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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TV시장 기술표준 경쟁] 마이크로LED(삼성전자)·OLED(LG전자) 양분 

 

샤오미·샤프 등 합류로 OLED 시장 확대… 마이크로 LED는 가격인하, 양산에 시간 걸릴 듯

▎올 1월 열린 CES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마이크로 LED TV ‘더 월’
“마이크로 LED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

“마이크로 LED는 비용·생산성 문제 때문에 당장 상용화는 어렵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

1월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에 참석한 국내 디스플레이 대표주자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에 대해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는 화질이 뛰어나고 활용성이 넓은 마이크로 LED를 액정표시장치(LCD)와 양대 축 삼아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LG전자·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LED의 시장성에 회의감을 나타내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시장 질서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삼성·LG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가전회사들도 마이크로 LED와 OLED로 양분되고 있어 향후 양측 간 기술 표준 경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삼성전자, QLED·마이크로 LED 투 트랙 전략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차세대 가전 시장을 주도할 전략 기술로 마이크로 LED와 QD디스플레이를 꼽았다. 마이크로 LED는 100마이크로미터(㎛, 1마이크로는 100만 분의 1m)이하의 극소형 LED가 촘촘히 박힌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LED 조각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기 때문에 화면 크기를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고, 화면비와 해상도·베젤 등의 제약이 없다. 행사장에선 292인치 마이크로 LED TV ‘더 월(The Wall)’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 자리서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은 “마이크로 LED는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보다 더 밝고 색상이 깊고 풍부하다. 마이크로 LED 기술은 상당히 빨리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를 이용해 ‘스크린 에브리웨어(Screens Everywhere)’ 비전을 달성할 계획이다. 스크린 에브리웨어는 삼성전자가 2017년부터 내놓은 미래 TV 비전이다. 스마트홈 등 미래 사물인터넷(IoT) 세상에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디스플레이를 접할 수 있게 해 생활에 가치를 더하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LED가 단지 TV용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전천후 디스플레이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마이크로 LED의 가격이 비싸 양산화가 어려웠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단가 인하와 시장 선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 제품군은 75·88·93·110·150·292인치 등으로 나눴다.

이와 함께 TV 시장은 QLED에 더욱 역량을 집중한다. 초고가의 마이크로 LED를 보완하는 세그먼트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입해 아산 L8 공장을 LCD 생산라인에서 QD디스플레이 라인으로 전환한다. OLED의 대항마로 QLED를 앞세워 TV 시장을 양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마이크로 LED의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LED 가격은 2026년 현재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OLED 패널을 생산하려면 신규 생산설비를 지어야 하는 데 비해 마이크로 LED는 기존 LED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투자액이 적다.

삼성전자가 OLED TV 양산을 건너뛰고 차세대 기술인 마이크로 LED로 넘어간 이유는 대형 OLED 시장은 이미 LG디스플레이가 시장 패권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OLED 패널을 만드는 회사는 LG디스플레이뿐이다. LG전자는 OLED TV에 화이트유기발광다이오드(WOLED) 방식을 도입했다. WOLED 방식은 백색 OLED에서 나오는 빛을 빨강·초록·파랑(RGB) 컬러필터에 투과해 색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삼성전자가 OLED TV를 생산하려면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사 LG전자와 마찬가지로 WOLED 방식으로 생산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기술적으로 LG에 종속될 수도 있는 셈이다. LCD 패널 시장의 경우 액정을 제조하는 독일 머크가 시장을 좌우했다. 머크는 액정의 빛 투과와 관련한 모든 특허를 쥐고 있고 생산을 독점하는 바람에 액정 공급량에 따라 LCD 패널 및 LCD TV 시장이 움직였다.

