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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인사이트 | 미국의 중국 총영사관 폐쇄의 내막] 미국을 해킹하는 중국 

 

지식재산·개인정보 빼앗아 공산당 사회주의 키우려는 야욕

▎윌리엄 바(William Barr) 미국 법무장관이 지난 2월 10일 워싱턴DC 법무부에서 미국 신용평가기관 에퀴팩스의 정보를 유출 도용한 혐의로 중국군 해커 4명을 기소하는 내용의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이 7월 21일 텍사스 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안에 폐쇄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파장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맺은 1979년 이후 공관 폐쇄 명령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동안 미·중 간에 무역분쟁과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다툼, 그리고 중국의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대선 개입 시도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미국이 외교 공관 폐쇄라는 초강경수를 펼칠 것으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중국에도 상당한 충격을 주겠지만, 미국 국내와 전 세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 워싱턴DC의 대사관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일리노이주 시카고, 뉴욕주 뉴욕에 총영사관을 각각 두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선 비자 사무소를 운영한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는 거대한 차이나타운이 있으며 중국계 미국인이 몰려 산다. 미국은 중국에 베이징(北京)의 대사관과 함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주, 성(省)급 행정구인 상하이(上海) 직할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각각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홍콩 특별자치지구에도 홍콩·마카오 총영사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에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전격적으로 폐쇄를 요구 했을까. 그것도 불과 72시간의 짧은 시간 안에 폐쇄하라고 했을까. 미국 국무부의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요구의 이유에 대해 “미국인의 지식재산권과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각국은 빈 협약에 따라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의무가 있으며 미국은 중국이 우리 주권을 침해하고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개인정보, 그리고 미국 내정과 관련한 모종의 행동을 했으며 이를 응징하기 위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는 뉘앙스다. 이것이 미국 국무부가 밝힌 공식 폐쇄 이유다.

중국 정부 업은 해커들의 미국 정보 탈취 사건 잇따라

이는 미국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문제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7월 7일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행사에서 중국이 해킹을 통해 개인정보를 유출했으며,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고 경고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레이 국장은 “해외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중국의 악설 활동이 우리를 24시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이는 연중 상시 위협이지만 분명히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며 중국이 해킹 등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레이 국장은 “중국은 현재 FBI가 담당하고 있는 방첩 사건 5000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7년 중국 해커들이 미국 신용평가기관 에퀴팩스의 데이터를 유출한 사건을 지적하며 “미국의 성인이라면 중국이 당신의 개인정보를 훔쳤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보다 크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최고 수사책임자가 중국이 미국의 내정인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과 미국 상대의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 법무부가 해킹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기소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7월 21일 보도한 것도 이와 연관이 커 보인다. 이들 중국인은 최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관련 정보 해킹을 시도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 정부의 협조 아래 해킹을 통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체 등의 영업 비밀을 탈취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 국가안전부와 협력하며 미국과 일본 등의 방산업체, 무선·레이저 업체, 에너지 기업 등의 첨단기술은 물론,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나 반체제 인사와 관련한 정보도 해킹해 중국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2개국, 42개 이상 기관·기업 전산망을 해킹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이 지난해 10월에도 중국 정보요원과 해커를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거액으로 인재 영입해 미국에 대적할 기술·재능 흡수

중국이 미국의 과학기술 분야의 지식재산권을 돈을 주고 구입하는 대신 ‘해킹을 통해’ ‘공짜로’ ‘몰래’ 가져가고 기업의 경영과 노하우와 관련한 정보를 탈취해갔다는 이야기다. 이 방송에 따르면 레이 FBI 국장은 “중국 정부가 배후인 경제 스파이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며 “공정한 경쟁은 환영하지만 해킹이나 절도,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이번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대해 국무부가 배경이라고 설명한 지식재산권·개인정보를 보호, 그리고 내정과 관련한 모종의 혐의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사건과 발언이다.

