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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플랫폼 전쟁터 된 배달 앱 시장] 숟가락 얹은 쿠팡·위메프 입맛 다시는 네이버·카카오 위태로운 배민 천하 

 

‘언택트’ 시대 배달 앱 급부상, 마케팅 경쟁 불가피…라스트마일 물류서비스 진화 가능성

▎배달 앱 시장이 성장하면서 검색과 e커머스, 채팅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제국의 팽창은 언젠가 다른 제국과의 충돌로 이어진다. 영국과 독일이 3C(카이로·케이프타운·캘커타) 정책과 3B(베를린·비잔티움·바그다드) 정책의 충돌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쟁을 벌였듯.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산업도 경쟁의 양상이 복잡하게 흐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국내 배달 앱 시장에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듯했다. 업계 2위 요기요의 최대주주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며 점유율 98.7%의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탄생해서다. 그동안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며 경쟁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잠자코 지켜보던 정보통신기술(ICT) 공룡들이 최근 너도나도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쿠팡과 위메프오가 공격적으로 영토 확장에 나선 가운데 네이버·카카오도 몸을 풀고 있다. 이들은 배달 앱이 라스트 마일 물류서비스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해 이 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시 무한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IT 플랫폼 비즈니스에 억만장자는 있어도 백만장자는 없다. 승자독식의 시장에서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거나 퇴출될 때까지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배달 앱 시장은 기업 순위가 대거 바뀌는 등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6월 기준 배달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안드로이드 기준)는 배달의민족이 970만1158명으로 1위, 요기요가 492만6269명으로 2위를 지켰다.

주목할 만한 점은 3~4위의 순위 변화다. 쿠팡이츠(39만1244명)가 배달통(27만2139명)을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닐슨코리아클릭 조사(안드로이드·iOS 합산)에서도 이 기간 쿠팡이츠의 MAU는 55만으로 배달통(26만)을 큰 폭으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 위메프오(38만)도 배달통을 앞섰다.

배달통은 국내 1호 배달 앱으로 배달의민족·요기요의 틈바구니에서도 꾸준히 40만~50만대 MAU를 지켜왔다. 올해 1월 MAU는 51만으로 당시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를 합한 40만 MAU보다 높았다. 그러나 쿠팡과 위메이크프라이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입지가 쪼그라들었다.

쿠팡이츠, 라이더 확보 총력에 배달료 2만원 넘기도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이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앱 이용자가 늘자 시장 확장에 나섰다. 배달 앱은 소비자와 라이더·입점업체가 생태계의 3대 축이다. 이들이 공동의 목적을 갖고 움직이도록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쿠팡이츠는 생태계 확장을 위해 라이더를 첫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라이더를 독점함으로써 배달시간을 단축, 소비자를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배달의민족 등 경쟁 배달 앱 라이더가 한 번에 3~4건 주문을 동시 처리하는 데 비해 쿠팡이츠는 한 건씩만 처리하도록 했다. 라이더가 여러 음식을 픽업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해 배달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의 선택 배차가 아닌 강제 배차 방식을 통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일반적으로 배달시간이 30분을 초과하면 소비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쿠팡이츠는 더불어 배달료의 기본요금을 없애고 주문량과 시간·거리 등을 고려한 탄력요금제로 높은 배달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배달을 한 건씩 처리하면 일거리가 줄어 소득이 감소, 라이더의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날씨와 시간, 배달 동선 등을 고려해 건당 2만원 넘는 배달료를 지급하기도 한다. 소비자·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5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모두 쿠팡이츠가 지급한다.

