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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우선모드’ 쓰는 5G 고객들] ‘5G 불통’ 불만, 따지는 고객만 보상 

 

품질경쟁보다 마케팅에 주력… “5G 단말기서 LTE요금제 못쓴다” 제동도

▎지난해 12월 참여연대는 5G 상용화 이후 먹통 현상을 호소하는 가입자들의 사례를 접수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사진은 참여연대의 김주호 민생팀장(왼쪽)이 분쟁조정신청 배경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5G 상용화 1년, 우리나라 5G 서비스 가입자는 500만명이 넘었다. 체감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다 커버리지가 부족해 사실상 LTE와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지만, 기지국 등 인프라 구축에 비하면 비교적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5G 고객 유치 비결은 통신망의 경쟁력 보다는 마케팅, 즉 유통망에 지급한 판매장려금(리베이트)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 SK텔레콤의 지난해 마케팅 비용은 5G 가입자 유치에 따른 비용증가 영향으로 전년(2조9110억원) 대비 5.5% 증가한 3조700억원을 기록했고, KT 역시 마케팅 비용이 2조7382억원으로 전년(2조3121억원) 대비 18.4% 늘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도 전년(2조663억원) 대비 8.7% 늘어난 2조2460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이 같은 가입자 유치 경쟁은 결국 ‘서비스 품질 불만’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서비스가 금방 개선되겠지”란 기대를 가지고 5G 요금제를 선택한 고객들의 불만이 점점 더 커져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10명 중 8명은 5G 서비스 ‘불만’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5G가 상용화 된 지 6개월차인 지난해 10월 참여연대가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등과 함께 국내 5G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180명)의 76.6%가 5G 서비스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불편사항으로 ‘5G 가용 지역 협소(29.7%)’, ‘5G와 LTE 전파를 넘나들며 통신 불통 또는 오류 발생(25.6%)’, ‘기존 서비스에 비해 과도히 비싼 요금(22.8%)’ 등을 꼽았다.

이는 이동통신 3사의 5G 기지국이 태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지국이 대부분 야외에 집중되어 고객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실내에서 5G 서비스의 활용도가 더욱 떨어진다. 게다가 5G 신호는 직진성이 강해 기지국에서 쏜 전파가 실내에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회 노웅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준공신고를 완료한 5G 기지국 10만8897국 중 96%인 10만4618국이 지상 기지국이다. 옥내 기지국은 1586국에 불과했고 지하와 터널은 각각 549국, 2144국에 그쳤다. 통신사 관계자는 “실내에서 원활한 5G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실내 중계기 구축이 필요한데, 건물주와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우선 사람이 많이 몰리는 다중이용시설과 지하철 등을 중심으로 이통3사가 공동으로 실내 중계기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지국이 수도권에만 집중된 것도 한계다. 기지국 10만8897국 중 절반에 해당하는 4만9910국이 서울과 경기 지역에 몰려있어 수도권 외 지역은 커버리지 자체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커버리지에 포함되는 지역에서도 5G 신호가 약한 경우 LTE와 5G를 수시로 오가며 먹통이 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해 소비자들은 불편이 크다.

결국 소비자와 통신사간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5G 서비스 불통을 겪은 소비자 7명을 대리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비용과 시간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개별소비자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기는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으로 소송이 아닌 조정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이후 100명 이상이 추가 분쟁조정을 희망한다는 연락이 왔고 명확한 증거자료를 확보한 사례 14건을 추려 2차 분쟁도 신청한 상태다.

참여연대는 이통사가 5G 서비스 가입을 유치할 때 ‘기지국과 관련한 불편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 고객의 동의를 받는데, 이것만으로는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한 사전 고지가 충분치 않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가입자의 동의는 간헐적으로 5G 망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에 동의한 것이지 정상적인 5G 서비스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서 동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가입자가 생활하는 지역권에 언제 5G 기지국이 설치돼 정상적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지 등 정확한 안내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뿐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도 5G와 관련해 40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방통위는 지난해 6월 통신분쟁조정접수센터를 개설해 통신 분쟁이 발생한 이용의 조정 신청을 받고 있다.

실제 통신분쟁조정위의 조정 사례도 있다. 조정위는 KT의 5G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잦은 불통 현상을 겪어 조정을 신청한 한 사례에 대해 당사자간 자율적 합의를 권고했고, KT는 4개월간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에게 32만원의 보상금을 제안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를 거부하고 위약금 없는 가입해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측은 KT가 32만원의 보상금을 제시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에게만 보상안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보상안을 제시한 것은 KT 측의 공식적인 제안이 아니라 중도해지 등을 관리하는 개별 지사나 대리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약관상 기준에 따른 손해보상 이 외에 별도의 보상 기준은 없다”고 해명했다.

‘LTE 요금제 변경’ 편법에 내몰린 소비자

현재 5G 서비스 사용자들은 요금제 유지약정이 지나더라도 통신사의 고객센터를 통해서는 LTE 요금제로 변경이 불가능하다. 실제 기자가 사용중인 5G 요금제를 LTE 요금제로 변경하기 위해 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5G 단말기’로 등록이 돼 있기 때문에 LTE 요금제로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5G 단말기에서 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방법들이 퍼지고 있다. LTE 단말기에 유심칩을 옮겨 꽂은 뒤 통신사 애플리캐이션에서 LTE 요금제로 변경하고, 해당 유심을 다시 5G 폰에 꽂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5G 단말기에서 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게 불가능 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통신사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 사용되는 5G 단말기에서 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5G 서비스와 LTE 서비스 가입약관이 다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요금제를 변경해줄 순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은 LTE 공기계를 활용한 요금제 전환 방식에도 위약금을 적용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섰다. SK텔레콤은 신규·기기변경한 가입자가 특정 요금제를 6개월(180일) 동안 유지한 뒤 요금제를 하향하면 위약금(차액정산금)을 면제해 주는 무료 부가서비스 ‘프리미엄 패스1’의 약관을 바꿨다. 지난해 12월 2일 이후 가입자는 6개월 이후 요금제를 변경하더라도 위약금을 물도록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5G 단말기를 LTE로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대리점에서 안내하지 못하도록 공문을 내린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29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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