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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잡는 에어샤워’ 남동규 퓨리움 대표] “에어샤워가 일상 에어가전 시장 열 것” 

 

초미세먼지 제거, 항균·소독 시스템 상용화 성공… 사우디·일본에서도 주목

▎남동규 대표는 “에어샤워를 일상적 공간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상용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피하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손 씻기를 생활화한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바이러스가 내 몸에 붙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늦게야 알았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집 현관이나 사무실 출입구에서 바이러스와 먼지를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남동규 퓨리움 대표의 사업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퓨리움은 병원 음압병동이나 반도체공장 등 청정시설에서 볼 수 있는 에어샤워(Air shower)기 전문 제조업체다. 대개는 출입시 ‘클린룸’을 통과하도록 하는데, 방진복을 입고 고글을 쓰고 들어가면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로 온몸의 먼지와 바이러스를 털어준다. 퓨리움에서 개발한 ‘스마트IoT 에어샤워’는 방진복을 입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지난해 10월 ICT 융합 품질인증을 획득했고, 조달청 2차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됐다. 12월에는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가 선정한 산업융합품목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남 대표는 “에어샤워를 일상적 공간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상용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마트IoT 에어샤워 모양을 보면 공항 보안검색대를 떠올리게 한다. 문(門)이면서 통로이기도 하다. 이곳을 통과하는 동안 잠시 서 있으면 센서가 자동으로 사람을 감지해 바람으로 먼지를 털어준다. LED 살균기가 작동하면서 바이러스까지 제거한다. 동시에 집진 필터가 먼지와 바이러스를 빨아들인다. 남 대표는 “바람 한 점까지 인체에 해롭지 않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IoT 에어샤워를 ‘일상 에어가전’이라고 했다. 산업용 장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교하는 학생, 병원에 가는 어르신들도 평상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할 수 있습니다.”

남동규 대표는 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NIA(한국정보화진흥원), KT에서 사물인공지능 분야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았다. 2009년에 IoT를 국내에 소개하며 다양한 융합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가 회사를 나가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바람 쐬는 동안 16개 LED 전구가 바이러스 살균

남 대표가 주목했던 건 환경, 특히 ‘실내 환경’과 관련한 장치였다. 공기청정기 하나로 실내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초로 시도한 제품은 산소 발생기였다. 실내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면 공기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6개월을 매달렸지만,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방향을 튼 그는 스마트IoT 에어샤워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역시 실패의 연속이었다. 남 대표는 “제일 중요한 게 먼지를 털어주는 바람의 역할인데 그런 바람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미항공우주국(NASA)에 메일을 보내 우주선이 날아가는 원리를 문의하기도 했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에어샤워에 필요한 바람을 내는 장치를 개발했다.

센 바람으로 먼지를 날려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남 대표는 “먼지는 옷에 ‘묻은’ 것이 아니라 ‘붙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풍기를 강풍으로 틀어놓는다고 먼지를 날려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핀셋으로 집어내듯 작은 회오리바람으로 먼지를 털어주는 게 기술”이라고 했다. 바람으로 바이러스까지 제거하기는 어렵다. 스마트IoT 에어샤워에는 LED 전구가 16개가 들어간다. 사람이 바람을 쐬는 동안 살균기가 작동해 바이러스를 잡는다. 그는 “작은 공기청정기 한 두 대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스마트IoT 에어샤워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작동한다. 자동으로 집안의 공기 질을 측정하고 공기가 순환할 수 있게 한다. “실내 공기를 흔들어준다”는 게 남 대표의 표현이다. 고인 물이 탁해지듯 공기도 움직이지 않으면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바람을 일으킨다. 순환하는 공기가 스마트IoT 에어샤워 필터를 거치게 만들어 깨끗하게 한다.

남 대표는 자동차 전장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제어기술은 자동차 전장기능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작은 공간에 여러 기능을 압축해 넣으면서도 세밀하고 안전하잖아요. 전기요금이요? 가정용 220v 전기로 사용할 수 있고, 하루 9시간 작동하는데 월 2만원 수준입니다.” 다양한 기능을 넣기 위한 디자인 고민도 깊었다. 3D 프린터를 구입해 약 1000번을 찍어보고,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시제품을 10번이나 만들었다.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이라고 협업을 거부하는 회사도 많았다. 숱하게 찾아가 기술을 설명한 뒤에 신뢰를 얻었다고 했다.

남 대표는 퓨리움의 기술력에 대해 자신한다. 특허, KC 인증, ICT 융합 품질인증도 받았다. 최근 대학교, 어린이집, 어학원, 육아종합지원센터, 쇼핑몰 등에 스마트IoT 에어샤워를 설치했다. 그가 자랑하는 곳은 차병원이다. “국내 대표 병원 중 한 곳이잖아요. 여성과 아기, 특히 건강 문제에 민감한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저희 제품을 설치했다는 건 그만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에어샤워기 산업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일상생활용 에어샤워기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남 대표는 이 시장이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미세먼지, 바이러스 등의 문제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환경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해외에서 제품 판매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요. 사우디 등 관광객이 많은 중동지역,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에서 이 제품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크기와 성능을 고려할 때 아직 가정용으로 보급되기는 어려운 한계점도 있다. 스마트IoT 에어샤워 1대는 약 3000㎡(약 1000평)를 관리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는 사무실이나 호텔, 관공서용으로 많이 쓰인다. 향후 성능을 개선하고 크기를 줄여 보급형, 가정용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게 남 대표의 목표다. “앞으로 한 건물에 1대는 설치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제품에 얼마든지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앞서 시도했던 산소 발생기는 물론이고, 먼지 스캔 기능이나 외부환경 알림 기능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개선하는 종합 IoT 기기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31호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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