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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의 IT 사회학] 감염병이 불러 온 ‘살균테크 전성시대’ 

 

삼성전자 무선충전 UV살균기, 현대차 UV 살균 실내등 선봬

▎생활 속 표면들에 항바이러스성 기능을 더하는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무선충전 자외선(UV) 살균기, 유진메디케어 스펙트라 소독기 모습. / 사진:삼성전자·유진메디케어
위생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 이래저래 모두 피곤한 시절이다. 아무리 비접촉 생활이라고 해도 스크린과 키보드에 손을 대 접촉하는 것이 전제다. 손을 통한 감염이 문제라고 하는데 키보드는 깨끗할지 걱정이다. 키보드나 마우스, 스마트폰이 변기의자보다 더 더럽다는 연구 발표는 실제로 지난 십 수년간 늘 있었다.

지금까지는 모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부분 어차피 피부와 비공(鼻孔)과 장에서 사는 균들이었기에, 피부와 면역계가 걸러 주리라는 믿음 덕이었고, 정말 그랬다. 스마트폰을 즐기다 코를 후벼도 중병에 걸리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생활공간 속에 균이 없는 공간이란 있을 수 없다. 키보드보다 변기가 더 깨끗한 이유는 주기적으로 물청소하니 당연한 일이었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항바이러스성 기능 시장은 거대하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 균들 속에 뒤섞여 있을까 걱정이 된다. 예전 같으면 흘려보냈던 풍경도 더러움이 눈에 걸린다.

거북함은 사업 기회가 된다. 요즈음 엘리베이터마다 붙여 놓은 구리 항균 필름. 하지만 구리 성분이 항균에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항바이러스에는 어떨지는 근거가 없다. 또 플라스틱 필름에 섞인 정도의 성분으로 효능이 나올지도 알 수 없다. 상품이 범람하자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달 실태 파악을 시작했다. 결과는 올해 말에나 나올 예정이다.

생활 속 표면들에 항바이러스성 기능이 생길 수 있다면 시장은 거대하다. 홍콩대에서는 90일 지속하는 항바이러스 코팅제 MAP-1을 10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 이 스프레이를 뿌려 형성된 코팅에는 수백만 개의 나노 캡슐이 있어 살충제 역할을 한다.

해외의 공유 자전거 손잡이에는 나노 기술 필름이 발라지기 시작했다. 자연 속 빛에 의해 산화 반응을 일으켜 유기물을 분해하는 나노 결정이 포함된 스티커형 필름이다. 소독제를 뿌리지 않아도 소독 효과가 있다니 혹한다. Kastus, CytaCoat, NanoSeptic 등 광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화합물인 광촉매를 활용한 업체가 유명한데, 마치 우리 항균 필름처럼 지자체 등에서 공공시설 손잡이 등에 부착하고 있다. 삼성도 최근 항균 코팅 스마트폰 케이스 관련 특허를 냈다.

스스로를 청소하는 표면이라니, 빛을 받은 화합물이 활성산소를 배출해 균을 제거하는 자가 세탁 섬유가 10여 년 전 발명되어 화제가 된 때가 생각난다. 하지만 역시 빨고 닦는 게 개운해서인지 우리는 아직 모두 보통 면을 입고 있다.

씻고 말리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럴 때를 위해 우리에게는 이미 백 년 이상 검증된 살균 기술이 있다. 바로 자외선이다. 코로나 덕에 이 자외선 살균 장치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1903년 노벨상 수상자인 덴마크 과학자의 닐스 핀센의 공적은 자외선으로 피부 결핵균을 없애는 원리를 발견한 것이었다. 자외선 요법은 한때는 결핵을 막아주는 첨단 의료 행위였다. 실제로 자외선의 살균 효과 때문에 결핵균은 야외에서 존재하지 못한다.

일본 강점기의 신문 기사를 찾아보면 “구루병, 영양부족, 결핵병 등에 특효이며, 자외선을 쪼이면 피부에 저항력이 강해지고 특히 감기예방으로는 더 나은 약이 없다”며 광선 요법을 소개하고 있다.

자외선이라는 강한 빛이 끊어버리는 DNA는 그로부터 50년이나 뒤에 발견되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리라 싶다. 오존층이 튼실하던 시절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A, B, C로 나뉜다. 주로 선탠에 쓰이는 A, 비타민D를 활성화하는 B형 등 나름의 쓸모가 이야기되곤 하지만 결국 모든 자외선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A조차도 피부 깊이 도달해 면역 억제를 일으킨다. 가장 파장이 짧은 100nm(나노미터)~280nm 파장의 C는 원래라면 오존층에 완전 흡수되어야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생활공간에서 많이 보인다. 램프나 LED로 실생활에서 재현해 살균기를 만들고 있어서다. 이미 항균 및 곰팡이 제거의 탁월한 효과는 검증되어 정수 및 세척 등 실생활 및 생산 공정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살균 효과 검증된 자외선, 각 기업 활용에 나서

근래에는 수은이 들어가 위험한 UV램프 대신 UV-LED가 주력 부품이 돼 다양한 제품들로 만들어지고 있다. UV-LED는 국내 부품 업체들의 제품력이 상당히 뛰어난데, 이 소재를 활용한 많은 제품이 출시 중이다. 최근 삼성도 무선 충전 UV 살균기를 내놓았다. 선탠용 태닝 베드처럼 스마트폰 등을 넣고 뚜껑을 닫아 충전하는 구조다.

이처럼 상자에 넣어 쪼이는 구조가 제일 안전하고 흔하지만, 때로는 소독 대상에 바로 자외선을 쏘기도 한다. 국산 자외선 침구청소기 레이캅도 근래 잠잠했었으나 코로나 덕에 미국에서 완판사례를 이루기도 했다.

업장용 로봇청소기 등은 물청소 후 자외선을 쏴서 깔끔한 느낌을 한층 더 내는 식으로 개량되고 있다. 아마존은 자사의 물류센터, 그리고 홀푸즈 및 아마존 고 등 자사 수퍼마켓 체인 등의 복도를 돌아다니며 자외선을 쏘는 로봇을 시험운용 중이다.

코로나 이후 오래간만에 재개장하는 시설에서 UV 게이트 및 실내 살균 시스템이 설치되는 경우도 있다. 인적이 줄어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다고 확인되면 UV-C를 뿌린다. 입구에서는 인체에도 비교적 안전한 원자외선(Far-UV-C, 파장 222nm)을 비춰 내방자를 소독한다. 원자외선의 에어로졸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는 이미 2018년 네이처 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현대자동차도 비슷한 개념을 차량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UV 살균 기능을 적용한 실내등이 한 예인데, 사람이 다 내린 뒤에만 작동한다. 현대차는 더불어 광촉매 기술 적용도 고려 중이다. 코팅된 광촉매에 빛(UV)을 비추면 활성화되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광촉매 활용 공기 정화 시스템은 연구와 특허가 반복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새집증후군 탓에 광촉매 코팅 시공 업체들이 급증했던 시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청결을 향한 궁리와 갈망은 문명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결벽과 위생관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남긴 교훈처럼, 과유불급일 수도 있다. 어떠한 살생물질도 생물을 구분할 줄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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