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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시무식 살펴 보니] ‘미래·디지털·고객’으로 생존 몸부림 

 

SK, 회장 신년사 없이 토크쇼처럼 진행… LG는 온라인으로 시무식 대체

▎1월 2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시무식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새해 주요 기업들의 신년사 화두는 단연 ‘생존’이었다. 미래 먹거리 부재, 중국 등 후발 주자의 거센 추격, 규제로 인한 신기술 활용 애로 등 국내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는 메시지에 걸맞게 관행을 탈피한 시무식 풍경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시무식은 1월 2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경영진과 임직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해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고 밝힌 장소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 경제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정치적 불확실성, 투자·수출에서 소비로의 침체 확산 등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제한 뒤 “올해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어 나갈 원년으로, 성장과 도약의 해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기 변화에 강건한 사업체질을 만들고 타협없는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여러분 한분, 한분 모두가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인드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다각화하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주문한 것이다. 이어 “올해는 2000년 현대차그룹으로 출발한지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의 신년회는 토크쇼를 방불케 했다. 최태원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지만 ‘회장님 신년사’ 없이 협력사·고객·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인터뷰, 현장 발언, 대담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대담에선 국적·성별·세대가 다른 직원들이 최 회장이 강조하는 ‘행복경영’을 주제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 토론 내용을 정리하며 신년회를 마무리한 것도 신입사원이었다. SK는 “경영진이 여러 의견과 제언을 잘 듣고 행복 경영을 사회와 함께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온라인으로 시무식을 대체했다. 구광모 ㈜LG 대표의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 ‘LG 2020 새해 편지(LG 2020 NEW YEAR’S LETTER)’가 영어·중국어 자막과 함께 세계 25만 명 임직원에게 e메일로 뿌려졌다. 구 대표는 “올해 경영 환경이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고객’과 ‘실천’을 키워드로 꼽았다. 구 대표는 “모든 것은 고객의 아픈 지점(Pain Point)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앉아서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찾지 말고 해야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위해 바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월 1일부로 화학·에너지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을 출범시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적어도 10년 뒤 전략사업 분야에서 ‘대체불가한 세계적 선도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올해가 그룹 디지털 혁신의 원년이라는 각오로, 전사 차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가속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한화의 모든 업무는 ‘안전’과 ‘준법경영’의 완벽한 실천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정도경영’을 강조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스탠딩 토크 방식의 신년 모임을 갖고 ‘디지털 전환’을 역설했다. 허 회장은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결합해 미래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이소아 중앙일보 기자 lsa@joongang.co.kr

1517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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