미국의 인터넷과 인공지능(AI) 전략가인 에이미 웹이 지난해 출간한 [빅 나인(Big Nine)]에 따르면 중국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과학기술과 기업의 노하우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해 자국의 발전에 활용하려고 시도해왔다. 웹은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중앙정부가 2008년 가동을 시작한 ‘천인계획(千人計劃)’이라는 이름의 인재 영입 프로그램을 들었다. 과학기술·혁신·기업 분야의 해외 거주 중국인과 외국인 인재를 중국에 영입하는 ‘재능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이다.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연구자와 경력자를 중국으로 데려와 지식재산권과 재능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에 지식재산권료를 지급하지 않고 인재를 직접 데려와서 지식재산을 확보하겠다는 ‘지식재산권 바이패스’ 전략이다. 중국은 “중국의 3대 발명인 종이·나침반·화약에 대해 서구가 저작권료를 준 적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를 내세우며 서구의 저작권료 개념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보여왔다. 영입 대상자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교육·훈련을 받고 미국의 대학과 기업에서 일하던 인물이다.

이들은 중국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대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3대 기업은 중국에서 알파벳 머릿글자를 따서 ‘BAT’로 불린다. 바이두는 검색엔진, 알리바바는 온라인 상거래, 텐센트는 인터넷·미디어로 각각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를 넘어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BAT를 키워왔다. 미국의 구글과 분야가 상당히 겹치는 바이두, 아마존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알리바바, 페이스북과 중복되는 텐센트가 미국에서 금지되고 있는 이유로 짐작된다.

웹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미국의 ‘인재’들에게 ‘황금 티켓’을 제안한다. 개인 수입과 연구비 부문에서 눈이 번쩍 띌 정도의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규제나 행정적인 압박 없는 자유로운 R&D 환경도 함께 제공한다. 중국 정부는 통 크게 이들에게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의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 즉 계약서에 서명하는 즉시 선지급하는 보너스를 지급해왔다. 최초 개인연구 예산으로 300만~500만 위안(약 51억원~85억원)을 지급하고 여기에 더해 주택비와 자녀 교육비 지원, 식대 보조, 이주 보상금, 배우자에 새 직장 알선, 심지어 가족 방문 여행경비 전액까지 지원 받는다.

시진핑, 전투기념관 찾아 대미항전(對美抗戰) 결의


▎미국이 7월 21일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것을 요구한 다음날인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쓰핑(四平) 전투기념관에서 국공내전 전시물을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공산당의 투쟁사를 언급하며 항전 결의를 다졌다. / 사진:Xinhua=연합뉴스
이에 대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반응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시 주석은 22일 둥베이(東北) 지방의 지린(吉林)성 쓰핑(四平)시의 쓰핑(四平) 전투기념관을 방문했다고 인민일보가 23일 보도했다. 쓰핑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이 중국의 지배권을 놓고 벌였던 국공내전(1945~1949년) 당시 1946~1948년에 걸쳐 4차례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 현장이다. 시 주석은 이날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나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대신 중국 공산당의 투쟁사를 언급하며 항전 결의를 다졌다. 시 주석은 “난창(南昌) 봉기에서 징강산(井岡山) 투쟁까지, 그리고 힘들고 어려웠던 장정(長征)과 항일(抗日) 전쟁에서 다시 해방(解放) 전쟁과 항미원조(抗美援朝)까지 열사들의 피로 혁명의 성공을 이뤄냈다”며 “신(新)중국을 어렵게 얻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창업은 어렵지만 수성은 더 어렵다”며 “중국 공산당이 만든 사회주의의 위대한 사업을 지키고 대대손손 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 주석이 거론한 전쟁들은 중국공산당이 세력을 확보한 일련의 사건들이다. 난창봉기는 저우언라이(주은래) 공산주의자들이 1927년 8월 1일 중국 남부 장시(江西)성 난창에서 국민당을 공격한 무장봉기로 중국인민해방군은 이날을 창설 기념일로 친다. 1921년 7월 상하이에서 창당한 중국 공산당은 소련 주도의 국제 공산주의 조직인 코민테른의 지시로 1923년 국민당과 제1차 국공 합작을 했지만 갈등을 계속하다 이날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징강산은 장시성과 후난(湖南)성 경계에 있는 험준한 산악지역으로 봉기에 실패한 중국공산당이 은거하며 게릴라전을 벌인 근거지로 마오쩌둥(毛澤東)이 1931년 이곳의 루이진((瑞金)에서 코민테른의 지지를 받아 중화소비에트공화국(루이진 소비에트라고도 함)을 세웠다. 장정은 루이진 소비에트가 국민당의 토벌을 견디지 못하고 1934년 10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370일에 걸쳐 병력과 주민을 이끌고 루이진에서 중국 서북쪽 오지인 산시(陝西)성 옌안(延安)까지 약 9600㎞를 도보로 이동한 사건이다. 장정은 중국공산당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항일전쟁은 일반적으로 1931~32년의 만주사변과 1937~45년의 중일전쟁을 의미하는데, 중국공산당은 중일전쟁 발발 뒤 제2차 국공합작으로 국민당이 토벌을 중지한 뒤에 비로소 참전했으며 주로 후방에서 게릴라전을 펼쳤다. 해방전쟁은 공산당이 국민당을 공격해 대만으로 밀어낸 국공내전을 가리킨다. 항미원조는 6·25전쟁의 중국인민지원군 참전을 가리킨다. 신중국은 1949년 중국공산당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을 가리킨다.

