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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전면에 ‘천연가스’ 올린 정부] 온실가스 배출 많고, 가격 비싸도 선도만하면 된다? 

 

LNG에서 수소 뽑으면 전력단가 4배로… “의무화로 기업만 수혜” 지적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월 1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소경제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완전히 거꾸로 됐다.”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모두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하겠다”며 밝힌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 목표가 2년도 안 돼 길을 잃었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수소경제 컨트롤타워로 가동한 수소경제위원회가 액화천연가스(LNG)에서 뽑은 추출수소(개질수소) 중심의 수소경제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개질수소는 산소와 화학 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는 있지만, 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동안 이산화탄소 등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 친환경·탈탄소라는 수소경제 핵심과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수소발전 기업 블룸에너지에 따르면 LNG를 고온·고압으로 압축해 추출하는 개질수소는 1t 생산시 7.2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은 지난 7월 ‘기후중립을 위한 수소전략’을 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은 ‘그린수소’만을 수소로 한정했다. 개질수소는 ‘그레이수소’로 명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기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수소경제 선도국가라는 목표에만 눈이 멀어 수소경제의 핵심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개질수소 기반 수소경제는 수소경제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수소발전 의무화’ 제도


그럼에도 정부는 개질수소를 활용한 ‘수소발전 의무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수소경제위원회는 지난 10월 15일 ‘수소발전 의무화 제도’ 도입을 심의·의결했다. 수소발전 의무화제도는 전력시장에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의 일정량을 구매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국내 수소차 시장이 세계 1위로 올라선 반면 수소 연료전지 발전 부문은 좀처럼 성장하고 있지 않은 데 따른 대응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40년 연료전지 8GW(발전용) 달성이 목표”라면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수소경제로의 길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소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 수소 연료전지 발전을 의무화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일본이 수소 연료전지 발전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해 전기요금이 3배 가까이 높은 탓에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정전 피해가 잦은 일부 지역에서만 수소 연료전지 발전이 도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생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일본과 한국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을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일본은 보조금도 없이 각자 필요에 맞춰 수소 연료전지 발전을 대안으로 선택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및 수소경제위원회가 추진하는 우리나라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 의무화가 되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수소경제위원회가 낸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는 구체적으로 발전 설비용량 500㎿(메가와트) 이상의 발전사업자가 매년 일정 비율 이상의 발전량을 수소 연료전지 발전으로 충당하도록 규정했는데 이 경우 수소 연료전지 발전 전력의 단가는 LNG 발전보다 최대 4배 이상으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LNG는 ㎾h당 60~70원에 LNG기반 수소 발전 전력에는 ㎾h당 270원이 책정돼 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계획학과)는 “수소경제위원회 결정처럼 LNG를 개질수소로 바꿔 수소 연료전지 발전에 쓰면 전력 공급 단가가 4배 넘는 수준으로 올라가는 구조”라면서 “LNG나 개질수소나 LNG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 개질수소도 동일하게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발전 단가 차이를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한국전력은 같은 전력을 각각 다른 가격을 두고 사와야 하는데 수소라는 이유로 비싸게 사온 전력 구매 비용 부담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에 적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 할당제를 수소 연료전지로 별도 분리했을 뿐이라는 설명이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은 지난 1분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h당 약 153원에 구매했다. 재생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풍력에너지 구입비용이 석탄이나 LNG발전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다른 전력원의 발전량을 대체한다”며 “개질수소를 활용한 수소 연료전지 발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개질수소 연료전지 발전 의무화 수혜가 일부 기업으로만 돌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10월 15일 수소경제위원회의 수소발전 의무화 제도 발표 후 주가가 30% 오른 한국가스공사가 대표적이다. 개질수소 연료전지 발전시 LNG 수요가 LNG를 직접 사용해 발전할 경우보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블룸에너지에 따르면 LNG를 곧장 가스로 쓸 경우의 발전 효율은 60%지만, LNG에서 개질수소를 뽑아 전력을 생산할 경우 에너지 효율은 최대 57%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선 더 많은 LNG를 써야 하는 셈이다.

수소 연료전지 설비 부품을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서 조립하는 두산퓨얼셀도 수혜 기업에 올랐다. 두산퓨얼셀은 인산형 연료전지(PAFC·인산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연료전지) 발전 설비 부문 독점 사업자로 꼽힌다. 특히 수소 연료전지 설비의 구축비용은 1MW당 5억원 안팎으로 LNG발전 설비보다 7배가량 비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기관 연구원은 “설비 구축에 국민 혈세를 보조금으로 붓고, 전기요금 인상 우려까지 있는 수소발전 의무화의 혜택은 기업에게 돌아간다”면서 “수소경제위원회 산업계 민간위원이 모두 수소 관련 기업 소속”이라고 말했다.

개질수소, 효율 낮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많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 발표에도 온실가스 감축은 오히려 멀어지게 됐다. 개질수소를 활용한 수소 연료전지 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기 1㎾h 생산시 358~523g으로 LNG 발전소의 1㎾h당 360~490g과 같거나 오히려 많기 때문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수소경제 선도라는 명분 앞에 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 화석연료 의존 탈피 노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 원장은 “한국은 2018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에서 정한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묶자’는 목표는커녕 파리협약 ‘2도 제한’도 못 지킬 가능성이 큰데, 수소경제는 온실가스 감축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57호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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