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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를 잡아라, 셀프 네일 시장] 美 데싱디바 추격나선 토종브랜드, 젤라또랩·글루가 

 

10초 만에 완성하는 스티커 형태 기술력이 무기… 개인 맞춤성 강화해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셀프 네일 시장규모는 2018년 724억원이다. 업계는 지난해엔 900억원, 올해엔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가 했어~”

요즘 2030 여성이 치장한 손톱을 자랑하며 하는 말이다. 종전까지 네일숍을 찾아 손톱 미용을 하는 여성이 많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집에서 스스로 손톱을 정리하고 꾸미는 ‘셀프 네일’ ‘D.I.Y. 네일’이 보편화하고 있다.

셀프 네일의 인기는 셀프 네일 제품의 매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CJ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에 따르면 2019년 네일 관련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 역시 2019년 네일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4.7% 올랐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유통채널로 판매된 국내 셀프 네일 제품 시장 규모는 2018년 724억원이다. 업계는 2019년엔 전년보다 더 매출이 올라, 시장 규모를 900억원으로 추정한다. 올해는 1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셀프 네일 시장의 확대에는 진화한 기술력이 한몫했다. 액체를 바르는 매니큐어에서 최근엔 손톱 또는 발톱에 플라스틱 제품을 붙이는 부착 형태까지 개발됐다. 직장인 최승희(32)씨는 “매니큐어는 바르고 난 다음 매니큐어가 마를 때까지 최소 1시간은 꼼짝도 못 하지만 스티커 형태 제품은 약속 바로 직전에 스티커를 손가락에만 맞게 붙이기만 하면 된다. 10초도 걸리지 않아 편리하고 디자인 작업이 완성된 제품이라 따로 그림을 그리고 파츠를 올리는 작업을 추가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부착형 셀프 네일 제품의 매출 신장은 전체 네일 관련 제품 매출 신장보다 높다. 올리브영은 2019년 부착형 셀프 네일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9% 늘었고, 랄라블라도 같은 제품군의 2019년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8.6% 증가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부착형 네일 제품만 개발하고 판매하는 전문 브랜드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1세대 부착형 네일 제품 브랜드로는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데싱디바’가 있다. 제품은 딱딱한 플라스틱 형태로, 다양한 크기의 플라스틱 손톱 형태를 한 제품에 여럿 넣어 소비자가 자신의 손톱 크기에 맞는 형태를 골라서 붙일 수 있게 제작했다. 대형 화장품 기업에서 상품의 한 카테고리로 내놓은 기존의 부착형 제품은 접착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다. 그러나 데싱디바 제품은 강력한 접착력으로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김태언 GS리테일 차장은 “다양한 브랜드의 네일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2019년 랄라블라에서 판매된 부착형 네일 제품의 60%가 데싱디바”라고 말했다.

국내 1000억대 시장 놓고 해외·토종 브랜드 각축전


데싱디바에 이어 국내기업도 강력한 기술력을 들고 후발주자로 나서고 있다. 얇은 스티커 형태 제품을 개발한 젤라또랩의 ‘젤라또팩토리’다. 젤라또랩은 국내 네일숍 정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젤라또’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애플리케이션으로 수집한 네일 디자인 정보를 활용해 스티커 제품을 제작하는 게 특징이다. 애플리케이션 기능에는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네일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있는데, 이를 통해 젤라또랩은 자동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120만명이 선택한 인기 네일 디자인을 수집한다. 한수지 젤라또랩 매니저는 “네일 디자인도 패션의 일부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한데, 우리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요즘 가장 유행하는 네일 디자인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제품을 빠르게 제작하기 때문에 디자인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2017년 11월 처음 브랜드를 런칭한 이후 지난해까지 350만개의 상품이 판매됐고 현재 700여종의 각기 다른 디자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일 스티커 OEM 기업이던 글루가는 지난해 2월 자체 브랜드 ‘오호라’를 선보였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학생 3명이 설립한 글루가는 ‘반경화 젤네일’ 특허를 받아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부착형 제품을 내놨다. 단순히 접착제로 손톱에 플라스틱 제품을 붙이는 게 아닌, 네일숍에서 LED(발광다이오드) 램프 빛을 이용해 제품을 딱딱하게 굳히는 과정까지 더해 완성된 네일 미용의 지속성을 2~3배 늘렸다. 글루가가 개발한 제품은 네일숍에서 사용하는 젤 네일의 원료를 60%만 굳혀서 스티커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산 소비자는 스티커를 손톱에 붙인 후 집에서 나머지 40%를 LED 램프로 마저 굳히고 사용하면 된다. 네일숍에서 젤 네일 관리를 받은 효과를 집에서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셈이다.

