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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도전장 내민 페북·인스타 쇼핑] 국내 론칭한 ‘페이스북 샵스’ 경쟁력은? 

 

국내 가입자 수 4000만명이 잠재고객… 수수료 없어 지각변동 예고

▎페이스북 무료 온라인 상점 개설 서비스인 ‘샵스’ 소개 화면.
페이스북이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페이스북은 무료 온라인 상점 개설 서비스 ‘페이스북 샵스(Shops)’를 국내에 선보인다고 6월 22일 발표했다. 페이스북이 지난 5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첫 선을 보인 샵스는 이후 한 달 만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8개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 출시했다.

페이스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이번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페이스북이 샵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광고수익이 3년 후엔 연 70억 달러(약 8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페이스북 샵스는 일종의 ‘원스톱 디지털 상점’이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모든 사업자들이 페이스북에 가입해 디지털 상점인 ‘샵(Shop)’을 개설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무료로 자사의 제품을 홍보·판매할 수 있다. 샵스는 페이스북 가입자가 모두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가입자 수만 4000만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은 전 세계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24억명에 이른다. 자회사 격인 인스타그램 이용자도 10억명에 달한다. 여기에 페이스북의 빅데이터 인공지능 큐레이션 기능을 활용하면 해당 제품에 관심이 있을 만한 고객들에게 제품을 쉽게 노출할 수 있다.

수수료는 무료, 결제 서비스 구축은 시급

고객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판매자의 게시물을 보고 ‘샵 보기’를 클릭하면 자세한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제품 구매를 누르면 브랜드 공식사이트로 연결돼 주문하면 된다. 저장 기능을 통해 상품을 담아두고 추후 구매도 가능하다. 플랫폼 내에서 판매자와 소비자 간 DM(다이렉트 메시지)이 가능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 쇼피파이·빅커머스 등 다수의 해외 파트너사와 연결되고,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가 참여해 국내 사업자의 해외 진출도 돕는다.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샵스가 국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에게도 즐거운 쇼핑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샵스는 이용자가 직접 판매자로 나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와 유사하다. 국내 1위 e커머스 업체인 네이버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샵스가 무료 운영 계획을 밝힌 반면 스마트스토어는 수수료를 내는 구조다.

스마트스토어 수수료는 결제 수수료와 검색 결과 수수료로 구분돼 있다. 결제 수수료는 결제 수단과 사업자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소 1.65%에서 최대 3.86% 수준이다. 검색 결과 제공 수수료는 특정 키워드를 검색해서 들어왔을 때 발생하는 수수료로, 기본 2%가 적용된다. 만약 이용자가 네이버에서 쇼핑 물품을 검색 후 스마트스토어에서 결제하면 네이버가 약 4~6%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셈이다. 네이버가 거대 포털 사이트라는 점에서 오픈마켓 등에 비해 검색 트래픽이 쇼핑으로 이어지는데 강점을 지닌다.

반면 페이스북은 이용자에게 별도의 광고비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샵스를 이용하면 사업자들은 각 제품을 세부적으로 분류하는 ‘컬렉션 만들기’ 기능과 브랜드 색상과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인터페이스 디자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을 선전할 수도 있어 일종의 ‘1인 홈쇼핑 방송’이 가능하다. 한 뷰티업체의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기존에도 적지 않은 사업자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품을 홍보한 후 자사 브랜드 사이트 링크를 통해 결제로 이어지게 한 점을 감안하면 샵스의 원스톱 쇼핑 방식을 적극 이용할 업체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주도권 블로그→인스타

관건은 결제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아직 페이스북이 자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이 자체 개발한 결제 솔루션 ‘페이스북 페이’를 통해 샵스 내에서 결제까지 이뤄진다. 나아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5월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페이스북이 개발한 가상 화폐 ‘리브라’를 페이스북 샵스의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 샵스로 인해 미국 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된 이유다.

업계에서는 젊은층에서 호응도가 높은 인플루언서를 통한 홍보·마케팅 플랫폼의 주도권이 이미 네이버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SNS 이용자의 약 45%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SNS 이용률 1위는 페이스북(29.6%)이 차지했다. 인스타그램은 카카오스토리(26.3%)에 이어 3위(19.3%)에 올랐다. 특히 페이스북은 10대와 20대, 인스타그램은 30대 이용률이 절대적으로 높다. 한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은 여러 가지 이미지를 한 페이지 내에서 볼 수 있어 인플루언서의 일상과 제품 홍보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네이버 블로그에 비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홍보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 인스타그램에 대한 광고주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쇼핑사업을 강화해 페이스북 샵스에 맞선다는 입장이다. 최근 선보인 네이버의 유료회원제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혜택을 강화했다. 멤버십 가입자의 1회 적립 상한액을 기존 8000원에서 2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결제액 200만원으로 제한했던 1% 추가 적립 혜택 기준도 없애 이용자 혜택을 늘렸다. 6월 8일 출시된 네이버 통장도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시 최대 3%포인트가 적립된다. 포인트 적립 혜택을 늘려 ‘락인 효과(이용자를 묶어두는 것)’를 꾀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에 이어 구글코리아도 최근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인 ‘구글 쇼핑’에서 국내 소상공인이 판매 상품을 무료로 노출하도록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광고비를 지급하는 업체의 제품 정보만 보여줬다. 지원 대상은 그동안 구글 쇼핑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연매출 120억원 이하 소상공인이다. 구글은 연내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구글 쇼핑을 무료로 일부 개방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자체 온라인 쇼핑몰 경쟁력이 약화되고, 대형 플랫폼에 종속되는 구조에 우려를 표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주문하는 고객이 늘고,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는 비율이 커지면서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페이스북 샵스나 구글도 당장은 무료로 운영해도, 결제 시스템까지 도입하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43호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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