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교통정리 끝나면 IPO 나설 듯호반건설은 2018년 리솜리조트를 2500억원에 인수해 호반호텔앤리조트를 계열사로 출범했고, 지난해 SG덕평CC·서서울CC 등을 사들이며 레저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이 밖에도 제주 중문 퍼시픽랜드와 스카이밸리CC·하와이 와이켈레CC 등을 보유하고 있다.호반베르디움의 경우 지난해 사명을 호반프라퍼티로 변경하고 유통업계에 뛰어들었다.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를 사들여 농산물 유통 사업에도 진출했다. 호반프라퍼티는 금 유통 전문기업 ‘삼성금거래소’도 사들였다. 2011년 광주방송(KBC) 인수에 이어 지난해 포스코가 소유한 서울신문 지분 19.4%를 사들여 3대 주주가 됐다. 포스코 소유의 한국경제 지분 0.15%도 매입했다. 지난해엔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플랜에이치벤처스’도 설립했다. 2015년 우방이엔씨, 2016년 울트라건설을 인수해 몸집을 키운 호반건설이 본격 세력 확장에 나선 것이다. 호반건설은 2018년 자신보다 10배나 큰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2019년 말에는 M&A 전문가 최승남 대표를 선임해 건설산업보다는 신규사업 확대에 무게추가 기울었음을 드러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매출 2조4836억원(연결기준)로 전년 대비 50%가량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217억원에 달했다. 유동자산도 2조8960억원에 달해 기업 인수 여력은 충분한 편이다.호반건설의 이런 행보는 경영권 승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 대헌씨는 호반건설, 차남 민성씨는 호반산업, 장녀 윤혜씨는 호반프라퍼티의 최대 주주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계열사 일감 처리 등 교통정리가 끝나는 대로 기업공개(IPO)에 나설 전망이다.반도건설은 최근 경영권 분쟁에 빠진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며 항공업 진출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건설은 KCGI·조현아와 손잡고 3자 연합을 구축해 한진칼 지분 45.23%를 확보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 지분 41.30%를 크게 앞선다. 반도건설의 최초 지분율은 10%에 못 미쳤으나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며 단독으로 19.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도건설은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전제로 연합에 참여했으나, 경영공시에 한진칼 지분 매입 목적을 ‘경영 참여’로 신고해 여지를 남겼다.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항공산업 불황으로 최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의 인수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그간 꾸준히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다. 2015년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업에 진출했고, 지난해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와 리조트회사 오크밸리도 인수했다.중흥건설도 적극적 M&A 행보로 주목 받고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3년 안에 4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을 인수, 재계 20위권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호남지역 건설사인 중흥건설은 지방건설사라는 인식 때문에 그간 대규모 정비사업을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두산건설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중흥토건·중흥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00억원, 유동자산은 3조3000억원으로 평택·서산 도시개발 사업으로 2조7000억원 정도를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건설사들은 또 폐기물 처리 업체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견건설업체 아이에스(IS)동서는 올 상반기 M&A 최대어로 꼽히던 폐기물업체 코엔텍 인수에 성공했다. 코엔텍은 폐기물 매립과 소각, 열 판매 등을 하는 폐기물처리업체다. 하루 평균 매립처리량 344톤, 소각처리량은 488톤으로 SKC·SK에너지·롯데케미칼·현대자동차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 711억원, 영업이익 284억원을 나타냈다.폐기물처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일부 수익성을 보장받는 사업이다.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건설사들로써는 진출 유인이 많다. 특히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로 폐기물 처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수전에 태영건설·호반건설 등 건설사를 중심으로 10개 회사가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태영건설도 자회사 TSK코퍼레이션을 통해 폐기물 처리업체 프리텍 등을 인수했다. 베트남 최대 환경기업 ‘비와세(BIWASE)’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동남아와 중국 진출을 모색 중이다.
저성장기엔 전통 건설사 불리, 관리회사 부상할 듯GS건설이 플랜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영국 철골 건축 기업 엘리먼츠 등을 인수하며 모듈러 주택 시장에 나서는 등 대형 건설사들도 사업 다각화에 나선 상태다. GS건설은 모든 부채를 일시에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보유한 순현금이 많다.건설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한 시행사 대표는 “앞으로 건설 경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풍부한 자금력으로 바탕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제가 고도화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신규 건축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건설 경기는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버블 붕괴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도 대형 건설사가 잇달아 도산하고, 147년 역사의 타이세이건설의 사세도 쪼그라들었다. 이에 반해 리모델링과 사업개발, 금융 등에 초점을 맞춘 미쓰이부동산이 일본을 대표하는 건설회사로 떠올랐다.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고층 건물의 경우 새로 짓는 것보다 리모델링의 수익률이 높으며, 1인가구 증가, 인구감소 등의 인구 환경적 변화로 대규모 건설 수요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그간 국내 건설사들은 주택 시장에 몰입해 연구개발(R&D) 등 혁신 투자가 부족했다. 이런 경쟁력 부족을 M&A 등을 통해 보완하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