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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코로나19 속 트럼프의 대선 강행군] 코로나보다 재선에 목숨 건 ‘필사즉생’ 유세전 

 

트럼프, 일과 대부분은 집무실보다 유세현장… 여론조사 밀리자 방역보다 투표 호소

▎11월 3일 미국 대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왼쪽)와 조 바이든. / 사진:AFP=연합뉴스
11월 3일 대선을 코앞에 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난 10월 9∼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미국 전역의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트럼프를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참고로, 미국에는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투표할 수 있다. 등록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는 있다. 일반 여론조사가 아니라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대선 판세를 더욱 실제에 가깝게 예측한다고 할 수 있다.

10월 15일 공개한 결과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42%,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53%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오차범위는 ±3.1%포인트였다.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11%포인트 차이로 밀린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첫 대선토론 직후 트럼프는 14%포인트 차이로 밀렸던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격차를 좁힌 셈이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10월 2일 입원했던 트럼프가 나흘 뒤 퇴원한 다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 복귀하면서 양자의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론조사와 미국 대선의 실제 결과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선은 유권자 투표가 아닌 선거인단 선출이라는 간접 선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6년 대선은 미국 유권자와 미디어에 혹독한 학습효과를 남겼다. 그 해 10월 WSJ-NBC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11%포인트 밀렸지만 대선에선 결국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했다. 11%포인트의 지지율 차이는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2016년 대선처럼 트럼프가 지지율 격차가 적은 여러 경합주를 중심으로 치열한 선거유세를 벌여 박빙으로 이길 경우 전국적인 득표율과 무관하게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4%로 지지율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트럼프가 자신의 업적을 강조할수록 지지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경제를 잘 운영할 정당’으로 공화당을 고른 유권자가 민주당보다 13%포인트 많은 것으로 나왔다. 트럼프가 경제 업적을 강조하면 할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실업과 경기 불황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에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는 여전히 백인(트럼프 50%, 바이든 46%)과 남성(트럼프 50%, 바이든 45%)에서 우세하며 대졸 미만 학력의 백인에게서 59%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 중 백인의 비율은 전체의 70%에 이른다.

업무시간에도 관저·식당서 뉴스시청·전화·트윗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승리를 얻기 위해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만한 대선 유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지지율 격차가 적은 경합주를 중심으로 밀도 있는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선거 운동이다.

트럼프는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입원하고 백악관에서 쉬면서 2~11일 현장 선거 유세 일정을 중단했으며 12일에야 일정을 재개했다. 지난 10월 1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이튿날 입원한 뒤 열흘 동안 모든 현장 선거 유세 스케줄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 밀리면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막판 역전극을 노려온 공화당의 트럼프 입장에선 선거운동 막바지 열흘을 까먹은 것은 뼈아픈 손실이다. 바이든 입장에선 어차피 기울어진 판세가 굳어지는 시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거유세장에 돌아온 트럼프는 ‘잃어버린 열흘’을 벌충하려는 듯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입원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일정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힘이 넘친다. 트럼프의 열정적인 행보는 나이와 코로나19에 대한 조심으로 현장 유세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이든과 비교될 정도다. 바이든에게 보란 듯이 강행군을 계속하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

이는 평소 트럼프의 백악관 생활과도 다르다. 미국 뉴스·정보 사이트인 악시오스(Axios)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평소 오전 8~11시에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적인 집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시간에 관저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인 폭스 뉴스를 중심으로 케이블 채널 뉴스방송을 보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거나 트윗을 한다. 오전 11시가 되면 정보 브리핑을 받고 회의를 시작한다.

