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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삼성의 점입가경 TV 전쟁] 공정위 맞제소 넘어 네거티브 공방 확산 

 

삼성 QLED TV는 과거 QD-LCD TV로 불려… “소모적 공방전, 두 회사 모두에 피해” 지적도

▎사진:© gettyimagesbank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차세대 TV로 불리는 8K(7680×4320 화소의 해상도) TV의 주도권을 놓고 비롯된 이번 전쟁은 공정거래위원회 맞제소와 상호비방 등으로 확전 중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화질 선명도가 떨어지는 유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라 공격하고, 삼성전자는 LG전자 OLED TV의 번인(Burn-in·열화) 현상을 지적하며 맞받아치고 있다.

‘QLED 대 OLED’ 8K 품질 확전

포문은 LG전자가 먼저 열었다. 8K TV 시장에 OLED를 내세운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 유럽가전전시회(IFA)에서 “QLED를 쓴 삼성전자의 8K TV는 화질 선명도가 12%로 국제 기준(50% 이상)에 미달하는 가짜 8K”라며 “QLED TV는 후면에서 빛을 비춰야 하는 액정표시장치(LCD) TV로 화질 선명도가 떨어진다”고 공격했다.

8K TV는 지금껏 나온 TV 중 해상도가 가장 높다. UHD(4K) 4배 수준의 해상도를 지녔다. LG전자는 스스로 빛을 내는 OLED 디스플레이가 진짜 8K TV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QLED TV는 LCD 패널에 퀀텀닷(QD) 필름을 부착해 색 재현율을 높인 구조를 갖고 있다. QLED TV는 과거 QD-LCD TV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LG전자는 자사 OLED 8K TV와 삼성전자 QLED 8K TV의 화질 선명도를 비교하는 이미지를 30여 해외 법인 홈페이지 올렸다. 또 호주·중국·미국·이탈리아 등지에서 LG OLED TV와 삼성 QLED TV 비교 시연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광고에서도 ‘품질’ 논란을 촉발했다. LG전자는 지난 10월 26일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알기-Q&A’이라는 제목의 TV 광고에서 QLED TV 비판 공세를 강화했다. 지난 9월 송출한 ‘삼성 QLED TV는 백라이트 판이 필요하다’는 TV 광고의 후속이다. 새 광고에는 “Q.LED TV는 왜 두꺼운 거죠” “Q. LED 블랙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가요”라는 질문과 “LCD TV니까요”라는 답변을 넣었다. 질문에서 삼성전자 QLED TV를 연상케 해 QLED TV가 LCD TV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화질 선명도가 8K 화질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면서 LG전자 OLED TV가 지닌 문제점인 번인현상을 공격하고 있다. 번인은 장시간 같은 화면이 나오면 일부 유기소자가 열화해 잔상이 남는 현상이다. OLED TV의 기술적 약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10월 10일부터 11월 10일 사이 LG전자 OLED TV의 번인 문제를 내세운 영상 5개를 유튜브에 잇따라 올렸다.

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맞섰다. 지난 9월 LG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허위 과장 광고)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LG전자는 “QLED라는 명칭이 LCD TV와 같은 구조인 QLED TV를 기술 우위에 있는 OLED TV로 인식하게 만들어 소비자 오인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21일 “QLED TV와 8K 기술 등 TV 사업 전반에 대해 LG전자가 비방을 이어가면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LG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제소했다.

두 회사의 공방은 8K 표준 전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내년 1월 열릴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인 CES를 앞두고 8K TV 인증 기준으로 LG전자가 주장한 화질 선명도를 내세웠다. 화질 선명도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정립한 ‘디스플레이표준평가법’에 나온 기준이다. ICDM은 3300만여 개(7680×4320)의 화소수와 함께 선명도 50% 이상을 동시에 충족해야 8K TV라고 제시하고 있다. LG전자는 CAT가 채택한 ICDM 기준을 들어 삼성전자 QLED TV를 가짜 8K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빠진 ‘8K 협회’를 꾸려 표준 선점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지난 9월 1일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티시엘(TCL) 등 16개 TV 관련 업체가 모인 8K 협회는 8K의 주요 사양과 규격을 별도로 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8K 협회가 공개한 기술 표준에는 해상도와 디스플레이 최대 밝기 600니트(nit·1니트는 1㎡당 촛불 1개 밝기)만 포함, CTA가 8K 기준으로 채택한 화질 선명도는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앞서 “화질 선명도는 옛날 지표로 ‘무의미’하다”면서 “측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가 내년 1월 CES를 앞두고 내년 출시하는 모든 8K TV에 CTA 8K TV 인증을 추진키로 한 것과 대조된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두 회사의 TV 전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프리미엄 TV 시장, 특히 차세대 TV의 주력인 8K 시장을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시작된 싸움이기 때문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OLED TV 화질이 압도적으로 좋다는 자신감을 가져왔던 LG전자는 삼성전자가 8K 시장에서 앞서가면서 다급해진 측면이 있다”면서 “LG전자가 먼저 공격하고 뒤이어 삼성전자가 공격하는 형식의 공방이 이어진 만큼 QLED TV 실적이 꼬꾸라지지 않는 한 LG전자의 공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TV 시장은 QLED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18.8%(수량 기준)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QLED TV 판매량이 89만6000대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3배로 늘어난 덕이다. 삼성전자는 8K TV에서도 앞서 있다. 올해 5종의 8K TV 신제품을 출시하며 55인치부터 98인치까지 모든 상품군을 갖췄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삼성전자의 QLED 8K TV가 LG전자 OLED 8K TV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도 LG전자가 상대적으로 강점인 화질을 강조하며 공격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OLED는 뛰어난 화질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지만 디스플레이가 커질수록 생산단가가 크게 늘어난다. LG전자가 지난 6월 내놓은 88인치 ‘시그니처 OLED 8K TV’는 약 5000만원이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 QLED 8K 85인치는 2460만원가량에 살 수 있다.

더 나은 기술 개발에 나서야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소모적 공방을 그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8K TV 시장이 내년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서로의 제품을 깎아내리는 식의 ‘네거티브’ 공방이 경쟁국에 반사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근 한국반도 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소비자는 브랜드와 가격,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제품을 산다”며 “상대 제품의 단점만 거듭 들추면 양사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으로 LCD TV 시장은 이미 중국에 내준 것과 다름없는 만큼 좋고 나쁘다는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더 나은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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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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