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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수축 사회’ 진입한 한국, 투자 지평 넓혀야 

 

인구 자연감소 시작… 도심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듯

▎출산율의 지속 하락으로 올 상반기 합계출산율은 0.918을 기록했다. 산부인과 신생아실.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인구 감소국 대열에 합류했다. 올 상반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일본 등의 뒤를 이어 인구 자연감소 국가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와 사회가 숱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추세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초저출산율(1.3명 이하)을 넘어 초초저출산율(0.918명)을 기록해 인구통계를 집계하는 국가 중 가장 낮다.

정부는 각종 출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난망이다. 우리나라는 결혼율과 출산율의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결혼하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 낮은 결혼율은 낮은 출산율을 의미한다. 동거 비율이 높은 서구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대목이다.

수축사회는 지방소멸 불러올 수도


인구가 줄어들면 ‘수축사회’가 된다. 인구와 소득이 늘면서 도시화가 진전되는 ‘확장사회’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단순 투입량을 늘려 성장을 도모하는 확장사회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생산의 3요소인 자본, 노동, 토지 중 앞으로는 노동의 투입량을 높일 수 없는 사회가 된다. 노동 투입량을 늘리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규모도 키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 방법으로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

수축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는 양극화를 더욱 짙게 만든다. 서울 등 대도시로의 집중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그 반대편에서는 지방소멸이라는 우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모여 살고 있는 대도시 초집중 국가이다. 이 현상에는 오래 전부터 비판과 논의가 있어 왔다. 예를 들어 국토 균형발전이라든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수도권과의 불균형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 왔다.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으로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 논의도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의문점은 남는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국토 균형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온 지금, 수도권 집중현상은 완화되었을까. 완화되지 않았기에 지금이라도 더 드라이브를 걸어서 행정수도를 이전하고, 공공기관을 더 지방으로 많이 옮기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 투자를 늘려야 할까. 아니면 수도권을 비롯한 메가시티로의 집중 현상을 불가피한 구조적 흐름으로 판단하고,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 놓는 게 올바른 길일까. 수도권 초집중 현상을 완화할 정책 아이디어를 내 놓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이다. 단지 되돌릴 수 없거나 혹은 되돌리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는 구조적 흐름에 대해서만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1기, 2기 그리고 이번의 3기 신도시는 결국 수도권 집중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주거 환경이 좋고 교통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대규모 신도시를 이렇게 많이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은 수도권밖에 없다. 신도시는 결과에 대한 해법이지 원인에 대한 처방이 아니다. 수도권에 인구가 모이는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현실적으로 사라지기도 어렵지만) 집중현상은 완화되기 어렵다.

‘중심부(강한 고리)-주변부(약한 고리)’ 관계에서 시장은 늘 주변부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원리도 무시할 수 없다. 위기가 오거나 상황이 바뀌면 항상 주변부 약한 고리부터 끊어진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신흥국가가 타격이 더 크듯이 인구 감소는 수도권 보다는 지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의료 현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공공의대 논란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이 있었지만 지방 의료 상황은 심각하다고 한다. 아픈 데 치료 받을 수 없는 곳에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또한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일본의 3대 대도시(도쿄·오사카·나고야) 중에서 1990년 초 버블시기 이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곳은 도쿄가 유일하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도심화와 4차산업 혁명 그리고 인재 확보

산업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제조업 기반의 시대에는 허허벌판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사택을 건설하고 학교를 짓고 도로망을 깔아서 도시를 건설했다. 이른바 ‘기업도시’ 혹은 ‘산업도시’이다. 과거에는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노동 투입량이 증가했고 그에 따라 인구도 늘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점차 소프트화로 가고 있다. IT나 BT 같은 기업들은 연구 개발 중심이고, 설사 하드웨어를 다루더라도 점차 로봇화, 공장 자동화, 사물인터넷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투입량을 늘리기 보다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것. 생산성은 거칠게 표현하면, 적은 인력으로 많이 생산하는 것이다. 당초 기대와 달리 고용과 성장의 상관관계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수축사회는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은 단순히 산업 분야를 넘어 수축사회에 생산성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 측면에서 4차산업 기업들에게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인재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집중화는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프트화된 비즈니스에 적합한 인재는 주로 어디에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은 도시에서 교육 받고 도시에서 주로 성장한다.

수축사회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선 지역적 확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거나 스스로 자산배분을 통해 투자 지역을 넓혀야 한다. 전자에 해당되는 것이 내수를 기반으로 수출을 하는 기업들이고, 후자는 투자자 스스로 다른 나라와 지역에 자산배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오리온이나 삼양식품은 얼마 전까지만 내수 관련주로 분류했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더 높은 매출을 올리거나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수축사회가 심화될수록 내수와 수출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기업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강력한 내수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 수출을 통해 비즈니스의 지역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업들은 수축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투자대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비중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해외투자 비중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 명료한 기준은 없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소규모 개방경제에 변동성이 높은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50% 이상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실제 필자의 경우에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90% 가량 해외 펀드와 ETF에 투자하고 있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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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2호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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