쿠팡은 e커머스 분야에서도 위메이크프라이스·티켓몬스터 등과 ‘쿠폰 전쟁’을 벌이는 등 마케팅 전쟁을 오랜 기간 치렀다. 당장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판매자와 소비자를 많이 확보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배달 앱 업체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또 비전펀드의 자본력을 배경 삼아 치킨 게임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쿠팡은 식당 등에 식자재를 정기 납품하며, 포스기기의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했다. 배달 앱 시장에서의 입지를 어렵지 않게 굳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메프오의 공략 포인트는 입점업체다. 입점업체들이 주 8800원의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면 중개수수료 없이 배달 대행을 한다. 배달의민족은 건당 6.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률제와 특정 지역에 깃발을 꽂으면 콜을 받을 수 있는 정액제 요금제를 혼용하고 있다. 요기요(12.5%)와 쿠팡이츠(약 15%)는 건당 1000원 안팎 수수료를 받는 일부 프로모션을 제외하곤 정률제 수수료 체계다.

이에 비해 위메프오는 수수료를 없애 입점업체를 늘리고 있다. 지역 기반 운영 효율화로 수수료가 없다는 게 위메프 측 설명이다. 광고·마케팅 경쟁으로는 승산이 낮다고 판단하고, 배달 중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질세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배차 및 동선을 자동으로 지정해주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전에는 고객 주문에 가장 빨리 응답한 라이더에게 배달을 맡기는 ‘전투콜’ 방식이었다. 전투콜 방식은 라이더들의 경쟁을 독려해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전 중 스마트폰을 봐야 하는 등의 안전 및 운영 비효율 문제가 제기됐다. 배달의민족은 AI 배차 시스템으로 일정량 이상 배달하는 라이더에게 7만원의 추가배달료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요기요는 라이더의 동선을 고려해 한 번에 한 두 곳만을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네이버·카카오도 입점·채팅으로 진출 가능성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도 속속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GRS는 올해 2월 자사 5개 브랜드(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도넛·T.G.I프라이데이·빌라드샬롯)의 배달 주문 서비스인 앱 롯데잇츠를 출시했다. 소비자가 원할 때,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홈서비스(딜리버리)’와 고객이 매장에서 줄 서지 않고 주문을 할 수 있는 ‘잇츠오더’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당장은 롯데 브랜드 밖에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은 성장에 한계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등 자사 브랜드의 배달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이미 많은 배달 앱이 자리 잡은 상황이어서 생태계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마트도 시장 진출을 목표로 배달 앱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의 투자 예비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CU와 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도 즉시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요기요 장보기 즉시 배송을, 현대백화점은 식당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배달 앱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네이버는 실제 일부 외식업체들과 손잡고 자체 검색 결과에서 배달 대행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검색을 통해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메뉴와 가격, 예상 배달시간 등을 줄 세워 라이더들에게 연계시킬 수 있다. 또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큰 폭의 할인도 제공한다.

카카오도 배달대행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구체적 형태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로써는 요식업체들이 카카오톡에 입점하는 형태로 배달을 중개하거나, 배달 전용 채팅 창을 통해 메뉴를 고르고 배달을 요청하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챗 등 중국 채팅 앱들은 이미 2~3년 전부터 이런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톡이 선물하기 기능 등으로 e커머스 분야로 영역을 넓힌 것처럼, 앱 플랫폼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

네이버·카카오 등은 여론 동향을 살피는 한편, 배달의민족·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따라 서비스 개시 방법 등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위메프오보다 네이버·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경계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거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해마다 거래액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음식 주문 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9조7365억원으로 전년 대비 84.6%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를 이보다 2배 이상 큰 20조원 규모로 추정한다.

배달 앱 이용자는 2013년 90만명에서 2019년 2500만 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그릴 전망이다. 1인가구, 맞벌이가구 증가, 배달 음식 문화 정착 등 중장기 관점에서의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스트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음식 배달 시장은 2018년 820억 달러(약 96조원)에서 2025년 2000억 달러(약 23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배달 앱 회사들의 기업가치도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1위 배달 앱 업체 메이퇀디엔핑의 시가총액은 206조원이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의 4배에 달한다. 유럽·아시아 41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딜리버리히어로는 2018년 6억8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기업가치는 199억500만 달러(약 23조5000억원) 규모다. 우버이츠의 기업가치는 약 22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시장 M&A 활발, 조 단위 거래


