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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위협·도발하는 北 진짜 속사정] 대북전단은 핑계, 경제제재 완화 시그널 

 

교역 줄어 자금 마르자 당 지도부 ‘뇌물생태계’ 붕괴 우려가 마찰 자극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6월 4일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대남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김정일의 최측근인 최룡해의 며느리다. / 사진:중앙포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5월 31일부터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우선 그간 과정을 돌아보며 그 배경을 분석해보자. 북한이 대한민국을 향해 도발의 포문을 연 것은 6월 4일이다. 북한은 앞서 5월 31일 탈북자 단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비방 문구가 포함된 전단지 등을 풍선에 실어 북한에 살포한 것을 문제 삼았다. 북한의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발표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는 물론 북남군사합의 폐지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담화에 이어 9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문을 통해 9일 정오부터 남북간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13일에는 김여정이 다시 나서 군사행동까지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문을 내고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고 대적행동 행사권을 인민군 총참모부에 넘겼다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육해군 통합군 체제인 조선인민군의 군령기관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인 국무위원장의 직속기관이다. 산하 인민군 조직의 군사활동을 이끌고 대남공작 도발을 담당하는 정찰총국 등을 직접 지휘한다.

16일 오전에는 총참모부가 나서 “당 통일전선부로부터 비무장지대에 병력을 재진입시키고,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등의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오후 북한은 개성공단에 있는 남국공동연락사무소를 폭탄으로 파괴했다. 총참모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군부대를 재진입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북한은 입에 담기 힘든 모욕을 가하고 대한민국 국민 세금으로 지은 건물을 폭발하며 추가 조치를 압박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북한의 험악한 조치가 미국에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이 임박한 현재 북미회담의 의미와 성과(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와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지만 비핵화협의에서 성과를 얻어내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북한과의 관계에서 현상 유지에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자세가 북한의 불만을 불렀다는 이야기다.

안보리 경제제재, 코로나 국경봉쇄로 北 사면초가


▎북한이 한국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6월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지원센터를 폭파하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이에 대해 ‘냉면 목구멍’ 발언으로 유명한 북한의 이선권 외상은 12일 담화에서 북미 대화가 정치적 선전 재료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대선을 5개월 앞둔 미국의 트럼프에게 신호를 보낸 셈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에 숨통을 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미우리는 북한은 대미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키는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시작한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돌려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뚫어놓은 북미관계는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김정일, 북미관계는 김정은의 치적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이번에 남북 사이에 긴장을 연출하면서 미국에 ‘구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파탄 지경으로 몰면서 미국에 신호를 보내려 하는 내부 배경은 무엇일까? 현 단계에서 보면 그 핵심은 당연히 경제문제다. 북한은 첫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제 제재에 이어 올해 초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북중국경 봉쇄로 경제적 고통이 가중돼 왔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경제제재를 받는 이유는 핵실험 때문이다. 경제제재는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이후 모두 6차례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응이다. 안보리는 지금까지 만장일치로 10개의 결의안을 차례로 통과해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해왔다. 북한은 주요 외화 수입원인 석탄·광물·수산물을 수출하지 못하며, 정권과 충성파에게 필요한 사치품을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이 타는 마이바흐 승용차는 여러 나라를 돌아 수입됐다.) 석유 등 일부 생필품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대북 수출이 허용되지만 물량이 제한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경제제재로 북한을 압박해 핵무기 개발과 보유, 그리고 확산을 억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국가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 경제 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에 찬성해왔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안보리의 경제 제재는 북한에 상당한 압박을 주었을 것이다. 이조차 내성이 생겼는지 북한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대화를 통해 미국을 설득하고, 북미대화를 통해 직접 미국과 담판해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철회시키려고 시도해왔다.

북한 경제를 압박하는 또 다른 문제가 코로나19에 따른 북중 국경봉쇄다. 북한은 1월 23일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발 빠르게 전면 금지했다. 1월 30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으며, 2월 들어 항공편 해외 운항과 국제선 철도의 운행을 중단하고 외국인 출입을 금지하면서 국경을 봉쇄했다. 2월 29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북한 당국은 치료법 발견 전까지 국경을 계속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동을 잇는 다리는 계속 트럭이 통과하며 물자를 나르고 있다. 하지만 물량은 제한적으로 알려졌다.

