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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판매왕’ 정송주 그레이트마스터 & 유문수 그랜드마스터] “영업환경 변화 체감, 그러나 온라인이 딜러 대체할 순 없어” 

 

테슬라 온라인 판매 한계 존재… 딜러와 온라인시스템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기아자동차 유문수 영업부장(왼쪽)과 정송주 영업부장이 서울 압구정동 기아차 국내사업본부에 전시된 K9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신인섭 기자
자동차는 고가의 재화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사는 소비자는 신중하고 예민하다. 결국 ‘믿을 수 있는’ 딜러에게로 향한다. 자동차 업계에선 “자동차를 구입할 때 브랜드보다 딜러의 신뢰도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거래 방식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소득 대비 자동차의 가격은 싸졌고,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은 고도화됐다. 많은 사람이 굳이 딜러를 거치지 않더라도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얻고 거래 과정을 마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미국 전기자동차 브랜드 테슬라는 여기에 불을 질렀다. 테슬라는 ‘딜러’가 없이 모든 차를 온라인에서 주문받고 ‘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공급한다. 구매 과정에서 ‘인간 딜러’는 없다. 완성차 업계는 이 실험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온라인 판매’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자동차 영업 일선의 딜러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업의 ‘정점’에 오른 두 인물을 만나 이들이 어떻게 판매의 달인이 됐는지를 들어보고 미래 자동차 판매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생산직·공무원 출신 ‘기아차 판매왕’에 올라


▎유문수 그랜드마스터 / 사진:신인섭 기자
7월 29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에서 정송주 기아차 영업부장(서울 망우지점)과 유문수 기아차 영업부장(경기 운정지점)을 만났다.

정 부장은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기아차의 두 번째 그레이트마스터(누적 6000대 이상 판매)이자, 15년 연속 판매왕을 지키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설적인 영업왕으로 통하는 쉐보레 영업사원 ‘조지 라드’의 판매왕 기록(13년 연속)보다 더 긴 시간 동안 판매왕 자리를 지켜왔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한 차는 6535대다.

유 부장은 기아차의 13번째 그랜드마스터(누적 4000대 이상 판매)로, 가장 최근 그랜드마스터에 오른 인물이다. 1990년 입사해 약 30년이 걸렸다. 영업직 전환 약 16년 만인 2015년 그랜드 마스터가 된 정 부장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격오지’로 꼽히는 경기도 파주에서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직원들 사이에서 존경의 시선을 받는다.

자동차 판매 전문가로서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확연히 달랐다. 영업직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네트워크를 쌓는 방식도 달랐다. 연고가 없던 서울을 근무지로 택한 정 부장이 특유의 아이디어와 근성으로 영업망을 개척해왔다면, 유 부장은 출신 지역인 파주 지역사회에 녹아들어 우직하게 판매망을 다졌다.

최윤신 기자(이하 사회자): 자동차 판매직을 선택한 계기는.

유문수 부장(이하 ‘유문수’):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주변에도 공무원 친구들이 많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공무원 되는 게 어렵지만 우리 땐 그리 어렵지 않았고, 임금도 적었다. 그러던 와중에 자동차 판매를 꿈꾸게 됐는데 우선 자동차가 좋았고, 판매직은 능력껏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정송주 부장(이하 ‘정송주’): 기아차 생산직에서 일하다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영업직으로 옮겼다. 처음 생산직에 들어간 건 돈을 벌어 태권도장을 차리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생산직 일이 나의 목표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맞춰진 틀 안에서 일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의 양도 정해져 있다. 능력이 닿는 데까지 제한 없이 일을 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고 싶었다. 사실 돈 많이 벌면 그만둬야지 했는데, 고객이 생기다 보니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사회자: 처음부터 차를 잘 팔았나.

