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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업계 서바이벌 전쟁 치닫나] 말라가는 운영자금도 한계점, ‘유상증자’에 생사 달려 

 

제주항공·진에어 제외하곤 유증도 불가능… 신규사는 6개월째 채용절차 중

▎김포공항 주기장에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버티기 경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장기침체로 대부분 항공사의 현금이 말라가는 가운데, 운영자금 마련에 성공하는 업체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서다.

일부 LCC는 유상증자를 통해 버티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LCC는 B플랜도 세우지 못했다. 제대로 된 영업도 못 해본 채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신생사 3곳도 살아남기가 녹록치 않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느냐가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LCC에 냉정한 정부 “남는 곳만 살린다”


LCC들은 코로나 사태 발발 후 약 7개월간 사실상 휴업 상태에서 고정비만 지출하며 버텨왔다. 그러나 보유 현금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현금을 마련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내는 방법뿐이다. 결국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는 업체에 정부의 지원이 쏠릴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버티기’에 가장 적합한 방안은 ‘유상증자’다. LCC 업계 1, 2위인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잇단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이유다. 지난 8월 12~13일 우리사주와 기존주주에 대한 청약을 받은 제주항공은 18~19일에는 일반공모 청약을 받는다. 유증 추진 이후 추가적인 주가 하락으로 유증금액은 당초 계획(1700억원)보다 줄어든 1506억원이지만 실권에 대한 리스크는 없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실권주를 전액 인수하기 때문이다.

현재 LCC 중 보유현금이 가장 많은 진에어도 유증에 나선다. 내년 이후의 경영상황까지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게 진에어 측의 설명이다. 진에어는 오는 10월 26일부터 우리사주 및 구주주 청약을 시작으로 11월 초까지 유증을 마칠 계획이다. 진에어 대주주인 한진칼이 일찌감치 유증에 참여하기로 선언해 이 역시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진칼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정물량(720만주)보다 많은 736만9009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이번 유증이 성공하면 제주항공은 올 하반기까지, 진에어는 내년 초까지 운영자금을 확보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유증이 불가능한 회사들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7월 29일 진행하던 5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철회했다. 대주주 티웨이홀딩스(지분율 58.32%)가 배정물량의 25.61%만 소화하겠다고 하는 등 실권이 많았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 측은 다른 방식으로 운영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다각도로 운영자금 마련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대규모 LCC에 비해선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M&A 상황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6월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을 대상으로 전환사채 500억원을 발행해 운영자금의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미궁에 빠지며 당분간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바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에어부산에 투입한 자금에 대해서도 현대산업개발이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받으려면 M&A가 선결돼야 하는데, 재실사 등이 이뤄질 전망이라 속도가 아쉽기만 하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은 에어부산의 ‘향토기업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인 에어서울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앞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400억원의 차입을 받았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고정비 지출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완전자본잠식상태라 상황이 위태롭다. 제주항공에 M&A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현재로선 가장 위태롭다. 당장 외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파산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은 M&A가 무산된 이후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신규 투자자를 물밑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운송사업자 면허를 받은 신규 3사도 고사 직전이다. 플라이강원을 제외하면 아직 비행기도 띄우지 못한 신규 3사는 기존 회사들에 비해 고정비 지출은 적지만 기존에 받은 투자자금이 모두 소진됐고, 추가투자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지난 3월 채용공고를 내걸었는데, 아직까지 채용절차를 미루고 있다.

유상증자나 신규 투자자 유치가 불가능한 LCC들은 결국 정부 지원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정부는 대항항공에 1조2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아시아나는 M&A 실패 시 ‘국유화’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되게 LCC에 대한 지원책은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 당초 지난 2월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건 2500억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아시아나를 통해 에어부산·에어서울에 공급한 금액을 합친 수치다.

업계에선 정부가 시장에 LCC의 1차적인 구조조정을 맡기고 있다고 해석한다. 국내 LCC 한 관계자는 “국토부와 산업은행 등의 현재 태도는 올해를 버텨내는 LCC들에게만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처럼 비춰진다”며 “결국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단 시장에서 선택받는 회사만 살리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이 LCC 추가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며 ‘자구노력’을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경영학)는 “안타깝지만 정부 지원이 FSC(대형항공사)에 몰리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이라며 “LCC는 무조건 살린다기보다 회생 가능성을 보고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에 무게가 쏠린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헤쳐나온 헝가리 LCC의 ‘맨 파워’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항공경영과)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우리나라 LCC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시작됐다”며 “코로나19 사태 진정국면이 오더라도 결국 3~4개 회사로 줄어드는 게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유증 등의 방법으로 자금 마련이 불가능한 LCC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황 교수는 “현 상황에선 경영진의 맨 파워가 아니고선 생존방법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헝가리 LCC ‘위즈에어(wizz air)’의 사례를 언급했다. 조세프 바라디 위즈에어 CEO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빠른 구조조정과 함께 부정기편, 화물 등 당장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전환해 파산을 피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 항공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황 교수는 “위즈에어의 방식을 적용하란 게 아니라 능력 있는 경영진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생존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투자자,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자금을 이끌어내는 것도 ‘맨 파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48호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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