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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거품 빼는 수입전기차] ‘테슬라 메기효과’에 벤츠 EQC·아우디 e트론 할인공세 

 

동급 내연기관 가격 근접해져… 푸조 e208은 아이오닉 수준으로 출시

▎벤츠 EQC 400 4매틱 / 사진:각 사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만을 판매하는 테슬라의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메이저급 수입차 업계의 ‘전기차 가격거품 빼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른바 ‘억대 전기차’를 출시한 수입차 업체들이 판매량을 우려해 가격을 인하하거나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 업계에선 수입차 브랜드가 그간 출시했던 프리미엄 전기차의 판매가 부진했던 가운데, 테슬라가 판매고를 빠르게 올리자 ‘메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테슬라코리아는 카이즈유 데이터를 인용, 지난 6월 2827대의 차량이 신차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이는 6월 전체 수입차 브랜드 중 4위에 해당한다. 올 상반기 누적 신규등록 대수는 7079대로 전체 수입차 브랜드 중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쉐보레에 이어 6위다. 특히 모델3의 판매량은 올 상반기 수입차 모델 중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모델3 판매가 본격화 된 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테슬라의 판매량은 기존 수입차 업체들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5000만원 대의 모델3부터 1억원을 넘는 모델X 등 테슬라 브랜드의 가격대를 고려할 때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수입차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앞서 ‘프리미엄 전기차’를 외치며 시장에 진출했던 수입차의 전기차 모델들은 우리나라에서 유의미한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테슬라의 약진은 이들에게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 시장도 프리미엄 전기차가 잘 팔리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밍기적거리던 수입차, 모델3 약진에 긴장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 사진:각 사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입차 업체들은 몸이 닳기 시작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수입법인은 이전까진 프리미엄 전기차 판매 부진을 ‘한국 시장 특성’ 탓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됐다”며 “본사 입장에선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전기차를 파느냐가 한국법인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전기차 보급에 미온적이었던 수입차 업체들은 앞다퉈 새로운 전기차를 내놓고, 테슬라로 향한 고객의 눈을 돌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애를 쓰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입차 업계 부동의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다. 지난해 내놓은 브랜드 첫 전기차 EQC를 연식변경하며 가격을 낮추고 인증까지 다시 받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벤츠코리아는 당초 지난해 10월 EQC를 처음 국내 출시하면서 보조금 지급을 신청하지 않았다. 저온(겨울) 주행거리가 한국의 보조금 지급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신청조차하지 않은 것이다.

2017년 개정돼 지난해 8월 시행된 전기차 보조금 규정에 따르면 영하 7도에서 진행되는 저온 주행테스트에서 상온 대비 60% 이상의 주행거리를 인증 받아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영하 7도에서 EQC의 주행거리는 171㎞로 상온 309㎞의 5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조금 없이 판매를 강행했던 벤츠는 상반기 EQC 신규 등록이 단 115대에 그치는 참패를 맛봤다.

벤츠는 지난 4월에야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재인증을 받았고, 상온 대비 90%에 달하는 270㎞의 주행거리를 인증 받았다. 자동차 업계에선 벤츠의 소프트웨어 개선이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 히터 성능이 높아 히터를 최대로 작동시키는 저온 테스트 환경에서 불리했던 만큼 이를 개선하면 쉽게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테스트 이후 들여온 EQC400의 히터 최대 온도값은 28도로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32도) 대비 4도가량 낮췄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EQC는 PTC히터와 히트펌프 방식 히터를 모두 사용하는데, 저온 주행거리 시험 환경에서 효율이 좋은 히트펌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바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츠는 이와 함께 연식변경을 하며 EQC의 판매가격을 대폭 낮췄다. 2019년 출시 당시 EQC 400의 가격은 1억500만원이었는데, 6월 30일 EQC 프리미엄 트림을 추가하며 기존 트림의 가격을 9550만원으로 변경했다. 판매 가격을 1000만원 가까이 낮춘 것이다. 출시 후 8개월 만에 수입사 차원에서 이같이 큰 폭의 가격조정이 이뤄지는 건 이례적이다. 여기에 EQC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1000만원 안팎의 보조금 지급대상이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에 EQC를 구매한 사람보다 향후 구매하는 사람의 구입 가격은 2000만원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2000만원 깎아주는 아우디, 푸조는 ‘국산차 수준’

대규모 할인 공세를 진행하는 것은 EQC 뿐만이 아니다. 아우디코리아 역시 7월 초 국내에 선보인 e트론 55 콰트로에 벌써부터 대규모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서울의 한 아우디 전시장에서 아우디코리아의 딜러사 판매사원은 “e트론을 이달(7월) 계약하면 94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트론의 권장소비자가격이 1억1700만원이므로 2300만원의 할인을 제공하는 셈이다. e트론의 차급은 Q5와 Q7의 중간 수준인데, 최고급 트림 기준으로 봤을 때 Q7보다 e트론이 저렴하다.

다만 이런 할인은 보조금 지급전까지 유효하다는 게 판매사원의 설명이다. 그는 “8월쯤 보조금 지급여부가 결정날 예정인데, 이후 계약에는 현재 규모의 혜택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푸조와 시트로엥 등을 수입판매하는 한불모터스는 국산차와 견줄 가격의 수입 전기차를 내놓는다. 한불모터스가 출시 예정인 푸조 e208과 푸조 e2008은 7월 1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고 있는데, e208의 가격을 4100만~4500만원으로 공지했다. 아이오닉 EV(4140만~4440만원) 수준이다. 아이오닉 EV는 국가보조금 814만원이 지원되는데, 푸조e208도 국가보조금 653만원 지급이 확정돼 지자체에 따라 2000만원대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47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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