유문수: 시간이 걸렸다. 초반엔 어려움이 있었는데, 영업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파주시청에서 지역 내 350개 정도의 공장과 기업 명단을 확보해서 우편물을 꾸준히 보냈다. 가가호호 방문하며 꾸준히 얼굴도장도 찍었다. 1~2년 지나니까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핸드폰은 물론 삐삐도 없던 시절이어서 열심히 홍보를 해도 지점에 있는 선배들에게 계약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중엔 지점에 와선 “유문수 씨와 계약을 하겠다”며 외근 나간 나를 기다려 준 고객도 있었다. 한번 ‘퀀텀 점프’가 이뤄지니 이후엔 연간 판매 대수가 내려가지 않았다.

정송주: 영업직으로 전환한 뒤 회사에서 영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6개월간 배려해줬다.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보고자 했다. 차를 팔기보다는 사람을 사귄다는 생각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데 집중했다. 처음 영업을 시작하곤 3개월 동안 차를 딱 한 대 팔았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고 한 시간 늦게 퇴근하며 전단을 돌렸다. 경쟁이 덜 심한 주택가를 돌며 매일같이 얼굴도장을 찍었다.

사회자: 지점이 달라 영업 전략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유문수: 처음 영업을 시작할 당시 파주는 농촌이었다. 이제 도농복합지역으로 변했지만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중요한 것은 다르지 않다. 판매에 도움이 되려면 사람이 모인 곳에서 활동해야 한다. 봉사활동 모임을 비롯해 3곳의 단체에서 활동한다. 물론 단순히 차를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활동 자체에 의미가 있다. 다만 인연의 끈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애경사도 잘 챙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단체에서 공과 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먼저 차를 사라고 권유하진 않는다. 누군가 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면 경쟁 차와 우리 차를 비교해 설명해준다. 장단점을 모두 알려준다. 최근엔 기아차 모델이 다 잘 나와서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정송주: 유 부장과 달리 가입한 단체는 없다. 수영이나 헬스 동호회 같은 건 해봤는데, 거기서 영업 활동을 하진 않았다. 처음 영업을 시작할 때 지인 연고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단체에 들어가게 되면 이 또한 지인 영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자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영업 초창기엔 판매와 상관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정집과 상가를 방문해 인사하며 얼굴을 익히고, 꾸준히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이렇게 사귄 사람들은 본인들이 차를 사지 않아도 주변 지인들에게 나를 소개해줬고,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그 다음 과제는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별 다를 것은 없다. 고객들이 알아야 할 것을 철저히 설명하는 게 중요했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 주는 게 중요하다. 고객의 비위를 맞추기보다는 해당 고객이 어떤 차를 어떻게 구매하는 게 합리적일지 고민하고 정답을 알려주려고 했다.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엔 어긋날 수 있지만 이렇게 해야 나중에까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시도도 해봤다. 망우리고개에서 매년 여는 자체 신차 전시회가 대표적이다.

“언택트 시대, 자동차 딜러 여전히 필요해”


▎정송주 그레이트마스터 / 사진:신인섭 기자
각자의 방식으로 ‘자동차 판매의 달인’이 된 두 사람은 최근 들어 판매 환경의 변화를 분명히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다. 소비자가 변했고 정보의 비대칭은 줄어들고 있다. 판매 과정에서 딜러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자동차 딜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자: 코로나19 이후 판매 환경이 많이 변했을 텐데.

유문수: 생각보다는 예민하지 않은 것 같다. 아직 농촌 기반 지역사회다 보니 도심보다 둔감한 측면이 있다.

정송주: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로 급격히 힘들어졌다고 느끼진 않는다. 회사와 지점들이 잘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스크 쓰고 방역도 철저히 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 고객들이 지점 방문을 꺼리지는 않는 것 같다.

