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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상담] ‘여자가 생겼다’ 벼랑 끝 남자의 갈등 극복 

 

부부 문제로 합리화 하지 말고, 허울 벗은 내면에 귀 기울여야

그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유부남이 회사 내 미혼여성과 연애를 했고, 그게 들통 났다. 정말 심각하다. 열렬한 연애 끝에 서른에 결혼한 그는 원하던 대로 예쁜 딸 하나를 뒀다. 부유한 처가 덕에 아파트를 비롯한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평온한 결혼생활을 했다.

딸이 6학년에 올라갈 무렵 아내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폐질환이다. 장인이 공기 맑은 시골에 집을 마련해주었다. 아내가 요양을 떠난 후 그는 딸과 홀아비인 장인을 챙기며 산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딸이 예술학교에 간다며 시골행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주말에 격주로 만난다. 그렇게 산지 벌써 3년이다.

지난해 말 그는 팀장이 됐다. 갑갑했던 3년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졌다. 기분이 좋아 일도 더 열심히 했다. 여러 팀원 중 유독 그녀와 의기투합이 잘 됐다. 게다가 그녀는 야근을 마다않고 성과를 내 그를 기쁘게 했다. 전에도 예쁘고 멋진 후배라 생각했는데 업무까지 잘 하니 남달랐다.

그녀 또한 능력을 인정받아 일찍 승진한 그를 배우고 싶은 훌륭한 선배로 생각한다고 했다. 함께 야근하며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 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친해졌다. 거기까지여야 했다. 언젠가부터 흔들리던 마음을 고백했고, 그녀도 받아주었다. 이후 회사에서, 회사 일을 핑계로 주말에도 함께하며 꿀맛 같은 연애를 했다.

그녀와 나눈 카톡 내용이 발각됐다. 딸은 엄마에게 알렸고, 아내의 끈질긴 추궁에 자백했다. 이후 아내와 장인은 그를 보려하지 않는다. 고발자였던 중3 딸은 어쩔 줄 몰라 한다. 일단 집을 나와야했고, 회사에는 병가를 냈다. 사건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안 된다. 아직은 회사에 소문은 나지 않았지만, 그녀를 생각하면 퇴사를 해야 할 것 같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 그들이 느낄 분노와 배신감 등을 생각하면 죽고 싶은 심정이다.

스트레스가 클수록 중독에 잘 빠져

“오호라 나는 곤고(형편이나 처지가 곤란하고 괴로움)한 사람이로다.” 총체적 난국이다. 내가 원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악을 행했다.

“먹고 마시는 것, 남녀의 정(情)은 인간의 큰 욕망이다.” 욕망을 쫓다가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잠시 즐거움에 빠진 게, 충격적인 사건으로 터졌다. 내가 원하는 것은 행하지 않고, 도리어 미워하는 것을 행했다.

“죽거나 잃는 것, 가난과 고통은 인간의 큰 두려움이다.” 회사에서 쫓겨나고, 가정도 망가지고, 집까지 빼앗길 형편이다. 잠시 한눈팔다가, 커다란 위기에 빠졌다.

남자에게, 외도 원인은 단순하다. 부부문제가 아니다. 외도를 부인하다가, 부부갈등이 있던 것으로 합리화한다. 성적 불만도 아니다. 외도를 방어하다가, 성적 불만이 있던 것으로 부각된다. 개인 문제도 아니다. 외도를 변명하다가, 성격 이상이 있던 것으로 정당화한다.

남자의 외도 원인은 스트레스다. 한국은 스트레스가 많은 나라다. 도처에 상처받은 사람이 많다. 외도하는 남자가 있으면, 외도하는 여자가 있다. 외도는 관계중독이다. 스트레스가 큰 남자일수록 중독에 잘 빠진다. 상처가 큰 여자일수록 중독에 잘 빠진다.

여자에게, 남편 외도는 충격이다. 현실을 강하게 부정한다. “내 남편은 아닐 것이다.” 분노와 배신감에 떤다. “평생 속아서 살았다.” 사랑한 만큼 분노가 커지고, 믿은 만큼 배신감이 커진다. 함께 살아온 인생이 날아가고, 과거 행복이 송두리째 상처로 바뀐다.

여자는 세 가지로 반응한다. 순응형은 수용한다. 아이를 위해 참고 살고 결국 우울증에 빠진다. 공격형은 대처한다. 가정이 엉망이 되며 파행으로 간다. 회피형은 방치한다. 쇼핑·운동·종교 등에 중독되거나 맞바람을 피기도 한다.

아이에게, 부모 싸움은 고통이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아이는 자기중심적이다. 어른의 세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아빠 편을 들 수도, 엄마 편을 들 수도 없다. 아이에게 부모 둘 다 필요하다. 가운데 끼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사춘기라면 더 심각하다. 민감한 시기다. 사소한 단서도 과장되고, 작은 감정도 증폭된다. 인생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부모는 무심하게 결정하지만, 아이에게 폭풍으로 다가온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모든 게 다 꼬였다. 단 하루라도, 한 달이라도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다. 인간 뇌는 충격적 사건을 다양하게 조작한다. 유리한 것만 받아들이고, 불리한 것은 무시한다.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조작하고, 결과를 의식적으로 느낀다.

인간은 커다란 위기를 통해 성숙한다. 충격이 파국으로만 가지 않는다. 사고로 마비가 된 것이 ‘인생의 전환’이 되고, 암 투병이 ‘대단한 경험’으로 해석된다. 지난날의 아픔과 슬픔을 씻고 나면, 견고한 기초가 마련된다.

외도 파국엔 ‘궁(窮)·허(虛)·변(變)’ 대처로

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궁(窮)하면 통한다. “군자는 어려울수록 더욱 강해진다(君子固窮).” 역경이 닥치면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온다. 실수하고도 배우지 않는 사람이 있다. 어리석고 가련한 인생이다. 큰 실수 한번 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 빈 쭉정이로 끝나는 인생이다.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상실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앞으로 무엇이 더 일어나겠는가. 소심증을 훌훌 털어버리고, 원점에 서는 배짱으로 임하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둘째, 허(虛)하면 통한다. “작은 생선을 굽듯이 그대로 둔다(若烹小鮮).” 비우고 낮추면 통하지 않을 것이 없다.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자. 회사도, 가정도, 재산도 모두 잃을 수 있다. 어느 하나를 얻으려다 전체를 잃을 수 있다. 모든 인간은 홀로 존재한다. 우리는 종당 모든 것을 상실한다. 아무도 미워하지 말고, 누구에게도 매이지 말자. 잃는다고 하는데 무엇을 잃는단 말인가. 죄의식을 떨어버리고, 원점에 서는 가벼움으로 임하자.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셋째, 변(變)하면 통한다. “싸움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가 승리하는 것이다(戰勝不復).” 상황에 따라 변해 나가야 통한다. 어려울 때는 전략으로 승부한다. 잠자는 동안 기적이 일어나 모든 게 해결됐다고 상상하자. “어떤 기적이 일어났나요?” 잠자는 동안 악몽이 실현되어 모든 게 망가졌다고 상상하자. “더 악화되지 않았나요?” 바닥부터 올라가보자. 문제가 생기기 이전이나 예외 상황을 상상하자. “그 때는 왜 문제가 안됐나요?” 문제 와해를 도모해보자.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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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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