과학기술로 사회주의 세계 꿈꾸는 중국 공산당의 야심


▎미국이 7월 21일 중국에게 폐쇄를 요구한 텍사스 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모습. / 사진:AP=연합뉴스
시 주석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직후 쓰핑(四平) 전투기념관을 찾아 중국공산당의 피의 투쟁사를 회고한 것은 미·중 대결 국면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내부 결속을 다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이나 중국공산당에 위기가 닥치면 과거 힘든 시절을 떠올리며 정신력으로 극복하자고 강조하는 것은 시 주석이 흔히 사용해온 방식이다. 이런 업적이 공산당과 사회주의 시스템의 업적이라고 강조하며 단결을 외쳤다. 시 주석은 2018년 초 국영통신사인 신화통신에 “우리는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고 이를 악물며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폭탄·수소폭탄의 두 핵폭탄과 인공위성)을 개발했다”고 회상했다. 양탄일성은 모두 마오쩌둥 시절 개발한 군사용 무기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와 함께 핵보유국으로 올라서게 됐다.

시 주석은 양탄일성 개발과 관련해 “이는 우리가 사회주의 시스템을 최대한 유효 적절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며 우리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집중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다음 단계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같은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우리는 헛된 희망을 버리고 자력갱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다. 서구가 주도하는 민주주의,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 지적재산권에 대한 존중과 비용 지불 등의 방식으로는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를 누를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중국이 패권국가로 올라서려면 이런 것을 무시하고 중국만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CNN은 이와 관련해 미 의회 의원과 전직 관료,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통한 정보 수집, 산업 스파이 행위, 홍콩과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침해,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 세력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선 휴스턴 총영사관 한곳만 폐쇄 대상으로 잡은 것은 충격의 강도를 어느 정도 조절하면서 강한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결국 미국의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는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시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의 의도를 읽었고, 중국은 미국의 공세 앞에 노출됐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의 선전전에 들어갔다.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무리한 조치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안간힘이다. 중국 공산당이 국민 선거 없이 독재 권력을 유지하는 중국이 합리적이라는 억지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중국의 해킹과 지식재산권 탈취에 쌓이고 쌓였던 미국의 불만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거론함으로써 미·중 무역전쟁도 거센 풍랑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 여객기나 농산물을 좀 더 사주는 것으로 풀릴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다음 단계는 무엇일지 전 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미·중 충돌은 두 나라에서 끝나지 않고 전 세계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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