LCD 몰락 속 당분간 OLED 천하 펼쳐질 듯


▎LG전자의 초대형 곡선형 OLED 디스플레이.
물론 LG전자도 마이크로 LED를 개발 중이다. 이번 CES에서도 145인치 리얼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지름 50μ(미크론) 이하의 마이크로 LED로 만든 48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모자이크 형태로 구성했다. 그러나 단기간 상용화에는 회의적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마이크로 LED가 확장성·디자인 등 상품화 측면에서 강점이 있을 수 있지만, 화질·디자인·가격 등 측면에서 WOLED를 넘을 수 없다”며 “가정용 제품은 특별한 강점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LED도 작은 LED를 촘촘하게 배치했을 뿐이라 특성을 찾기 어렵고, 가격이 비싸 가정용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패널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나온 발언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마이크로 LED는 아직 경제성이 떨어지는 제품이다. 마이크로 LED를 UHD(초고화질) TV에 적용하려면 약 2500만개의 LED가 필요하다. LED 개당 가격을 1원으로 잡아도 TV 디스플레이 단가만 2500만원에 달한다. 또 생산 공정에 있어서도 한 시간에 LED를 1만개 박는다고 가정하면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데만 2500시간(약 104일)이나 소요된다. 아직은 대형 TV보다는 소형 디스플레이에 적합한 셈이며, 가격 인하와 대량 생산 체제 구축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런 가격과 수요 부족 문제는 삼성전자도 인식하고 있다. 한 사장은 마이크로 LED 가격에 대해 “한창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고, 수요와 관련해서는 “편차가 커 수요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B2B(기업 간 거래) 제품은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노력해야겠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결국 당분간 마이크로 LED보다는 OLED가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LG전자는 경기도 파주의 LCD 라인을 대부분 걷어내고 10.5세대 OLED 생산라인 구축을 2023~25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 1분기 중으로는 중국 광저우에 8.5세대 OLED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간다. 축구장 10개 크기로 짓는 이 공장에선 55·65·77인치 등 대형 OLED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LG디스플레이의 이런 공격적 행보는 양산 체제 구축에 따른 OLED 가격 인하로 이어져 LCD의 몰락을 부채질하는 한편, OLED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OLED 비중은 2018년 20.5%에서 2025년 40.2%로 커지는 데 비해 LCD 비중은 같은 기간 78.8%에서 59.3%로 떨어진다.

OLED TV 생산회사는 LG전자와 미국 비지오, 중국 샤오미·스카이워스·콩카·창홍·하이센스, 일본 소니·도시바·파나소닉·샤프, 유럽 필립스·그룬딕·뢰베·메츠·베스텔·뱅앤올룹슨 등 18개사로 최근 1~2년 새 크게 늘었다. 세계 유일의 대형 OLED 패널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로서는 OLED 진영의 우군 확대는 반가운 일이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TV 시장의 대목인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OLED로 TV 시장 전환에 나설 계획이라 LG디스플레이로선 그간의 부진을 털어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세계 1위 LCD 패널 제조사로 올라선 중국 징둥팡(BOE)이 465억 위안(약 7조9000억원)을 들여 OLED 생산라인을 짓기로 하는 등 경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시장 바뀔까, 글로벌 제조사 마이크로 LED 기웃


글로벌 가전회사들도 양수겸장을 취하고 있다. 시장이 언제 급격히 바뀔지 모른단 판단에 OLED와 더불어 마이크로 LED 상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디스플레이 시장 전환에 나서고 있는 중국이다. 마이크로 LED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리야드·TCL·하이센스는 일찌감치 마이크로 LED 시제품을 선보였고, 콩카 역시 마이크로 LED에 2억 달러 넘게 투자했다. 특히 콩카는 삼성전자의 대형 마이크로 LED TV 더 월을 겨냥하는 듯 ‘스마트 월(Smart Wall)’이란 이름의 마이크로 LED TV를 올해 CES에 출품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2013~14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LCD 패널 시장을 석권했으나, 경쟁 과잉과 패널 가격 하락으로 경영난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을 리드하는 한국 기업들이 OLED로 발 빠르게 전환하자 시장 흐름을 놓친 실정이다. 마이크로 LED 등 한발 앞선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응하는 양상이다. TV의 정통 강자 일본의 소니는 물론 대만의 PC 및 LED 제조사 에이서·에이수스·MSI·에피스타·렉스타 등도 마이크로 LED 사업에 뛰어들었다. 게임용 모니터 등 제품군도 다양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외에 아직 QLED TV를 출시한 회사는 없기 때문에 사실상 기술 표준은 마이크로 LED와 OLED 사이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고위 관계자는 “당장 마이크로 LED는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했고 가격이 비싸다”면서도 “다만 OLED가 스마트폰 등 소형 제품부터 공급됐듯, 소형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차세대 공정이 등장하면 대중화가 앞당겨질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사진 : 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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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1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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