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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주거난 해결사로 등장했는데 주범으로 내몰려 

 

청년임대주택 임대료·세금 비싸 눈총… 사업자 혜택보다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야

▎지역주민들이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자 청년단체가 청년주거 안정 지원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우리미래허브
2000년대 후 서울시 청년가구는 대부분 주거 빈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빗대어 ‘지옥고’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옥고는 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의 앞 글자를 따와 주거빈곤 가구의 고충을 표현한 단어다. 청년층의 주거 고통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30 청년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장려책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청년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부동산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책 본연의 취지와 다르게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졌다는 이야기와 함께 심지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가구의 거주기간은 평균 1.5년이며 월세 비중은 72%로 일반가구보다 약 11% 높다. 소비활동이 떨어지는 청년가구가 오히려 월세 비중이 높다.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사업을 도입하기 전, 정부는 공공·민간에서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복주택, 민간임대주택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공주택은 민간분양보다 품질·집값·입지가 좋지 않아 경쟁력이 낮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를 극복하고자 역세권 건축물을 대상으로 주택 개발에 나섰다. 이를 위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예산을 채우고 2022년까지 서울 역세권 입지 좋은 곳에 8만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사업계획을 세웠다.

이 사업은 서울 시내 모든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한다. 승강장 경계로부터 350m 안에 해당하면 사업 대상 부지로서의 기본 요건을 충족한다. 제2종 일반주거 등 대상 부지에 대한 최소 요건도 갖춰야 한다. 기준 요건에 해당하면 사업 시행자에게는 종상향(용적률 상향 조정과 층수 규제 완화)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서울 시내 용적률 200%, 250%인 제2종 일반주거와 제3종 일반주거 지역에 대해 용적률을 680%까지 올려줘 사업성을 확보하고 수익 창출이 가능하게끔 해주는 것이다.

이는 공공기여율이라는 전제조건이 달려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종상향 혜택을 제공받으면 공공임대를 제외하고도 사업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혜택이다. 게다가 이자 차액까지 보전 받을 수 있어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런 혜택을 누리는 대신, 전체 물량의 20%는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80%는 부동산시장 시세의 95% 수준으로 공급하는 조건을 이행하게 된다.

사업자의 수익성과 수요자의 주거안정성이 충돌


▎서울 강동구의 한 지역 주민들이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큰 혜택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동산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초기 반응은 폭발적인 수요와 호응을 일으켰다. 최근 실시한 청약에서 공공임대 주택의 경쟁률은 340대 1까지 올라갔고 민간임대 또한 10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공지원형 민간임대 주택에서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초기 공급은 주변 시세의 95%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나, 민간 업체들이 주거에 필요한 침구·가전제품 등 옵션 항목을 포함시켜 임대료를 시세와 비슷하게 맞추거나 더 높게 형성한 것이다. 냉장고나 세탁기에 월 렌털료를 책정한 것이다.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한평역 청년임대주택의 경우 지난해 11월 청약에서 118가구 모집에 1082명이 청약했다. 하지만 올해 3월 계약할 땐 당첨자 중 80% 정도가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얘기한 주거용품 옵션 같은 꼼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기업 주택임대 사업이나 호텔 재개발도 렌털비와 조식·중식 등의 비용을 추가로 포함한 것이다. 민간 사업자들은 기부채납 비율 조건에 따라 사업성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사업구조가 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사업을 추진되는 과정이라 좀더 중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수요자들의 목소리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서울시는 민간임대 시장의 강화와 함께 안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를 믿고 임대주택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이 좌초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정부의 대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세금 폭탄까지 맞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법인을 통한 부동산 투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했다. 취지는 좋으나 기존 4년 단기임대 사업자의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면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게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야심 차게 출발한 8만가구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이 아쉬운 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세율 강화로 청년주택임대 사업에 불똥

정부는 법인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6%로 적용하기로 세법 개정을 예고했다. 이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게도 대부분 해당되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임대 사업을 하거나 추진 중이었던 기업들이 대부분 사업의 철회 또는 중단을 선언했다. 민간임대 사업은 대부분 도시형생활주택인데 정책 변화로 인해 서울시 추진 사업에 적신호가 켜지고 미래가 불투명하게 된 것이다. 건설임대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검토 중이지만,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사업자는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그대로 맞게 되는 것이다.

어떤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임대주택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주택 매각은 주거복지 안정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이 임대하는 주택의 최대 장점인 다양한 편의시설, 안정적인 관리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취지가 무너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임대 주택 정책을 만들 때 대부분 공급량을 기준으로 초점을 맞춘다. 양적 문제가 해소되면 주거 빈곤의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경제학에서 흔히 얘기하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따르는 셈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적인 증가보다 질적인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왜 그런 것일까?

공공임대주택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주택 면적이 지나지게 작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 결과 2017년 말 기준 공공임대주택 전용면적 40㎡ 미만이 약 47%를 차지했다. 면적도 작고 비용도 저렴하지 않아 모든 면에서 거주하기 불편하다면 질적인 향상을 위한 예산을 좀 더 수립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은 사업을 시행하는 기업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실수요에게 맞춰야 하는 것이다. 물론 양질의 주택 공급은 기본 전제다. 유휴부지가 고갈됐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 것보단 기존 다세대 주택이나 공공부지 등을 적극 고려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 투자자문 본부의 컨설팅 팀장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자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자격(SIOR)을 갖고 있다.

1548호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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