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김중곤 NH투자증권 ECM 본부장] “기업공개 시장 위축 불가피하지만 평소대로 준비” 

 

현대카드 상장 연기 전달받은 바 없어

▎김중곤 NH투자증권 본부장은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오늘만 산다’는 말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급락에 대해서도 “시장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데 지금 아무것도 안하면 시장이 회복되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NH투자증권은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10년이 넘도록 선두에 위치하며 자부심을 쌓았다. 지난 2019년에도 1조원이 넘는 주관 실적을 올리며 선두에 올랐다. 2020년에는 SK바이오팜과 현대카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기업들의 상장 작업에서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다. 최근 증시 부진에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NH투자증권에서 기업공개를 이끌고 있는 김중곤 ECM 본부장의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 일답.

최근 증시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기업공개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단기간의 증시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소대로 준비하고 있다. 상장 작업은 단기간에 마무리 되지 않는다. 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하는 데 2주에서 두 달 정도 필요하다. 승인을 받고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면 15 영업일 뒤에 효력이 발생한다. 공모 시점은 그로부터 4개월 뒤다. 따라서 시장이 회복되는 것을 보고 상장 작업을 시작하면 늦다. 2020년에 상장할 회사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국내 기업공개 시장 전반이 침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기업공개 시장 전망은?

어쩔 수 없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주관 실적을 채우기 위해 기업들의 등을 떠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채 발행이나 외환거래 등의 금융 업무는 반복적이라 시장 상황이 유리하거나 불리해도 결국 평균에 수렴한다. 반면 기업공개는 기업 입장에서 설립 후 딱 한번 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 대신 매각을 선택하는 사례도 종종 보인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은 이미 몸값이 너무 비싸서 상장 시장으로 넘어오지 못하고 있다. 투자받을 때 적용한 가격을 상장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쉽지 않다. 기업이나 투자자 양쪽 모두 눈높이가 다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PO시장에서는 의미가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눈높이가 다른가?

최근 사례로 배달의 민족이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요기요와 사실상 한 회사가 됐고, 조 단위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가 됐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달의 민족이 시장점유율 싸움을 하면서 쿠폰을 뿌리는 등 마케팅 비용으로 3000억원 이상을 쓴다. 요기요도 마찬가지다. 두 곳이 결합하면 7000억원 가까운 비용을 안 써도 된다. 이 정도 비용을 아낀다면 6년이면 4조원을 뽑을 수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그들끼리는 가치가 있어도 주식시장으로 넘어오기에는 너무 비싸다. 배달의 민족이나 마켓컬리처럼 매출 성장성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손실이 큰 회사를 상장시장에서 사줄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기업 초기 투자자와 상장 기업 투자자의 기준이 다른 이유는?

올해도 성장사다리 펀드나 모태 펀드 등에서 많이 돈이 풀린다. 민간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유동성이 풍부하다. 이렇게 한꺼번에 너무 돈이 많이 풀리다보니 기업가치가 순식간에 올라가버린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고용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꼭 비상장기업만 유니콘이 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시장과 마찬가지로 상장 시장에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유니콘의 상장은 앞으로도 어렵다고 봐야 하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기업들은 조금 더 일찍 주식시장에 진입했어야 한다. 그러나 상장규정의 기술 특례 규정이나 사업 모델 특례 규정 등은 비교적 얼마 전에 생겼다. 그 사이 장외에서 유니콘이거나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이 주식 시장으로 못 넘어왔다. 특례가 생겼으니 앞으로는 손실이 나더라도 사업모델이 뛰어나거나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이 상장 시장에 진입하기 수월할 것이다.

BTS의 성공으로 빠르게 성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주관사를 맡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아주 드물게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는 회사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고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BTS가 군대 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기업으로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BTS 이후에도 지금 창출하는 이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 따라서 상장 작업을 진행하면서 BTS를 완전히 지우고 기업가치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BTS를 지우고 본 기업가치는 상장하기에 적합한가?

BTS 같은 그룹을 또 다시 키워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본다. 더구나 BTS를 통해 경험도 쌓였다. 국내 기업 가운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처럼 소속 아티스트의 글로벌 투어를 수십 번 이상 진행해본 곳이 없다. 전세계적으로 스타디움 규모에서 연 5차례 이상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5명 내외라고 추산된다. 여기에 BTS가 포함된다. BTS가 공연을 갈때는 컨테이너 50개가 움직인다. 이런 걸 준비해본 회사가 거의 없다. 만약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BTS급의 아티스트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경험 외에 또 다른 측면은 플랫폼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위버스(weverse)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팬들이 BTS를 포함해 세븐틴, 여자친구, TXT 등 소속 아티스트들과 소통하고 관련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이런 걸 운영하는 회사도 빅 히트뿐이다.

성장이 정체된 카드업종의 현대카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성장성 측면에서 카드업종이라고 하면 카드론을 생각하고 돈장사 하는 회사 혹은 가맹점 수수료 받는 회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대카드를 보면 진정한 핀테크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카드는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코스트코 제휴 카드를 생각하면 된다. 이것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존의 기성복 같던 카드가 아니라 개인별 소비행태에 맞춘 혜택을 부여하려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났지만 아직까지 현대카드에서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확정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 하던 대로 준비 중이다.

지난해 기업공개 시장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상장 공모 리츠였다. 최근에는 해외 부동산 리츠도 주목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리츠코크랩과 NH프라임리츠 등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최근 소개되고 있는 해외 부동산에 기반한 리츠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공모 시장에 적합한지 확신하기 어렵다. 해외자산을 산다는 것은 외화를 통해서다. 부동산 자체가 갖고 있는 리스크에 환리스크가 추가된다. 사모시장이라면 괜찮겠지만 공모시장에서는 다른 투자처에 비해 수익률이 조금 높으면서 안전한 자산을 원한다. 2019년에 호주 부동산 관련 상품에서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스스로 안심할 수 없는 자산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는 없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28호 (2020.04.0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