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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 서비스 만든 신승호 터울 대표] 깜깜이 의료시장의 정보비대칭 해결 나서 

 

복약지도 어려운 의료현실… 성분·주의사항·부작용 등 담은 약 봉투 약국에 제공

▎사진:박종근 기자
최근 위궤양 약 성분인 ‘라니티딘’에서 인체 발암 추정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기준량 이상 검출돼 판매 중지 조치됐다. 수많은 위궤양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에 라니티딘이 함유돼 있었지만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이를 알기 어려워 그대로 복용했다. 해당 약의 판매는 중단됐지만 식약처의 판매 중지 조치 뉴스를 접하지 못했거나 먹는 약에 라니티딘이 함유됐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그대로 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발사르탄 성분이 들어간 고혈압 약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IT·광고·제약 업계 근무 경험으로 창업 나서

신승호 터울 대표는 이처럼 의료시장에서 정보비대칭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에 나서 ‘필독’ 서비스를 개발했다. 신 대표는 IT·광고·제약 업계 등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으로 의료시장의 정보비대칭 해소에 일조하고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자신한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어요. 일례로 감기약으로 많은 사람이 복용하는 타미플루의 경우 자살 충동을 느끼게 하는 등 신경정신계 부작용이 나타나며 해외에서는 이 때문에 자살사고까지 발생했는데 이를 인지하고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몸에 알 수 없는 이상이 생길 때 대부분 그냥 넘어가는데, 알고 보면 복용하는 의약품의 부작용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약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것은 약을 처방하는 약사가 복약지도 과정에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 세세한 복약지도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전문의약품을 처방받는 환자는 자신이 먹는 약이 무슨 성분인지도 모르는 ‘깜깜이’ 상황에 놓여있게 마련이다. 실제로 신 대표가 필독 서비스를 만들게 된 것도 주변에서 이같은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례를 여럿 봤기 때문이다. 그는 “간질환 가족력이 있는 작은 아버지가 별다른 생각 없이 장기 복용하던 무좀약에 간 손상 부작용이 있었다”며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서는 가족력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자가 포털 등에서 검색으로 약의 성분을 찾아볼 수는 있지만 환자가 꼭 알아야 하는 정보를 관심 사항별로 쉽게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가 창업한 회사 터울에서 11월 내놓은 필독 서비스는 약의 성분과 부작용, 주의사항, 복용 때 피해야 할 음식 등 처방약에 대한 필수 정보가 기재된 약 봉투를 약국에 제공한다. 약사가 처방 데이터를 입력하면 해당 약품에 대한 정보가 담긴 약 봉투가 A4 크기의 종이에 자동으로 인쇄된다. 약의 실제 이미지, 성분명, 적응증, 부작용, 복용시간 등 복약 기본 정보는 물론 약과 음식물 상호작용 등에 대한 정보, 질병 맞춤형 정보까지 일목요연하게 담겨있다. 약사가 복약지도에 참고로 사용할 수도 있고 환자가 약을 복용하기 전 주의사항들을 다시 환기할 수 있다. 서비스 이름인 ‘필독’은 의약품 복용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必讀) 의미와 복약안내문(Pill Document)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이 서비스는 약국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해 현재 전국 250개 약국에서 사용한다. 현재 터울은 이 서비스를 더 많은 약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0년 1분기까지 1000~2000개의 약국이 필독 서비스를 사용할 것으로 신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그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달 정도 됐는데, 시장점유율이 높은 약국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통해 애드온(선택 가능한 추가 프로그램으로 등록) 되고 있다”며 “무료인 데다 서비스를 도입한 약사분들의 추천 의향이 높아 빠르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 봉투 하단에 영수증을 출력하는 옵션도 제공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실손보험료 청구 등을 더욱 간편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니 사업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의문이 들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수익모델은 다름 아닌 ‘광고’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 약국이 하루에 평균 80건 정도의 처방을 하는데, 1000개의 약국에서 약 봉투를 사용한다면 한달에 200만장 수준의 약 봉투가 제공된다”며 “현재 광고 1건당 150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 경우 월 3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 봉투에 광고를 싣는다는 발상은 신 대표가 아니면 하기 어려웠을 아이디어다. 우리나라 최대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과 HS애드 등에서 근무했던 경험 덕에 자연스럽게 광고를 접목한 사업모델을 구상했다. 실제 사업을 구상한 것은 국내 제약회사인 보령제약의 지주사인 보령홀딩스에 스카우트돼 근무하면서다. 약사인 아내로부터도 영감을 받았다.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영업도 이미 진행 중이다. 일부 제약사와 실손보험 회사 등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질병이나 약품을 타깃팅한 광고는 없는데, 필독은 이게 가능하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필독의 약 봉투에는 최대 8개의 약 정보가 인쇄돼 나오는데, 처방약이 8개일 경우 광고란을 포기한다고 그는 밝혔다. 사업의 본 목적인 복약지도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신 대표는 ‘약이닥’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도 2020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 앱에서는 기존 약봉지를 통해 제공하지 못했던 정보를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약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약에 대한 신빙성 있는 정보와 함께 관련 설명이 담긴 유튜브 영상 등을 제공하고, 자신의 복약 기록 등을 저장·관리하는 ‘아카이빙’ 서비스도 제공한다. 여기에 몇번의 터치로 실손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더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사용자가 많아지면 희귀 질병 질환자들의 커뮤니티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개인정보 규제’ 해결되면 해외도 진출

그는 장기적으로는 필독과 약이닥 서비스의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의료 선진국으로 진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그 전에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개인정보보호 규제이다. 그는 “창업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법률 검토’였다”고 털어놨다. 이용자 동의하에 개인정보를 사용하면 더욱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개인정보를 이용하면 언제든 불법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정보 활용 등에 대한 법률검토를 받았는데 분명히 제공자의 동의를 얻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판단에 따라 불법이 될 수 있더라”며 “결국 모든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단기적인 목표는 터울을 운영할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외부 자금 조달에도 나설 계획이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16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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