폐쇄사회라 경제지표 제각각 추정도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에서 대화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선전 보도가 나온 적은 있다.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과 접경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영향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과 가까운 중국의 동북 3성에는 1억764만이 몰려 사는데, 이곳에서 지금까지 모두 1254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17명이 사망했다. 동북 3성 중 인구 3751만의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선 947명의 확진자(이하 괄호안은 사망자 13명)가, 인구 2691만의 지린(吉林)성에선 155명(2명), 인구 4352만의 랴오닝(遼寧)성에선 152명(2명)이 각각 나왔다. 이중 지린성과 랴오닝 성은 북한과 접경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은 물론 경제 규모를 추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북한은 경제 데이터를 외부로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추정한 수치도 기관에 따라 둘쭉날쭉한다.

북한은 유엔 2017년 통계로 국내총생산(GDP)이 173억6400만 달러로 192개 주권국가 중 115위, 1인당 GDP는 685달러로 178위다. GDP 1조 5775억 2400만 달러로 세계 11위, 1인당 GDP 3만25달러로 29위인 한국과 비교하면 GDP는 1.1%, 1인당 GDP는 2.28%에 불과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2017년 북한의 부문별 GDP 비율은 농업 22.5%, 산업 47.6%, 서비스업 29.9%이다.

해외 직접투자는 CIA 팩트북에 따르면 2015년 12월까지 18억78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대외 부채는 2011년 기준으로 200억 달러로 집계됐다. 북한의 경제성적표는 어떨까.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 -1.1%, 2016년 3.9%, 2017년 -3.5%, 2018년 -4.1%의 성장률을 보였다. 세계은행과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노동력은 2019년 1650만 명으로 이 가운데 78.2%가 고용인구다. CIA 팩트북이 2008년 추정한 부문별 고용 비율은 농업 37%, 산업 63%이다. 실업률은 25.6%로 추정됐다.

수출입 의존하던 중국거래 끊겨 대외교역 급감

주목할 점은 북한의 대외교역이다. CIA 팩트북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2억2200만 달러를 수출하고 23억2000만 달러를 수입했다. 주요 수출품은 광물·금속제품·섬유제품·농산물·수산물 등이다. 주요 수입품은 기계장비·섬유·곡물 등이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이 운영하는 경제복합성 관측소(OEC)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2억9100만 달러를 수출해 1인당 수입액이 11.4달러로 조사 대상 222개국 중 167위다. 수출은 23억2000만 달러로 1인당 90.7달러를 수입했다. OEC에 따르면 북한의 2016년 주요 수출 대상국가는 중국(87%)·인도(2.5%)·필리핀(1.9%)·파키스탄(1%) 순이다. 주요 수입 대상 국가는 중국(90%)·인도(1.7%)·태국(1.5%)·필리핀(1.1%) 순이다. 중국에 수출의 87%, 수입의 90%를 의존하고 있다.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북중 국경에 봉쇄되면서 북한의 경제를 받치는 이런 대외교역 생태계가 무너지게 됐다.

코로나19로 일부 필수적인 물품이 중국에서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이동되는 것을 제외하고 양국간 교류는 대부분 끊겼다. 대외 교역이 멈춘 셈이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북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수입이 끊기면서 물자 부족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수출이 끊겼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생산한 광물과 섬유제품·농산물·수산물이 판로가 막힌 셈이다. 중앙통제식 북한 경제의 특성상 일부는 수출되는 대신 내부에 공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선 북한 주민들이 수출이 안 되면서 나온 물자를 유통해 생활이 나아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한다.

