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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SNS PPL’ 세계] 숨기거나, 대놓고 광고하거나 

 

광고주 개입 빠지고, 100만 구독자 지닌 크리에이터 입김 쎄져

▎PPL 영상에 유료 광고 영상임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아 논란이 된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사과 방송을 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7월 17일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의 유튜브 채널 ‘슈스스TV’에는 공식 사과 영상이 올라왔다. 한혜연은 영상을 통해 “PPL의 명확한 표기로 두 번 다시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수 강민경 역시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에 “더욱 주의해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사과 글을 올렸다.

두 사람이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업체로부터 비용을 받고 PPL을 진행했으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스스로 특정 제품을 골라 사용한 것처럼 유튜브 영상을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 구독자의 비난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일명 ‘숨기고 속이는 SNS PPL 소동’이다. PPL(콘텐트를 활용해 제품을 보여주는 간접광고, Product Placement)은 이전부터 있었던 광고기법 중 하나다. 광고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트에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한다. 또 콘텐트 속 인물이 해당 제품을 스토리 안에서 소도구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제품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SNS PPL은 이 같은 기법이 TV와 영화관을 넘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개인 SNS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SNS PPL은 기존 전통 미디어에서 볼 수 있었던 광고와 어떤 점이 다를까. SNS 스타를 관리하는 기획사, MCN(다중채널네트워크)사들의 소개 자료, 업계에 공유된 SNS PPL 제안서 등을 통해 취재해보니 크게 특징 세 가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콘텐트 제작 외에 별도 추가 비용 상당해


▎대놓고 삼립호빵을 광고하는 이수근과 은지원. / 사진:tvN 방송 캡쳐
첫 번째로는 ‘구독자 수, K(만 단위)로 말한다’를 꼽을 수 있다. SNS PPL 진행 비용 역시 ‘얼마나 구독자가 많은지’에 따라 정해진다. 얼마나, 몇 개의 제품이 노출되는지 등은 중요치 않다. 제안서에 보이는 SNS 스타 소개 역시 몇 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전부다. 예로 유튜브 구독자 133만명을 지닌 박막례 할머니는 SNS PPL이 3000만원이고, 22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개그맨 이수근의 이수근채널은 SNS PPL이 1000만원에 제시됐다.

구독자 수로 SNS PPL 비용이 달라지는 만큼, 비용에 따라 보장하는 조회 수도 달라진다. 만약 광고주가 3000만원을 지불하면 관련 영상의 조회수 40만 뷰를 보장하고, 2000만원을 지불하면 20만 뷰를 보장하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두 번째는 ‘광고주가 PPL 영상 제작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전 전통 광고에서는 광고주 측에서 광고 영상 파일을 제작하고, 방송사는 단순히 이를 송출했기 때문에 광고주 개입이 없는 광고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SNS PPL은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브랜드의 요청에 따라 기획하고 촬영하고 영상을 편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SNS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SNS 콘텐트 성격에 맞게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홍보한다. 완성된 영상에 대한 수정 요청은 ‘자막 1회 수정 가능’ ‘재촬영 불가’ 등으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전처럼 광고주 측이 마음에 들 때까지 수십 번 영상을 촬영하고 수정 편집하지 못한다.

세 번째는 ‘추가 비용 옵션이 많다’는 것이다. 여러 제안서로부터 공통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별도 비용’이라는 표현이었다. ‘2차 사용은 별도 비용’ ‘중간 삽입 광고는 별도 비용’ ‘추천 댓글 상위 올리기는 별도 비용’ ‘더 보기 기능에 관련 광고 영상 올리기는 별도 비용’ 등 콘텐트 제작 외에 별도로 추가하는 비용이 상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된 한 유튜브 스타와 PPL을 진행했는데, 추가 비용을 내고 영상 하단에 보이는 댓글 맨 위의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그가 직접 추천하는 내용으로 글을 작성했고, 이를 댓글 상단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SNS PPL 계약 조건은 구체적으로 성립돼 있지만 스타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 속에서 구독자들이 PPL를 간파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PPL인지 모르는 구독자들은 이를 보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셀러브리티를 따라 하고자 무분별한 소비를 하게 된다. 구독자들은 SNS를 보고 믿고 구매했지만 사실은 광고인 셈이다. 지난해 11월에도 광고, PPL임을 표시하지 않은 게시물들이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문제 발생 시 법적 책임을 지는 쪽은 광고주다. 대가를 표시하지 않은 크리에이터들은 현행법상 법적인 문제가 없다. 광고주 측만 과징금을 물게 된다. 오는 9월 1일부터는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 지침’이 시행되어 PPL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의 제목에 ‘광고’라고 입력하거나, 5분마다 ‘협찬 받음’이라는 자막을 삽입하고 반복적으로 표시하거나, 배너를 활용해 ‘유료 광고’ 등을 보여주는 등 PPL임을 알려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사항일일 뿐 법률적인 제재는 아니다.

대놓고 광고임을 말하는 형태까지 나와


▎방송에서 농심 새우깡을 먹고 있는 이효리. / 사진:MBC 방송 캡처
최근엔 이 같은 문제점을 180도 뒤집은 형태의 PPL이 주목받고 있다. 대놓고 광고임을 말하는 형태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유튜브 영상에서는 개그맨 이수근이 삼립호빵을 들고 “광고주님 감사합니다~”라며 노골적으로 광고임을 표현해 시청자로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그 결과 이수근은 삼립호빵 브랜드 광고 모델로까지 발탁됐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 이효리, 비가 ‘싹쓰리’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 위해 협찬을 끌어오겠다고 말한 뒤 농심의 새우깡과 양파깡 과자 등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SBS에서는 아예 PPL을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을 방영하고 있다. 출연진들은 매회 정해진 PPL 제품과 관련한 미션에 도전하며 해당 제품을 프로그램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홍보한다.

이는 광고 아닌 척 속이려고 해도 광고인 줄 아는 ‘똑똑한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노골적으로 홍보해 거부감을 줄이고,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전략이다. 허태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언론행정대학원 객원교수(광고학)는 “일반 광고는 특정 시간을 편성 받아 특정 광고 시간에 노출됐기 때문에 시청자로부터 선택적 노출을 가능하게 했다면 요즘 SNS PPL은 개인이 평소 좋아하던 동영상을 보다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광고’ 표시가 중요하다”며 “구독자가 PPL임을 알고 시청하게 되면 광고임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보기 때문에 소비 주체자로서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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