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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테크로 몰리는 스타트업] 펀딩 목표 손쉽게 넘고 VC(벤처캐피털)에도 귀한 몸 

 

사업 확장에 기술 개발 박차... 해외 무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 갖출 수 있어

▎1. 어헤드: 건강관리 검사 키트 / 2. 펫 피트니스 로봇: AI를 적용한 로봇 장난감 / 3. 고미볼: AI를 적용한 로봇 장난감 / 4. 라비봇: 전용 배설물 자동 처리기기 / 사진:각 사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펫테크(Pet-Tech) 시장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사물인터넷(IoT), 실시간 음성·데이터 전송 등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집에 있는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제품, 소변과 배변활동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해 비교적 쉽게 지갑을 여는 경향까지 더해져 펫테크 관련 스타트업들은 펀딩 목표를 손쉽게 달성하는가 하면 벤처캐피털(VC)에도 ‘귀한 몸’이 되고 있다.

멍멍이·야옹이도 로봇과 논다


현재 스타트업 업계에서 펫테크는 핫한 창업 카테고리로 통한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ICT 기술 접목 기기로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따르면 지난해 펫테크 제품 ‘고미볼’은 펀딩 시작 한달여 만에 목표 금액(300만원)을 5252% 초과 달성했다. 고미볼은 고미랩스가 만든 반려동물용 로봇 장난감으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펫테크 제품이다. 반려동물이 물면 진동이 울리고 물었다가 떨어뜨리면 도망을 가기도 하면서 반려동물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특징이다. 고미볼은 반려동물을 집에 혼자 둬야 하는 반려인들에게 인기를 끌며 지난 7월 진행한 펀딩에서도 목표 금액을 365% 초과 달성했다.

바램시스템이 내놓은 ‘펫 피트니스 로봇’도 펀딩 대박을 쳤다. 펫 피트니스 로봇은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로봇이 스스로 혹은 보호자가 설정한 시간대에 따라 움직이면서 반려동물에게 로봇 안에 담긴 간식을 주는 제품이다. 집에 혼자 남아 있는 반려동물의 운동량을 늘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보호자가 설정한 로봇과의 친밀도에 따라 로봇의 주행속도 등이 달라지며 간식도 설정한 시간대와 횟수에 따라 제공된다. 바램시스템은 지난해 11월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 금액 500만원보다 1만2771% 많은 6억3858만원을 확보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펫테크도 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핏펫(Fitpet)은 반려동물 소변검사 키트 ‘어헤드(Ahead)’로 지난해 펀딩 목표 금액을 1256% 초과 달성한 2513만5500원을 모았다. 어헤드는 반려동물 소변을 검사지에 접촉한 뒤 검사지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로 촬영하면 단백질과 케톤 등을 검출해 10가지 넘는 질병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펫테크 서비스다. 핏펫은 “영상처리 및 딥러닝을 활용해 99% 이상의 정확도를 획득했다”며 “비뇨기 질환과 간질환·당뇨병 등을 어헤드 키트를 이용해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설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하는 펫테크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골골송작곡가라는 국내 스타트업의 ‘라비봇(LavvieBot)’이 대표적이다. 라비봇은 IoT 기술 기반의 반려묘 전용 배설물 자동 처리기기다. 반려묘가 라비봇 안에서 배설을 하면 자동으로 배설물을 치우는 동시에 모래를 보충한다. 또 반려묘의 몸무게와 배변 횟수를 점검해 고양이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비뇨기 질환을 미리 관리할 수도 있다. 골골송 작곡가는 지난해 라비봇 펀딩 최초 목표 금액을 1000만원으로 높게 잡았는 데도 펀딩 시작 2주 만에 목표 금액의 약 3배 수준인 2750만원을 모았다. 지난 9월 라비봇2를 출시, 미국에서 진행한 펀딩에서 역시 목표 금액을 700% 초과했다.

펫테크 스타트업의 약진은 1인 가구가 늘고 결혼·출산 대신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나선 덕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해 지갑을 쉽게 여는 경향도 펫테크 업체들의 펀딩 대박에 영향을 미쳤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85.6%는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라는 말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반려동물 관련 물품의 월평균 지출액은 최근 5년간 매년 9.6%씩 증가했다. 노태규 골골송작곡가 대표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른바 복지 관점에서의 펫테크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펫테크 스타트업들의 펀딩 대박이 잇따르자 벤처캐피털(VC)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업성을 입증한 펫테크 기업으로 VC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53억원 규모로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감한 핏펫이 대표적이다. 핏펫에는 LB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미래에셋캐피탈, 삼성벤처투자, 스프링캠프가 각각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핏펫의 시리즈A 마감은 시드 투자를 유치한 지 약 1년 만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시드에 이어 후속투자에도 참여했다. 골골송작곡가 역시 국내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뿐만 아니다. TS인베스트먼트는 자회사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반려동물 신원인증 서비스 ‘디앱’에 투자했다. 디앱은 블록펫이 내놓은 서비스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반려동물의 생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다. 앞서 7월에는 펫트너가 영국계 액셀러레이터 킹슬리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펫트너는 수의사와 반려동물 보호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다. 테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펀딩 목표를 초과 달성한 데 이어 VC의 투자를 속속 유치하면서 국내 펫테크 산업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들은 펫테크 사업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정집 청소 스타트업 미소가 지난 4월 정식 출시한 반려동물 산책 및 방문 돌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미소는 반려동물 산책을 대신 해주는 ‘반려동물 산책 서비스’와 장기 출장이나 여행 때 반려동물의 식사와 물 등을 챙겨주고 배변 패드를 정리해주는 ‘방문 돌봄 서비스’를 각각 내놨다. 김지호 미소 신사업부 이사는 “홈클리닝 서비스 예약에 사용했던 매칭 알고리즘 기술을 반려동물 서비스에도 반영했다”면서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돌봄 서비스를 매칭해 서비스 품질 높였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시장 연평균 10% 성장 전망

펫테크 성장으로 국내 반려동물 산업도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KB경영연구소는 ‘2018 반려동물보고서’에서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가구 양육현황 조사에 따르면 60% 이상이 혼자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자동먹이장치, TV·조명 센서, IoT 시스템 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준수 엠엔씨파트너 대표는 스마트 펫테크&파크 포럼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크라우드 펀딩에서 성공하는 등 펫테크는 우리나라도 국제 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라며 “정부 지원을 통해 해당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울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11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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