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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푸드 도전장 내민 식품기업 명암] 수입산 ‘독무대’, 국내기업에겐 ‘계륵’ 

 

CJ제일제당·빙그레 철수… ‘수입산에 뒤지지 않아’ 인식 확산 중요

▎한 대형마트 반려동물 코너에 사료와 간식이 진열돼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반려동물 산업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를 피해 집에서 반려동물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펫콕족’ 덕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원대에 이른다.

반려동물 시장은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소득증대로 매년 평균 10%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그 증가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두 배 규모로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려동물시장 절반 이상 ‘먹거리’가 차지

반려동물 산업은 식품부터 관련 용품, 영상 콘텐트, 장례상품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그중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료와 간식으로 대변되는 펫푸드 시장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식품기업을 중심으로 펫푸드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며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동원F&B의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은 최근 ‘뉴트리플랜 모이스트루주식’을 출시하고 반려견 습식 시장에 진출했다. 습식사료는 건식사료에 비해 수분 함량이 많고 영양이 높다. 원 재료를 거의 그대로 보존하면서 익히는 공정을 거쳐 캔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제품으로 소화가 잘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식사료보다 가격이 비싸고 유통기한이 짧다는 게 단점이다.

2014년 펫푸드 시장에 뛰어든 동원F&B는 5월 펫푸드 전문 온라인몰 ‘츄츄닷컴’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츄츄닷컴’은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사료와 간식부터 장난감, 이·미용품 등 다양한 펫 용품을 판매하는 펫 전문몰이다.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등 48개 전문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이전까지는 자사가 운영하는 식품 전문 온라인몰 ‘동원몰’을 통해 펫푸드를 판매해왔다. 동원F&B 관계자는 “다양한 펫 용품을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전문 온라인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별도의 온라인몰을 개설하게 됐다”며 “전문적인 펫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반려동물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풀무원은 2013년 ‘아미오’ 브랜드로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풀무원은 펫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족들의 프리미엄 사료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해당 품목에 대한 R&D에 주력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2017년 ‘하림펫푸드’를 계열사로 분사하고, 펫푸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어 사람도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사료를 표방한 브랜드 ‘더 리얼’을 운영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도 홍삼 성분을 함유한 반려동물 건강식 브랜드 ‘지니펫’을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도 최근 ‘펫츠온’ 판매 프로세스 개발자 공개 채용에 나섰다. 펫츠온은 국내 최초로 유산균을 활용한 펫푸드로, 2017년 연구개발에 착수한 브랜드다.

‘펫콕족’ 증가에 힘입어 사업에 속도를 내는 기업과 반대로 사료시장에서 철수한 회사도 있다. 이 시장의 초기 진입자였던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펫푸드 브랜드를 론칭하며 국내 업계에서 선두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진출 초반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할 만큼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지난해 비상경영을 발표한 후 프리미엄급 사료시장에서 손을 뗐다. 빙그레 역시 2018년 유제품 생산 노하우를 활용해 반려동물 전용 우유인 ‘펫밀크’를 출시했으나 지난해 말 펫푸드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수입산 브랜드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았던 탓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펫푸드 시장은 로얄캐닌·퓨리나·시저·네추럴펫 등 외국 브랜드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반려동물 사료는 사람에게는 분유와 같다. 초기에 반려동물에게 잘 맞는 제품을 정하면 어지간해선 교체하는 법이 없다. 다른 브랜드 사료를 거부하거나, 먹고 탈이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수입산과 동일한 품질에 낮은 가격을 표방했지만 프리미엄급 사료일수록 수입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대형마트보다 동물병원이나 펫샵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마케팅만으로 국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어려운 점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유명 사료회사들이 오랜 경험과 R&D 기술을 바탕으로 수백 가지의 맞춤형 제품을 보유한 반면 국내 업체가 이를 따라가기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로얄캐닌·퓨리나 등 수입산 브랜드가 70% 장악