그는 백악관에 머무는 날에는 하루에 여러 차례 회의를 소화하는데 중간중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집무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에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전화와 트윗을 한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옆에 있는 식당에서 주로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 이는 트럼프에게 중요한 미디어 소비 형태이자 소통 방식이며, 정치 양식이다. 어떤 날은 하루 일정을 오전 11시에 시작해 ‘정책 구상’을 하다가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오후 1시30분부터 자신만의 ‘집무시간’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오후 6시가 되면 자신의 관저로 돌아간다. 관저에서도 주로 케이블 뉴스채널을 보면서 전화와 트윗을 반복한다. 외부 일정이 있을 경우 트럼프의 하루 스케줄은 이보다 더 길어진다는 것이 악시오스의 보도다.

빡빡한 일정에도 대통령 전용기로 동분서주 유세


▎트럼프가 10월 16일 노스 캐롤라이나 주 한 공항에서 선거활동 시간을 아끼려고 타고 온 대통령 전용기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BBC방송은 버락 오바마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운동을 한 뒤 오전 9시나 10시에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BBC는 조지워싱턴대의 매슈 댈렉 교수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는 저녁에는 대부분의 경우 관저에서 가족과 저녁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올빼미 체질이라 가족이 다 잠든 뒤 홀로 새벽 1시나 2시까지 일을 계속했다. 반면 조지 W 부시는 오전 6시 45분에 집무실에 나와 일정을 시작했다. 부시는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드는 스타일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이런 트럼프가 선거를 앞두고 그야말로 확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입원한 뒤 선거 유세를 재개하면서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과 트윗 내용, 그리고 일정을 소개하는 미국의 민간컨설팅 사이트인 팩트베이스(factba.se)를 바탕으로 그의 복귀 뒤 선거유세 일정을 살펴보자. 우선 10월 15일 목요일 하루를 살펴봐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트럼프는 오전 9시에 집무실에 나와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 오전 10시부터 30분간 폭스비즈니스의 스튜어트 바니와 인터뷰를 한 뒤 다시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그런 다음 오전 11시35분 백악관을 나와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했다. 앤드루스 기지는 워싱턴 동남부의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스의 캠프스프링스에 있는 공군·해군 합동기지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1이 배치된 것이다. 백악관에서 앤드루스 기지까지는 통상 백악관 정원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1을 타고 이동한다.

15분 뒤인 11시 45분 앤드루스에 도착한 트럼프는 에어포스1에 탑승하고 이 비행기는 지체하지 않고 11시55분에 이륙했다. 55분 뒤 유세장인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 있는 피트그린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는 오후부터 에어포스1을 배경으로 마련한 유세장에서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트럼프의 선거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이름의 유세다. 이곳에서 트럼프는 지지자들 앞에서 1시간 넘게 열변을 토했다.

코로나19 입원으로 부족해진 선거활동 주력

그런 다음 오후 2시 20분 다시 에에포스1을 타고 이번에는 마이애미 주의 마이앰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이날 오후 4시 20분 마이애미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는 10분 뒤인 오후 4시 30분 플로리다주 도랄로 이동을 시작했다. 10분 뒤인 오후 4시 40분에 자신의 소유인 골프 리조트 ‘트럼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에 도착한 트럼프는 다시 5분 뒤인 오후 4시 45분 선거자금 모임 리셉션에 참석해 연설하고 참석자들과 어울렸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7시 20분 도랄을 떠나 마이애미 시로 행했다. 20분 뒤인 오후 7시 40분 트럼프는 마이애미 시의 페레즈 미술관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8시 이곳에서 NBC방송이 주관하는 타운홀 이벤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참석자들을 만났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9시 5분 일정을 마치고 도랄로 출발했다. 오후 9시 25분 트러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에 도착한 트럼프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야말로 분초를 다투는 일정이다.

