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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넓히는 리츠(REITs)] 세제 혜택에 배당수익률도 높아 인기몰이 

 

롯데리츠 공모에 4조7600억원 몰려… 상장 리츠 주가도 덩달아 상승세

그동안 기관 투자자나 거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진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일반 투자자의 관심도 부쩍 커졌다. 최근 청약 접수를 받은 한 공모형 리츠에는 청약증거금으로만 수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초대형 리츠가 공모를 앞두고 있는 데다 정부가 공모 리츠를 장려하고 있어 당분간 공모 리츠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정부의 정책 지원과 부동산 가치 상승, 안정적 배당 등으로 공모 리츠는 투자자산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이번 정부 정책은 국내 리츠 시장 확대를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업무용 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공모 리츠는 특히 누구나 커피 한잔 가격(5000원대)으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업무용 빌딩이나 호텔·백화점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식처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도 있는데, 상장하면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는 것은 물론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공모 리츠 시장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시장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2001년 리츠 제도 도입 이후 기관 투자자나 거액 자산가 중심의 사모·비상장 리츠를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상장 리츠도 현재 5개로, 미국(245개)이나 일본(63개)·호주(53개)에 비해 수가 적다.

지난해 배당수익률 연평균 8.5%


하지만 최근 공모 리츠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투자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10월 11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 접수를 받은 롯데리츠는 경쟁률이 63.3대 1이나 됐다. 공모 리츠 사상 최대 경쟁률로, 청약증거금으로만 4조7600억원이 몰렸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도 공모 당시 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장 리츠의 주가도 상승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리츠코크렙은 10월 25일 올해 초(4825원) 대비 50% 가까이 오른 70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리츠는 뉴코아아울렛 일산·평촌·야탑점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신한알파리츠도 이날 8350을 기록, 지난해 말(5620원)보다 37% 올랐다.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공모가(5000원)와 비교하면 62% 이상 올랐다. 신한알파리츠는 경기도 판교신도시 크래프톤타워와 서울 용산구 더프라임타워을 임대하고 있다.

공모 리츠가 관심을 끄는 건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리츠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임대주택 제외)은 지난해 8.5%에 이른다. 국토부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연 5%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신한알파리츠의 예상 수익률은 5년간 연평균 6%, 10년간 연평균 7%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센터 차장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익률”이라며 “주가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1100조원에 이른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공모 리츠 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NH리츠 등 대형 리츠가 연이어 공모를 준비 중이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10월 28일까지 일반 투자자 공모 접수를 받는다. 1주당 5000원으로, 공모 규모는 4700주 총 2350억원이다. 연내 상장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상장일을 확정하진 않았다. 연말에는 NH리츠가 공모에 나선다. NH리츠 역시 공모 규모가 1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리츠다. 이 리츠는 서울스퀘어와 삼성물산 서초사옥, 강남N타워, 잠실SDS타워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앞으로 2~3년은 공모형 리츠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도 나쁘지 않다. 정부는 지난 9월 규제 완화 등을 담은 공모 리츠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공모 리츠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 할 계획이다.

현재 이자나 배당 등으로 버는 금융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6~42%)로 누진과세된다. 공모 리츠에서 나오는 배당은 여기에 합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분리 과세하는 세율도 낮춰 주기로 했다. 이자·배당 등에서 나오는 금융소득에는 원래 14% 세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공모 리츠 배당소득에는 9% 세율만 매긴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5000만원을 공모 리츠에 투자해 8.5%의 배당수익률, 32.6%의 매각 차익(지난해 리츠 평균 청산수익)을 거뒀다고 가정하면 일반 상품 대비 2.3%포인트의 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성익 국토부 부동산개발정책과장 “앞으로 양질의 상업용 부동산 등이 공모 리츠 등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공모 리츠 활성화 적극 나서

다만 공모 리츠에서 무조건 ‘안정적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해서는 곤란한다. 리츠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자 상품이므로 정부 정책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크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가령 경기 침체로 임대 시장이 위축하면 임대료가 떨어져 배당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상장 리츠도 마찬가지다.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작은 편이지만, 일부 리츠의 주가는 계속 빠지고 있다. 국토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짝퉁’ 리츠도 주의해야 한다. 국토부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코리아게이트파트너스리츠 등 7개 리츠에 대해 “적법하게 영업인가를 받지 않은 회사”라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부동산 투자 상품인 만큼 정부 정책이나 경기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507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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