사회자: 자동차 판매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유문수: 코로나 때문이라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며 영업환경이 변화해왔다. 어떤 차를 선택할지, 어떤 방식으로 계약할지를 도와주는 게 판매담당 직원의 주요 업무인데, 젊은 고객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굉장히 많은 정보를 이미 숙지한다. 자동차의 특성 등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도 결국 관심은 ‘판매 조건’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딜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줄어드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정송주: 고객들과 대면하는 일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과거에 차 한 대를 팔 때 서너 번을 만났는데 최근엔 한번 보고 마는 일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업직의 일이 줄어든 건 아니다. 전화와 문자, SNS 등으로 여전히 긴밀히 소통한다. 사람마다 다른 세무적인 문제나, 등록 혜택 등은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기 어렵다. 카탈로그에 나오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 이런 과정에서 비대면과 대면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 또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기 어려운 분들도 여전히 있다. 비대면으로 계약을 진행할 수 없는 고객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사회자: 결국 자동차 판매직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정송주: 만약 그렇게 된다면 회사 입장에선 고정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일선에서 판매하는 직원을 믿고 자동차를 사는 고객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완전히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다른 브랜드와 판매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딜러의 역할이 크다. 경쟁 차에 비해 우리 차의 장점이 좀 부족하더라도 회사를 유지시키기 위해 영업망에서 잘 판매를 해줘야 하는 니즈가 있다. 테슬라가 온라인 판매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이고, 한계는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본다.

유문수: 비슷한 얘긴데, 지금은 테슬라의 온라인 판매방식이 잘 되는 듯 보이지만 나중엔 결국 맹점이 나올 것이다. 예컨대 고객 입장에서 차는 급한데, 원하는 일정 내에 차 공급이 안 될 경우 유연하게 공급 가능한 차를 찾아 주는 것도 자동차 딜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온라인 판매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다. 딜러와 온라인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회자: 판매 환경 변화에 대한 회사와 딜러의 대응은.

유문수: 사실 답을 찾진 못했다. 젊은 고객들을 맞을 때면 이따금 ‘내가 감이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까지 영업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크다. 여러 측면에서 공부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정송주: 딜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회사가 광고를 많이 해주고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꾸준히 열어줘야 한다. 고객을 자주 접촉하고 데이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데이터의 수집은 영업사원으로부터 시작된다. 상품 기획부터 개발 단계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회사와 영업사원 간에도 긴밀한 교류가 필요하다. 또 온라인 판매의 장점은 차용할 필요가 있다. 상담 단계에서 해당 고객이 대출 받을 때 신용도가 어떤지, 어느 정도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고객과 딜러가 쉽게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고객 편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가 급격히 변하는 만큼 회사도 빠르게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 그건 영업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파편적이다. 회사가 좀 더 체계적인 그림을 그려줬으면 좋겠다.

무엇을 팔든 영업의 키는 결국 ‘신뢰’

어쨌든 짧은 시간 안에 자동차 딜러라는 직업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성공의 꿈을 안고 자동차 영업직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자동차 딜러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이고, 어떤 생각으로 영업에 임해야 할까.

사회자: 자동차 판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정송주: 부지런함과 정직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 영업이 가능한 상황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부지런함이고, 한 번에 믿음직하게 일처리를 하는 게 정직이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신뢰’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유문수: 나도 같다. 신뢰가 중요하다. 계약을 따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잡았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면 신뢰가 깨진다. 고객은 차가 필요해서 사는 거다. 그 사람이 나를 도와주려고 차를 사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계약부터 출고 단계까지 고객이 이야기한 내용들을 꼼꼼히 체크하는 거다.

사회자: 현직 영업맨이나 준비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유문수: 사업을 하다 최근에 어려워진 친구가 나를 찾아와서 자동차 영업에 대해 물어 보기에 심사숙고해보라고 했다. 현재 자동차 시장이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다.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다간 벽에 부딪혔을 때 쉽게 좌절한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그 고객이 우리 차를 살 거란 보장은 없다. 이 때 많은 사람이 금방 관둔다. 결국 물만 흐려진다. 단단히 마음먹고, 길게 바라보고, 초심을 잃지 않으면 분명히 잘 할 수 있게 된다.

정송주: 쉬운 길을 보고 들어오면 안 된다. 특히 처음 영업을 시작하고 바로 결과를 내기 위해 지인영업에만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고객을 발굴하는 걸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영업이란 게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러나 끈기 있고 꾸준히 체계적으로 계획 세우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일이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47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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