실제로 아직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 국내 업체는 드물다. 동원F&B는 2014년 펫푸드 브랜드 출시 당시 2020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 규모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00억원에 그쳤다. 하림펫푸드 역시 매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2018년 80억원, 2019년 7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하림펫푸드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까이 급증했다”며 “사업 투자기간이 끝나고, 시장에 안착한 만큼 수년 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산과 수입산 사료의 격차는 줄어드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산과 국산의 시장점율은 6대 4 정도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주로 중저가 제품에 머물러 고급화된 상품에 대한 시장 수요를 쫓아가지 못한 반면 최근에는 프리미엄 상품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총괄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며 “아파트에서 기르기 쉬운 작은 품종의 강아지 비중이 큰 국내 시장을 겨냥해 사료 크기를 줄이고, 식감을 부드럽게 하는 등 맞춤형 제품을 출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업 전반이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펫푸드는 당장 성과를 내긴 어렵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계륵’과도 같다”며 “반려동물 식품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 보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번 국산 사료를 구입해 본 소비자가 수입산에 비해 가격과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덧붙였다.

[박스기사] 우후죽순 ‘반려동물 메카 사업’ 지자체 - 의성군·춘천시·순천시·강릉시 등 나서…“특색 없는 예산낭비” 지적도


▎경북 의성군이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 문화센터를 6월 5일 개장했다. / 사진:의성군
경북 의성군은 반려동물 문화센터 ‘의성 펫월드’를 6월 5일 개장했다. 지자체가 나서 지은 반려동물 전용 문화시설로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의성군은 4만385여㎡ 부지에 국비 등 총 80억원을 들여 펫월드를 세웠다. 이곳은 놀이터와 수영장·캠핑장·카페 등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췄다.

의성군은 펫월드를 방문하는 인근 지역의 반려인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반려동물 관련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펫월드 개장식에서 “최근 농촌혁신을 통해 인구감소 등 위기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데 이번 펫월드 개장도 그 일환”이라며 “이와 함께 반려문화 정착과 지역 경제발전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도시’를 자처하는 지역은 의성군만이 아니다. 반려동물 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지자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살리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강원도 춘천시는 최근 ‘반려동물 산업 육성의 메카 도시’를 선포했다. 사람과 동물이 동행하는 도시를 만든다는 취지다. 춘천시는 2024년까지 사업비 600억원을 투입하는 ‘춘천시 반려동물 산업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춘천시에 적합한 바이오·문화·ICT·라이프·금융 등 반려동물산업 전반에 대한 사업을 육성할 예정이다.

특히 반려동물 분야별 산업육성을 위한 ‘춘천 반려동물 플랫폼’을 구축하고, 주거·여가·의료 등 반려동물산업과 반려인의 영역별 커뮤니티 구축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함께 반려동물 산업메카 도시의 인적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전남 순천시는 80억원을 투입해 조곡동 일대 1113㎡ 부지에 건축 연면적 2970㎡ 규모의 반려동물문화센터를 건립한다. 반려동물문화센터에는 반려동물 체험학습실·실내놀이터·입양센터·위탁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한 초보자들을 위한 교육과 반려동물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순천시 관계자는 “역세권 시설낙후와 상권기능 쇠퇴 회복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려인 등 관광객이 유입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또 반려동물 동반 숙박업소에 반려동물 침대·배변판·캣타워 등 물품구입비나 반려동물 놀이터·수영장 등 소규모 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관광객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강릉시도 반려동물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관련 전문 인재를 육성해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청년 창업지원 컨설팅 등 관련 산업 진흥·발전을 위한 거점 역할로 활용할 방침이다.

전국 곳곳에 반려동물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으니 일단 뛰어들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지역 내 반려인 인구가 수도권처럼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관광객을 끌지 못한다면 불필요한 예산 낭비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만큼 지자체 간 경쟁양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 특성을 살려 차별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39호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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