글루가의 기술력을 보고 이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사인 에코마케팅은 글루가에 4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에 해당하는 주식 30만301주를 취득했다. 정준일 에코마케팅 담당자는 “세계적으로 네일 시장이 커지는 것을 파악하고 글루가 기술력 가치가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도 빛을 바랄 것을 전망하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며 “단순 투자만한 것이 아니라 에코마케팅의 10여 명의 직원이 글루가로 파견을 가서 오호라 제품 마케팅 전략을 공략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코마케팅의 투자 이후, 전문 마케팅 효과가 더해지면서 브랜드 오호라의 매출액 상승을 예상한다”며 “글루가의 해외 진출 시점과 성공 여부에 따라서 주가 가치가 차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호라는 미국 뉴욕에 숍을 운영하고,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유바이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젤로또랩은 2018년 11월부터 젤라또팩토리 제품 해외 판로를 뚫었다. 특히 2019년 6월부터 시작한 일본 시장 반응이 폭발적이다. 젤라또랩에 의하면 2019년 6월 이후 현재까지 일본 매월 매출이 전월 기준으로 20%씩 성장하고 있다. 젤라또랩의 한 매니저는 “이번 3월에 일본 소비자가 선호하는 네일 디자인을 파악해, 일본 시장을 겨냥한 신상 디자인 5종을 출시했는데 이는 출시 2일 만에 모든 제품이 품절됐다”고 말했다. 또 해외시장에 진출한 1년 만인 2019년 11월 젤라또랩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해서 400% 신장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부착형 네일 제품으로는 데싱디바를 비롯해 키스뉴욕, 네일스네일, 다이아나, 맥퀸뉴욕, 매디슨애비뉴 등이 있지만 모두 두껍고 딱딱한 플라스틱 제품을 붙이는 형태로 일률적이다. 얇고 부드러운 재질의 젤라또팩토리 제품과 젤 네일 원료를 60%만 굳힌 오호라 제품은 기존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다른 형태로 차별화된다.

여유시간 만들어주는 ‘시간 단축 제품’으로 인기


▎1. 부착형 네일 제품 1세대인 데싱디바. / 2. 얇은 스티커 형태 제품으로 개발된 젤라또팩토리. / 3. 젤 원료를 60%만 굳혀서 만들어진 오호라.
그렇다면 부착형 셀프 네일 제품은 왜 잘 팔릴까. 먼저 꾸미는 시간을 줄여주는 ‘시간 단축 제품’인 것이 한 이유로 꼽힌다. 네일숍에 가면 관리를 받는데 기본 1시간이 걸리고, 매니큐어 역시 바르고 나면 제품이 마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1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티커 형태는 10개 손가락에 제품을 부치는 시간으로 짧게는 10초, 길면 10분 안에 완성할 수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19년 해외시장 예측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사회진출 많아질수록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시간 단축형 뷰티 제품’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에게 네일숍 방문은 ‘사치’였다면 집에서 몇 분 안에 꾸밀 수 있는 네일 스티커는 ‘힐링템(힐링을 가져다주는 아이템)’이 된다. 워킹맘 이금희(40)씨는 “직장에서 미혼인 후배들이 네일숍을 다녀온 걸 보면 부러웠지만, 항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같이 가지는 못했다”며 “스티커 네일 제품이 출시된 이후론 퇴근길에 제품을 사서 잠자기 전에 간단히 스스로 손톱을 꾸민다. 화려하게 변한 손톱을 보면 신체에서 작은 부분이지만 나 자신이 예뻐진 것 같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소비를 이끈다. 지난해 한국의류산업학회지에 실린 설문조사 ‘셀프 네일 팁 제품 및 착용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부착형 셀프 네일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로 저렴한 가격을 선택한 사람이 37.2%로 가장 높았다. 스티커 네일 제품은 네일숍에서 관리를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네일 숍 관리비용은 5~10만원이고 부착형 네일 제품은 1만~2만원이다.

네일숍 이용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꼽히는 ‘위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네일숍에서는 손톱의 큐티클을 제거하는 네일케어 도구들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위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방문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큐티클을 정리하다 피라도 나면 더 큰 문제였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도구로 인해 C형 간염과 같은 전염성 병원균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프 네일 제품은 자신만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개인마다 다른 손톱 두께에 적용하기엔 한계

하지만 부착형 셀프 네일 시장에도 한계점은 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소비하는 스킨케어 제품과 달리, 2030 여성이라는 특정 소비자가 이용하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중장년 여성, 꾸미길 좋아하는 남성을 위한 다양한 디자인 제품군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또 현재 부착형 셀프 네일 제품에는 손톱 유분기를 제거하는 솜 제품만 들어 있을 뿐, 네일 관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처리 제품은 포함하지 않는 것도 한계다.

김수경 네일 아티스트는 “네일숍에서 한 것과 손톱 미용의 완성도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스티커 제품을 몇 번 붙이고 다시 네일숍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많다”며 “사람마다 손톱 두께가 다른데 부착형 제품은 모두 같은 두께로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제품이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29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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