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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파크원’, 판을 흔들다] 서울 서남권 업무·상업 지형 대변화 예고 

 

13년 만에 준공된 여의도 새 랜드마크… ‘블랙홀’ 전망에도 초기 공실은 불가피

▎파크원 외관 / 사진:포스코건설
서울 서남권의 업무·상업 지형이 거대한 변화 앞에 섰다. 포스코건설이 여의도에 시공한 업무·상업 복합시설 파크원(Parc.1)이 등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지어진 파크원은 LG트윈타워와 콘래드호텔 사이에 위치한다. 최고 69층에 달하는 오피스 건물, 서울 시내 최대 면적의 백화점, 5성급 호텔을 포함하고 있다. 연면적은 62만7674㎡로 축구장 88개를 합친 규모다. 면적으로 보면 63빌딩보다 4배가량 크다. 파크원이 들어서면 오피스·백화점·호텔 시장 등 서울 전역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파크원은 지난 7월31일 준공을 했지만 아직 정식 오픈은 하지 않은 상태다. 내년 초 오픈이 예정된 현대백화점과 페어몬트 호텔이 입점하기 위한 내부 공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피스 타워만 입점이 가능하다.

그동안 여의도는 은행, 증권사들이 모인 국내 대표 금융도시로 조명 받아왔다. 하지만 아파트 재건축 중단 등으로 주거시설은 강남만큼 높게 평가받지 못하는 양면성을 지닌 도시였다. 바꿔 말하면 개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8년 7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개발 계획이 담긴 ‘서울 2030 플랜’을 언급하자 서울 부동산 가격이 여의도와 용산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것도 이런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은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밀려 보류됐지만, 언젠가는 개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을 비롯해 GTX, 신안산선 개통 등 교통 호재는 여의도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인구집적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파크원이 들어서면서 주변 상권과 오피스 시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 도심이 더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의도 ‘최고(最高)’ 높이, 붉은 기둥 파격 디자인


▎파크원 오피스동 로비 조감도 / 사진:포스코건설
파크원은 이미 여의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우선 스카이라인이 달라졌다. 오피스 빌딩인 타워 1동은 최고 높이 333m(69층)로 여의도의 빌딩 역사를 새로 썼다. IFC몰과 LG트윈타워 사이에 위용을 자랑한다. 전국에서도 파크원 보다 높은 건물은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와 부산 엘시티 더샵(411m) 뿐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홍콩 ‘국제금융센터’ 같은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초고층 건물의 높이가 시선을 붙잡았다면, 네 귀퉁이에서 건물을 떠받치는 붉은 기둥 디자인은 다른 방향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무채색 건물이나 통유리 외벽으로 장식한 빌딩 숲 사이에서 밖으로 드러낸 파크원의 붉은 기둥은 그만큼 눈에 띈다. 보통 건축물을 떠받치는 대형 기둥은 외벽으로 가리는 일이 많지만 파크원은 반대를 선택했다. 기둥을 밖으로 빼내고, 붉은색으로 드러냈다. 파격을 택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타워 1·2동의 8개 붉은색 기둥은 한국 전통 건축물의 기둥 형상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전통 목조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붉은 대들보에서 착안했다는 것이다.

파크원은 이탈리아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를 맡았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퐁피두센터, 런던 그리니치 반도의 밀레니엄돔 등이 그의 작품이다. 로저스는 1991년 건축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07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을 받기도 했다.

파크원이 완성되는 데엔 우여곡절도 많았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약 13년이 걸렸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기까지 6년가량 걸린 것과 비교하면 공사 기간이 두 배나 길었던 셈이다. 건축 기간이 늘어진 건 땅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Y22) 사이에 소송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Y22는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셋째아들인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이사장이 말레이시아 법인 APD 등을 통해 100% 출자한 시행사다. 통일교재단과 Y22는 지상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법원은 Y22의 손을 들어줬다. 파크원의 실질적 소유주는 Y22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송이 길어지면서 공사는 중단됐다. 그 과정에서 처음 시공을 맡았던 삼성물산은 손을 뗐다. 2007년 착공해 공사가 20~25%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건설 현장은 7년 가까이 방치됐다.

