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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고가인수 논란 재점화] ‘카카오 마사지’로 적자 70억 회사가 기업가치 1000억으로 변신 

 

상장시 김범수·남궁훈 대박… 카카오 “기업 성장 가능성 높게 봐, 정상적 투자”

카카오가 엔진을 인수하고 다음게임과 합병해 카카오게임즈로 출발하는 과정에 남궁훈 대표와 케이큐브홀딩스(김범수 의장 개인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이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은 각각 860억원, 270억원의 평가이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상장을 앞둔 가운데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 왼쪽)과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큰 평가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두 게임 회사가 있다. N사는 게임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2015년 연매출 5억원에, 당기순손실 70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비해 D사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K사 계열사로 대형 게임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연매출 320억원, 순이익 40억원, 보유 현금만 166억원에 달하는 우량 기업이다.

2015년 8월 K사는 N사의 장래가 밝다며 투자 자회사를 이용해 25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온라인 업계의 큰손인 K사가 움직이자 벤처캐피탈(VC)들이 후속 투자에 나섰고, N사의 기업가치는 순식간에 1120억원으로 불어났다. 실적과 비즈니스 모델은 바뀐 게 없지만, K사가 움직인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부풀어 올랐다.

이듬해 K사는 N사와 D사를 돌연 합병했다. 언제 망할지 모르던 N사가 우량한 D사를 흡수 합병하는 모양새였다. 합병 당시 K사는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D사의 기업가치를 375억원으로 매겼다. 1120억원 대 375억의 결합. 결국 경영 주도권을 N사에 주기 위한 포석을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N사는 D사를 밑거름 삼아 국내 굴지의 게임사로 성장했다. 또 N사의 지분을 가진 K사 사주와 관련 임원들은 큰 평가 이익을 올리게 됐다. 이 합병 법인은 주식시장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이들은 큰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인수 과정 미심쩍어” 공정위·거래소 민원 제기된 듯

이런 ‘작전’과 같은 스토리는 최근 3~4년 새 카카오게임즈에서 벌어진 일이다. N사는 엔진, D사는 다음게임, K사는 카카오, 합병 법인은 카카오게임즈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증시에 이름 올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과거 카카오가 엔진을 인수해 카카오게임즈를 출범하는 과정에서 비상식적 경영 판단을 했고, 그 결과 김범수 의장과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전 엔진 대표) 등 경영진의 이익으로 이어졌다는 의혹이다. 카카오가 김 의장과 주변 인물들의 이익 기여 및 엑시트 창구로 활용돼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내용의 민원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상장 심사 중인 한국거래소에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을 앞둔 카카오게임즈의 과거 투자에 문제가 없는지 당국의 판단을 묻겠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카카오가 엔진 인수에 너무 많은 돈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인수 당시 엔진은 공정공시 의무가 없는 소기업이었고, 다음게임은 카카오의 한 사업부였기 때문에 수치에 오차가 있을 수는 있다.

카카오의 엔진 고액인수는 지금까지 논란꺼리다. 엔진은 남궁 대표가 2015년 7월 지인이 운영하던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인수 뒤 불과 한 달 만에 카카오가 투자를 결정하며 시장의 의구심을 샀다. 당시 신주발행 형태로 케이벤처그룹(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이 250억원, 파티게임즈 10억원, 남궁 대표 10억원 등 총 270억원이 투자됐다. 적자투성이 엔진의 기업가치는 380억원으로 커졌다.

카카오가 움직이자 같은 해인 2015년 10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LB인베스트먼트·네시삼십삼분이 유한책임투자자(Limited Partner, LP)로 참여해 총 120억원을 투자했다. 이들이 투자할 때 엔진의 기업 가치를 2.6배 높은 1000억원으로 평가했다.

VC 입장에서 엔진은 초기 기업인 데다 비즈니스 모델이 기업간거래(B2B) 플랫폼이기 때문에 쉽게 손을 내밀 수 있는 투자처는 아니다. 기업의 자산가치를 책정하기 어렵고 엑시트가 까다로워서다. 그런데도 투자를 단행한 것은 엔진이 수익창출을 확신할 수 있는 사업 계획이나 안정적 엑시트 플랜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카카오가 투자한 이후 엔진의 기업가치가 대폭 올랐을 뿐만 아니라 VC들의 투자금이 120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엔진이 VC에 협상 우위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기업의 성장성이나 가치평가는 주관적 판단이 상당히 반영된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엔진의 성장성을 주목한 판단과 가치평가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특히 비상장사에 대한 개인 간 투자 계약이라 법적으로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카카오가 우량한 다음게임을 엔진에 흡수합병함으로써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게 민원인 측 주장이다.

카카오는 2016년 4월 엔진과 다음게임의 합병을 결정했다. 엔진이 다음게임을 흡수하는 형태였고, 합병 카카오게임즈의 대표는 엔진의 남궁 대표가 맡았다. 다음게임은 당시 검은사막 등 히트작이 연달아 나오며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다음게임의 가치를 주가수익비율(PER) 10배에도 못 미치는 375억원으로 산정했고, 카카오게임즈의 지분 27.3%와 교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합병 이후에도 호실적을 올렸는데, 대부분 수익은 검은사막 등 기존 다음게임이 운영하던 사업에서 나왔다. 이에 비해 엔진은 합병 직전인 2015년 말 TV·PC·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전략을 내걸었으나, 성장동력으로서는 미미했다. 다음게임으로서는 엔진과 합병하지 않고 단독으로 법인 분리를 했더라도 현재의 기업 가치를 지켰을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가 엔진을 인수하고 다음게임을 떼었다 붙이는 과정에서 카카오게임즈에 케이큐브홀딩스와 남궁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게임즈의 남궁 대표 지분율은 4.32%, 케이큐브홀딩스는 1.34%다. 공모주 청약 등의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될 수는 있다. 다만 현재 증권시장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을 2조원 안팎으로 예상하는 점을 반영하면 약 860억원, 270억원의 평가이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 자본잠식 마음골프도 고가 인수

카카오게임즈가 2017년 인수한 마음골프도 이와 비슷한 인수 과정을 거쳤다. 마음골프는 한게임 창업 멤버인 문태식 카카오VX 대표가 창업한 스크린골프 회사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자본잠식 상태이던 마음골프의 기업가치를 371억원으로 산정해 사들였다. 당시 김 의장의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는 마음골프의 지분 24.51%를 보유하고 있었다. 카카오게임즈가 마음골프를 인수해 케이큐브홀딩스는 안정적으로 엑시트 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김 의장이 상장이란 숙제를 풀기 위해 한게임 원년 멤버이자 피인수 회사의 대표를 카카오 계열사 대표에 앉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8년에도 자회사 문제로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게임개발사에 대한 지분 가치 반영 내용과 산정 기준 등에 대한 자료 및 소명을 요청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기업공개(IPO) 전 회계감리에서 소명 절차가 길어지자 결국 IPO 중단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게임즈를 둘러싼 최근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중인 기업에 대해서는 어떤 확인도 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카카오 홍보실 관계자는 “기업을 인수할 때 사람과 아이디어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며 “엔진의 인수 가격 책정 배경을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미래가치를 평가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47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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