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서울 서남부 중심 상권, 현대백화점 손으로 가나] 파크원에 들어서는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美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 주변상권 활성화 전망, ‘부동산시장 호재’는 글쎄

▎2021년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문을 열 예정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 조감도. / 사진:현대백화점
2021년 연초부터 서울 서남부 지역의 쇼핑지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1월 여의도 파크원(Parc.1)에 서울 시내 백화점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이 문을 연다. 그동안 영등포 지역은 ‘제대로 된 럭셔리 백화점 하나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지하 7층, 지상 8층의 영업면적만 8만9100㎡ 규모로, 현재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8만6500㎡)보다 넓고, 수도권 백화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9만2146㎡)과 비슷한 수준이다. 백화점 내부 구성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 공간으로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해 꾸며질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기획되고 있으며, 해외 유명쇼핑몰들처럼 건물 내부가 밖으로 보이는 ‘대형 보이드’ 디자인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국내 백화점 빅3 모여 각축


1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 문을 열면서 서울 영등포구에는 국내 ‘빅3’ 백화점이 모두 위치하게 된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에서 2㎞ 떨어진 영등포역에는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있다. 두 백화점은 영등포 상권을 지키기 위해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 오픈하기 전, 선제적으로 리뉴얼을 강행했다. 우선 신세계백화점은 1984년부터 사용한 점포명인 영등포점을 ‘타임스퀘어점’으로 바꾸면서, 구 단위를 넘어 서울 서남부지역 소비자를 흡수코자 했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은 백화점 업계로는 처음으로 백화점 1층에 식품관을 배치하는 등 과감한 변화를 보여줬다. 20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영패션 전문관’을 따로 꾸미기도 했다.

지난해 영등포역 민자역사 신규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운영권을 획득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도 전면 리뉴얼 중이다. 롯데백화점 역시 2030세대 젊은 소비자 잡기에 집중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를 겨냥해 아동·유아전문관을 확대하고, 키즈 체험 공간도 대폭 늘린다. 세 대형 백화점이 서울 서남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구도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역시 젊은 직장인 소비자를 겨냥한 콘텐트로 승부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여의도에 위치한 대형 몰(Mall)인 IFC몰의 소비자 분석데이터를 보면,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의 미래 고객층을 파악할 수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IFC몰 일일 평균 유동인구는 2만9313명 정도고, 성별 비율은 남성이 62.9%, 여성이 37.1%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비율은 10대가 2.6%, 20대 15.3%, 30대가 27%, 40대가 22.9%, 50대가 17.1%, 60대 이상이 15.1%로 20~40대의 직장인이 유동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김태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의도에는 소비력이 있는 직장인이 몰려 있지만 마땅한 소비처가 없었다. 큰 건물은 많지만 이미 용도에 맞추어 들어온 건물들이기 때문에 백화점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며 “서울 최대 규모의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면 젊은 직장인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반에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의 ‘빨대효과’로 주변 IFC몰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등 대형 쇼핑몰들이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에 고객을 뺏기는 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대로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근처에 있는 스트리트 상권에는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 상권 내 랜드마크급 대형 쇼핑몰이 개발되면 주변 상인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빨대효과로 인해 손님을 뺏길 것이라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오히려 대형 쇼핑몰 개장이 주변 상권 활성화에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절대적인 유동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영등포역 주변의 백화점과 상권도 시간이 지나면서 집객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서현역 상권의 현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서현역 상권은 2015년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빨대효과로 인해 한동안 판매가 주춤했지만, 점차 상황이 나아지면서 지난해 서현동을 포함한 분당 일대 상가 공실률이 0.9%를 기록했다. 전국 최저치 수준이다. 판교신도시 개발로 서현역 인근 유동인구까지 늘면서 차츰 호재로 함께 작용한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물가도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서현역 상권으로 나누게 하는데 한몫했다.

김태환 연구원은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주변 상권을 뺏는다는 부정적인 분석보다 침체된 상권을 다시 살린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의도는 직장인이 밀집한 지역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식을 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점심시간에도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새로운 식문화로 상권이 얼어붙었다”며 “현대백화점이라는 거대한 상징적인 장소가 생기면서 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까지도 쇼핑객으로 북적일 수 있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유동인구가 느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여의도 특성상 부동산 시장 영향은 적을 듯

하지만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입점이 주변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여의도 부동산 시장은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과는 별개로, 재건축 사업 여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여의도에는 1970년대에 지어진 재건축 단지 등 총 16개 단지가 있지만 2018년 8월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는 서울시의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여의도 재건축 사업은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멈춰진 상태다.

김태환 연구원은 “이론적으로만 살피면 대형 백화점 오픈이 주변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것이 맞지만, 여의도 경우엔 다른 서울 지역과는 다른 특수한 점이 많다”며 “특히 여의도는 주거지역보다는 직장인이 오가는 오피스 중심 지역이기 때문에 백화점이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48호 (2020.08.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