하지만 교역 중단은 사실상 북한 민간경제를 받쳐온 장마당 돈주(자본주)들의 자금을 마르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상납 받아온 지역 당이나 보위대의 간부들도 뜯어낼 돈이 줄 수밖에 없다. 북한 사회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던 뇌물 생태계도 무너졌을 수 있다. 이는 북한 김정일 정권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장마당에서 확보한 세금을 바탕으로 김정은 충성파로 정권의 기둥이자 핵심 지배층인 ‘음덕천’들에게 하사금품을 뿌려왔다. 유엔 경제 제재에 이은 북중 교역 중단은 북한 경제에 타격을 줘 김정은 통치자금 지갑까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도 평양 시내에서 지방으로 여행의 엄격히 제한되는 등 대부분의 이동이 사실상 봉쇄됐다. 북한 경제활동이 멈춘 셈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실존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1912~1994년, 재임 1948~1994년)은 1982년 4월 14일 당·정·의회 합동회의 시정연설에서 “사회의 물질생활 분야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먹는 문제이며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기본은 쌀을 많이 생산하는 것입니다. 쌀은 곧 공산주의입니다.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고 먹을 것이 풍족해야 인민들의 의식상태도 더 좋아지고 모든 일이 다 잘되어 나갑니다”라고 말했다.

북·중 국경도시 신의주·혜산 통해 생활물자 연명

실제로 북한 장마당 쌀값은 국가정보원 상황실에 매일 공시될 정도로 북한 경제에서 하나의 지표로 활용된다. 북한 정보·뉴스 사이트인 데일리NK도 북한의 평양·신의주·혜산의 ㎏당 쌀값을 수집해 올리고 있다. 평양은 수도이고 신의주와 혜산은 중국과 맞닿은 국경도시다. 신의주는 평안북도의 도청소재지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접경한다. 두 도시는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946.2m의 조중우호교를 통해 철도·도로·보행로로 서로 연결된다. 이 다리는 북한 대중 무역의 핵심 통로다. 혜산은 1954년 과거 백두산 동서를 아우르는 지역을 합쳐 신설한 양강도의 도청 소재지다. 압록강 상류를 건너 중국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시의 장바이(長白) 조선족 자치현과 마주보고 있다. 두 지역은 길이 148m의 장혜국제대교로 연결된다. 북한과 중국은 1992년 이후 1일, 5일, 10일짜리 여행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이를 받으면 상호 여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평양과 신의주, 혜산은 북한의 대중 교역 거점이다. 이곳 장마당의 쌀값 정보는 북한의 경제를 비교적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장혜국제대교 주변에는 북한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물이 들어서 있다. 김일성 관련 주요 성지의 하나인 보천보 기념탑이다. 보천보는 김일성 주석이 일제 때인 1937년 6월 4일 최현(1907~1982년) 등과 함께 동북항일연군 소속 병력과 박달·박금철이 이끄는 조국광복회 회원들과 함께 습격했다 퇴각한 곳이다. 당시엔 함경남도 갑산군 보천면 보전리였다. 최현은 북한 건국 뒤 인민무력상과 부총리를 지냈다. 최현의 차남 최룡해(70)는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고 현재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일의 최측근이다. 인민국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이기도 하다. 최룡해는 2013년 핵실험 뒤 중국을 방문했고, 2014년 10월 4일 황병서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와 함께 방남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다.

주목할 점은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최근 대남 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김여정(32)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룡해의 며느리라는 사실이다. 김여정은 최룡해의 차남인 최성과 결혼해 딸을 하나 낳았다. 최현이 6·25전쟁 당시 지휘했던 인민군 제2군단은 현재 개성 주변의 최전방을 맡아 서울 침공을 노리는 제1제대 전연군단의 하나다.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도 이 부대가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신의주의 조중우호교와 혜산의 장혜국제대교를 통해 일부 교역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끊기거나 장기화한다면 쌀을 비롯한 생활물자의 부족현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북한이 심각한 모욕과 폭력적인 건물 폭파까지 포함해 엄청난 대남압박에 나선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처럼 ‘폭력 시위’에 나선다고 안보리의 경제제재가 풀릴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은 드물다. 북한은 어디로 갈 것인가.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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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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