소송이 마무리 된 후 Y22는 새로 공사를 맡을 업체를 찾았다. 2016년 11월 포스코건설이 시공 계약을 따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한 초고층 건물 시공 기술과 능력을 여의도 중심에서 자랑할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은 파크원 건축에 총력을 쏟았다. 6만3000여 톤의 철강재를 사용했다. 롯데월드타워보다 1만1000톤가량의 철강재가 더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포스코가 생산한 철강재는 약 4만3000톤에 이른다. 포스코건설은 건물 가장자리에 8개의 대형기둥(Mega Column)을 세우고 기둥 사이를 대형 버팀대(Mega Brace)로 연결해 중심을 받치는 구조 시스템(Mega Frame)을 파크원에 적용했다. 이 공법을 적용하면 건물의 하중을 바깥의 큰 기둥이 받쳐주게 된다. 건물 가운데에는 기둥이 없어 내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대 5만명 근무 가능한 초대형 오피스


▎31층 오피스 단독(임원실)쇼룸 모습 / 사진:포스코건설
파크원의 등장으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오피스 시장이다. 파크원에 들어서는 오피스빌딩 타워 1동은 여의도를 비롯해 서울 전역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 7층~지상 69층으로 전체 전체면적은 22만2988㎡(6만7454평)다. 정부청사 조성 지침에 따르면 1인당 최소면적은 7㎡, 적정 면적은 개인 공간과 공유공간을 합해 약 8.5㎡(2.5평)를 권장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최대 2만7000~3만명이 파크원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파크원이 수용할 수 있는 실제 인원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국내 공유오피스업체 패스트파이브와의 비교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패스트파이브가 국내 전역에 운영하는 지점 수는 25개, 전용면적은 2만1000평이다. 파크원 타워 1동의 31% 수준이다. 패스트파이브 멤버(이용자 수)는 1만7000여 명인데, 같은 기준으로 계산하면 파크원 타워 1동에 최대 5만여 명이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패스트파이브를 비롯해 국내 대표 공유업체인 위워크(이용자 수 약 2만명 추정)와 스파크플러스(약 8000명)에 입주한 모든 기업을 한 건물에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여의도 오피스 시장에 수요가 많다는 점도 파크원에는 호재로 평가된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회사 존스랑라살(JLL) 코리아가 발표한 ‘2020년 2분기 서울 A급 오피스 시장’ 보고서를 보면 여의도 공실률은 6.7%를 기록했다. 1분기보다 1.2%포인트 감소했다. 2012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JLL은 “경제 불확실성과 파크원 공급 예정으로 인한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라고 설명했다.

타워 2동은 NH투자증권 본사로 쓰일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2020년 1월 파크원 타워 2동 매각 입찰에 참여해 인수자로 결정됐다. 매입 가격은 9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파크원 타워 2동을 3.3㎡당 1400만원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해 초기부터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됐다. 파크원 공사를 재개했던 2016년, 2조10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를 주관해 부족한 사업비를 조달한 인연도 있었다.

파크원에 대한 좋은 평가와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공실로 인한 포스코건설의 부담이다. 파크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Y22 프로젝트 금융투자와 타워 1동의 전체 연면적 22만2988㎡중 16만5289㎡를 책임 임대차 조건으로 계약했다. 준공 시점에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하면 2023년 8월까지 3년 동안 임대료를 책임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부동산업계에서는 현재 파크원 타워 1동의 오피스 임대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 기간 3년’이라는 계약 조건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급 오피스에 입주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원하는데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건을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3년 이후의 계약에 따른 문제는 포스코건설이 관여하기 어려워 계약 조건을 변경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5년까지 임대 계약을 할 수는 있지만, 임차인(포스코건설)이 3년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타워 1동의 임대료가 NH증권이 매입한 타워 2동보다 저렴하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타워 1동 임대료(관리비 포함)는 3.3㎡(1평) 기준 14만5000원, 타워 2동은 17만원 수준이다. 임대 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와 인테리어비용 지원 혜택은 동일하다. 이 부동산 관계자는 “임대료는 IFC 오피스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파크원 타워 1동 계약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공실 우려에 포스코건설 부담 분석도


▎31층 오피스 쇼룸 모습 / 사진:포스코건설
공실이 장기화하면 포스코건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책임 임대차 계약에 따라 공실 오피스의 임대료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무실이 나가지 않을 경우 3년 동안 최대 1000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월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에 파크원 1동의 3개 층을 맡기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워크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MOU 체결 이후 구체적인 계획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파크원의 공실이 길어질수록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의도 포스트타워(우체국), 사학연금회관 등의 대형 오피스가 줄줄이 오픈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오피스 공실률은 서울 평균을 밑돌았지만 오피스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20년 2분기 전국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시장 동향을 보면 서울 지역 공실률은 9.1%를 기록했다. 2018년 2분기 공실률(12.1%)을 기점으로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1분기 8.6%의 공실률을 기록한 뒤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시행 확대로 신규 임차수요가 감소하며 오피스의 공실률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여의도에 대규모 오피스 물량이 공급되면서 공실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공실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현재 외국계 회사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 등 임대의향서, 확약서를 제출한 임차사를 대상으로 계약조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파크원 준공 이후 임대문의가 이어지고 관심이 늘고 있다”며 “여의도 뿐 아니라, 다른 권역에서도 사옥 이전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48호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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