배달 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면서 경쟁사 간 고액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글로벌 시장 거래액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인수가격인 4조80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네덜란드의 테이크어웨이는 올해 1월 영국 저스티잇을 인수하는데 9조1000억원을 썼고, 유럽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도 6월 미국 그럽허브를 사는데 8조7000억원이나 들였다. 미국 우버이츠는 경쟁사 포스트메이츠를 3조1000억원에 매입하는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매년 7%대 고성장을 일구며 외식 산업이 날로 커지고 있다. 또 실업률이 높고 오토바이가 주된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 배달 앱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 시장은 우버이츠를 비롯해 그랩푸드·고젝 등이 국가별로 과점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승차공유 회사의 자회사나 사업부로 이미 높은 수준의 지도·경로 탐색 알고리즘과 페이 서비스를 심어놓은 상태다.

그러나 아직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없고, 시장의 잠재력이 폭발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것도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50대50 지분으로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를 싱가포르에 설립기로 했다.

배달 앱은 사용자의 충성도가 낮고 네트워크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자본력과 서비스 경험이 있다면 진입이 용이한 편이다. 이 때문에 검색·e커머스·승차공유 등 여러 IT 플랫폼 간에 격돌 양상도 나타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도 언제든 생사를 건 경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배달 앱이 유통·물류 혁신 기폭제’ 기대


실제 국내 배달 앱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쿠팡·네이버·카카오 등은 모두 각자 영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은 배달 앱이 앞으로 e커머스 활성화와 물류·유통 혁신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날로 커지는 e커머스 시장에서 배달 앱이 라스트마일 물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유통과 물류체계의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유통기업들은 대개 물류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둔 2자 물류(2PL) 방식 물류체계를 택하고 있다. CJ가 CJ대한통운을, 롯데가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현대자동차가 현대글로비스를 보유하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 급성장한 e커머스 기업들은 자체 물류망이 없기 때문에, 기존 물류망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물품을 위탁 발송하는 3자 물류(3PL) 방식이 커지는 이유다.

문제는 대형 물류업체를 이용하면 배송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물류 서비스의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대형 물류업체들은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자신의 대형 물류창고로 한데 모은 뒤 다시 각지 소비자에게 뿌린다. 과거 지역 거점 물류망과 촘촘한 배달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운영효율화와 비용절감 측면에서 이런 방식이 유리했다. DHL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이 정착시킨 모델이다.

그러나 쿠팡 등 일부 e커머스 기업들이 자체 물류망을 구축해 로켓배송 등 새로운 서비스를 펼치며 유통·물류의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에서도 아마존이 유통의 중간 과정을 생략해 배송 속도를 높여 게임의 룰을 바꿨다.

소비자들은 더 짧은 시간에 제품을 받기 원하고, 니즈도 다양해지면서 최근에는 당일배송, 3시간 내 배송, 콜드체인 같은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카카오 같은 신흥 e커머스 기업들은 제품 공장 등이 있는 거점별로 중소형 물류창고를 두고, 여기서 소비자에게 직접 발송하는 물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거점물류·라이더중심 생태계 꾸려질 수도

네이버는 현재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LG생활건강 제품은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일괄물류서비스)센터에서 바로 허브터미널로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형 상점에도 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기업·개인이 소유한 지역별 창고를 임대 및 공유 형태로 활용해 물류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라스트마일 물류로 완성하려면 전국 각지에 촘촘한 오토바이 배달망이 있어야 한다. 배달 오토바이는 먼 지역을 오가기 어렵지만 반경 3㎞ 이내 거리에선 어렵지 않게 물류를 담당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앞으로 배달 앱 라이더들이 음식뿐만 아니라 공산품 등을 배송할 수도 있다.

드론·로봇 등 대중들의 관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자율 배달 기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가장 싸고 빠르고 정확한 배송 수단은 현재로썬 라이더다. 앞으로 배달 앱 자체가 3PL 기업으로서 여러 e커머스 기업들의 물류를 소화할 수 있다. 현재 배달 앱 시장은 20조원짜리지만 앞으로 물류 포워딩으로 넓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사의 역량을 기반으로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통한 최적화와 고객 서비스 개선, 새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 새로운 물류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49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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