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Life

[‘노 재팬(No Japan)’ 무풍지대 골프웨어 시장] 골프 시장 호황에 ‘반일’ 캠페인도 비껴 가 

 

日 골프웨어 브랜드 매출 껑충… 국내 대체 브랜드 마땅치 않아

▎ 사진:파리게이츠
코로나19 확산으로 골프 산업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덩달아 골프웨어 산업도 황금기를 맞았다. 패션업계가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졌지만, 골프웨어 브랜드는 ‘나 홀로 성장’을 기록 중이다.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 골프웨어 브랜드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했고, 현대백화점은 10.8%, 신세계백화점은 8.6% 증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 골프웨어 호황기의 중심에 ‘일본’에서 날아온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 시작된 일본 상품 불매 캠페인 ‘노 재팬(No Japan)’이 골프웨어 시장에서 만은 비껴간 것이다. 골프웨어에는 ‘노 재팬’도 무풍지대다.

골프 패션 시장은 골프의류 브랜드에서 내놓는 ‘골프 패션 어패럴 시장’과 골프용품을 제조하는 브랜드에서 의류로 확장해 패션 상품을 선보이는 ‘골프 퍼포먼스 어패럴 시장’으로 구분된다. 일본 브랜드는 이 두 시장 모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럭셔리 전략, 골프용품 후광 업고 어프로치


▎ 사진:파리게이츠
먼저 골프 패션 어패럴 시장에서는 크리스패션이 전개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 ‘마스터바니에디션’과 ‘파리게이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크리스패션의 올해 상반기 공시자료에 따르면 마스터바니에디션은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어 올해 상반기에만 92억80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파리게이츠 역시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 늘어, 428억원을 나타냈다.

일본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기무라 타쿠야를 모델로 내세운 일본 브랜드 ‘마크앤로나’도 반응이 좋다. 마크앤로나는 아이올리가 지난 2015년부터 전개한 일본 브랜드로, 비교적 비싼 가격 탓에 진출 초기 반응이 미미했지만 올해 초부터는 프리미엄 골프웨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실시간으로 골프웨어 판매량 순위를 볼 수 있는 신세계백화점 온라인 몰 SSG닷컴에서 확인한 결과(10월 7일 기준), 수천 개의 골프웨어 제품 중 마크앤로나 제품이 상위 20위 안에 2개가 들어있었다. 해당 제품들은 55만원의 티셔츠와 35만원의 치마였다. 마크앤로나 외의 상위 20위 제품들은 티셔츠와 치마 등 모두 10만원 수준의 제품들로 가격 차이가 컸다. 골프웨어 업계 관계자는 “일본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대부분 럭셔리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보여주기를 중요시하는 3040세대 영(young) 골퍼들의 소비 심리를 꿰뚫었다. 비싼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브랜드 로고가 소비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골프용품 브랜드가 의류까지 선보이는 일본 브랜드로는 ‘미즈노 골프 어패럴’과 ‘혼마 어패럴’이 있다. 일명 ‘손에 착 감기는 아이언’으로 유명한 미즈노는 지난 6월 한국 골프웨어 시장 진출 발표 후 매장 수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즈노 골프 어패럴 매장은 현재 롯데백화점 본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노원점·강남점에 이어 현대백화점 미아점 등에 연이어 매장을 열었다.

프리미엄 클럽으로 잘 알려진 혼마골프도 지난해 어패럴 시장 확대를 발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혼마골프 국내 공식 홈페이지 소개글을 보면 ‘일본의 훌륭한 품질을 계승하며 최고의 패션과 정교함을 추구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매장은 롯데백화점 잠실점·평촌점·일산점, 롯데아울렛 광교점·파주점·군산점·안산점·부산녹산점 등 총 1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인 ‘스릭슨’도 국내에 골프웨어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유아동복 기업 해피랜드코퍼레이션과 스릭슨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스릭슨 골프웨어’를 런칭했다. 스릭슨 골프웨어는 지난해부터 매장을 늘려 지금은 롯데백화점 평촌점·인천터미널점·잠실점·부산점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골프용품에서 패션으로 확대한 브랜드들은 기본적으로 용품 사업에서 확보한 ‘마니아 소비층’이 있어 의류 시장 진입도 쉬운 것으로 분석된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골프용품은 전통적으로 미국 브랜드와 일본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동양인 체형에 맞는 일본 제품을 더 선호한다”며 “아이언과 클럽 등을 일본 브랜드에서 산 골퍼들이 골프웨어까지 함께 구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용품 브랜드가 패션까지 진출해 성공한 사례는 이미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와 ‘PXG’가 있다. 톱 골퍼들이 사용하는 고급 클럽과 골프공 브랜드로 알려진 타이틀리스트와 명품 클럽으로 알려진 PXG는 10여년 전부터 골프웨어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에 일본 골프용품 브랜드들도 의류 사업으로 확대하는 흐름을 함께 타고 있는데, 한국의 골퍼들이 타깃이 된 셈이다.

트렌드와 디자인에 중점 두어 인기


업계 관계자들은 ‘노 재팬’ 캠페인도 비껴간 일본 골프웨어 브랜드의 인기에 대해 “이를 대체할 골프웨어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관계자는 “기능성에 중점을 둔 미국 브랜드와 달리, 일본 골프웨어 브랜드는 트렌드와 디자인에 중점을 둔다”며 “요즘 골프를 즐기는 소수의 젊은 골퍼들은 이전처럼 저렴하고 튼튼한 골프웨어를 바라지 않는다. 비싸더라도 세련된 디자인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로는 LF의 ‘헤지스골프’, ‘닥스런던’과 삼성물산 패션의 ‘빈폴골프’ 등이 있지만 모두 일상복 패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들로, 골프 마니아층에서 전문 골프웨어 브랜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 골프용품 관계자는 “세계적인 골프선수들을 배출한 골프 강국이지만, 정작 선수들은 일본 브랜드 의류를 입고 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쉽다”며 “골프 세대가 젊어질수록 일본 골프웨어 브랜드는 더욱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55호 (2020.10.1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