가공해 쓸 수 있다. 이 스타트업은 이렇게 만든 잉크를 ‘에어 잉크’라 이름 지어 전 세계에 공급 중이다. 지금껏 2만 리터 이상의 에어 잉크가 탄생했다. 아니루드 샤르마 그래비키랩스 공동창업자는 “이 잉크가 대기오염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순 없겠지만 뭔가 시도해볼 순 있다는 걸 입증했다”고 말했다.

분진으로 잉크나 흑연 제조 시도

국내에서도 분진을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해양대 해사대학의 최재혁·이원주·강준 교수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발생물질인 그을음 속 탄소를 리튬이온전지 전극 물질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개발, 지난해 해외 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에 논문을 게재해 주목받았다. 통상 선박에서 발생하는 그을음 분량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5300개를 싣는 선박(6만t급) 기준으로 연간 약 1t에 달한다. 대부분의 해운 업체는 그을음을 모아 폐기물 업체에 비용까지 지불해가며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그러지 않고도 외려 없던 자원까지 생길 수 있다. 그을음의 흑연화로 인조흑연을 제조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보통 리튬이온전지 전극 물질로는 흑연이 많이 사용된다. 그중 충전재와 결합재를 혼합해 2500℃ 이상 고온에서 인공적으로 결정을 발달시켜 만든 인조흑연은 천연흑연보다 순도가 높지만 가격이 비싸진다. 신기술은 이런 경제적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할 전망이다. 폐수와 마찬가지로 ‘천대받던’ 분진의 재발견이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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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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