하루 전인 10월 14일에는 오전 11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뉴욕, 워싱턴 시카고, 피츠버그 등의 비영리단체인 경제클럽 인사들 앞에서 연설을 했으며 오후 4시 5분 백악관을 출발해 앤드루스 기지로 향했다. 2시간 25분의 비행 끝에 아이오와주 데모인 국제공항에 도착한 트럼프는 선거유세를 했다. 워싱턴과 시차가 1시간 나는 곳이다. 이곳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1시간 이상 연설하며 선거유세를 한 트럼프는 오후 8시 30분(데모인 현지시간 7시 30분)에 이곳을 출발해 앤드루스로 향했다. 오후 10시 25분 앤드루스에 도착한 트럼프는 10분 뒤인 오후 10시 35분 전용 헬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향했다. 다시 10분 뒤인 오후 10시 45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도착한 마린1에서 해병대원의 경례를 받으며 내리면서 트럼프의 하루 일정이 끝났다.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인물의 일정으로는 지나치게 빽빽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그야말로 재선에 목숨을 건 셈이다 최소한 그런 인상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줬다.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가 이런 일정을 진행하면서 계속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는 사실이다. 다급한 트럼프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방역수칙 무시, 병원 뛰쳐나와 유세현장으로

까먹은 열흘을 어떻게든 보충하겠다는 의지가 넘쳐 보인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진 다음날인 10월 2일 열과 기침, 그리고 피로감으로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3시 15분 워싱턴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열 예정이던 지지자 모임과 이날 오후 7시 플로리다 주 샌퍼드의 올랜도샌퍼드 국제공항에서 개최할 계획이던 선거 유세는 취소됐다. 토요일인 10월 3일에는 위스컨신 주 라크로스와 그레이트배이에서 각각 열 계획이던 선거 유세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인 10월 4일에는 트럼프의 일정이 원래 아무 것도 없었다. 이날도 트럼프는 월터 리드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았다.

월요일인 10월 5일 트럼프는 입원 나흘만에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나와 오후 6시 40분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복귀하면서 성조기를 향해 거수경례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옴직한 장면이었다. 입원 전 트럼프는 이날 오후 8시 30분 애리조나 주 남부 투손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일정을 잡아놨지만 당연히 할 수가 없었다.

퇴원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고 음성 판정도 받지 못했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병원에서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코로나 방역수칙을 골고루 어겼다고 비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재선을 위한 선거 유세와 지지자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방역 수칙이나 의학적인 견해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화요일인 10월 6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는 원래 이날 오후 8시 애리조나 주 북부 플래그스태프에서 선거 유세를 할 예정이었지만 불가능했다. 10월 6~9일에도 트럼프는 선거 관련 활동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트럼프는 토요일인 10일 마침내 기지개를 폈다. 이날 오후 2시 법과 질서를 위한 평화로운 시위와 관련한 동영상 연설을 했다. 오후 3시 30분에는 미시간 주를 대상으로 하는 동영상 유세 연설을 했다. 오후 2시에 한 법과 질서 연설은 대통령으로서 한 활동이고, 오후 3시 30분 연설은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한 선거 활동이었다.

트럼프는 일요일인 10월 11일 오후 2시 애리조나 주를, 오후 2시 30분 플로리다 주를 대상으로 동영상 유세 연설을 했다. 월요일인 10월 12일 트럼프는 마침내 청중 앞에서 하는 야외 선거 유세를 재개했다. 이날 오후 4시 55분 앤드루스를 출발해 1시간 55분의 비행 끝에 플로리다 주 샌퍼드의 올랜도샌퍼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1시간 이상 선거 유세를 한 뒤 오후 10시 30분 백악관에 도착했다. 트럼프가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처음으로 현장 유세를 재개한 날이다. 트러프가 돌아왔다.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하던 날 취소했던 선거 유세 일정이었다. 유세 재개를 상당히 먼 플로리자 주에서 한 이유는 지지자들에게 자신은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화요일인 10월 13일에는 오후 6시 앤드루스 기지를 출발해 45분이 걸리는 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캠브리아 카운티의 존 머사 공항에 도착해 1시간 이상 선거유세를 하고 오후 9시 50분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낮에는 백악관에서 쉬고 유권자들이 퇴근해 모일 수 있는 저녁 시간에 맞춰 전용기를 타고 달린 것이다. 트럼프의 무서운 재선 집념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56호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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