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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활성화를 통한 이익 증가가 필요해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고점 부근에서 만들어진 박스권 상단까지 주가가 올라왔다.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르려면 이미 나왔던 재료 말고 다른 모멘텀이 필요한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경제가 좋아지든지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데 둘 다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조만간 타결될 미국의 경기부양책에서 해답을 찾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여서 파괴력이 있을지 의문이다.3분기 실적 발표가 중간을 지났다. 거래소 기준으로 300개 넘는 기업이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중요 기업의 발표가 끝난 만큼 증가율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유가증권 시장은 매출액이 1.6%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이 2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영향이 있어 이 정도이지 삼성전자를 빼면 영업이익 증가율은 6%대로 줄어든다. 이익 증가가 비용감소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인데 코로나19로 기업 활동이 위축됐을 때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다.앞으로가 문제다. 3분기 이익 숫자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4분기와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영업활동이 정상을 찾을 경우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비용 절감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불가능한 수치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적게 쓰는 구조를 만들어놨다. 인건비를 포함한 경상 비용은 상황이 어려워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경기가 나쁘다고 사람을 마구 해고하고 월급을 안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로 영업활동이 위축돼 이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약돼 이익을 늘렸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반도체와 일부 IT종목을 제외한 많은 업종의 내년 이익이 늘지 않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17년과 유사한 형태인데 당시 반도체 이익 증가로 유가증권 시장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주가가 2700에서 20% 이상 하락했다.수급 상황이 급변했다. 11월들어 외국인이 2조5000억원 가까이 순매수를 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는 매도에 치중했다. 이전의 공수 주자가 미국 대선을 전후해 교체된 것이다.외국인 순매수 증가는 미국 시장 급등이 동력이었다. 과거에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매수는 선진국, 특히 미국 시장 동향에 큰 영향을 받았었다. 펀드에 들어오는 돈 중 미국 자금이 절대 다수인데 투자자들이 자국 주가에 비춰 해외 시장을 판단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코로나19 방역성공 등으로 경제적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수요가 늘었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는 0%대 이지만 이 지역 공공채권 수익률은 1.5~2%로 높아 투자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액이 월 평균 3조로 늘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외국인 매수가 늘지만 개인매수는 부진할 듯당분간 개인 순매수는 지지부진할 걸로 전망된다. 개인 매수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경제 전체에 유동성 공급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중에 돈이 풍부해야 주가가 오를 때 돈이 주식 시장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 1차 확산 때보다 사정이 좋지 않다. 금융권 신용대출 총량 관리의 영향으로 9월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규 신용대출을 축소했다. 그와 동시에 증권사에서도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융자를 줄였다. 은행에서 빌린 돈에 증권사의 신용 거래를 더하는 이중 차입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그 영향으로 증시 대기자금 수준이 과거와 비슷해도 실제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미국 대선 직후 주가가 급등했지만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상단은 2450, 하단은 2250이 한계선이 될 것 같다. 유동성의 역할이 약해졌기 때문에 기업실적으로 헤쳐나가야 하는데 현재 펀드멘털로는 박스권을 뚫기 힘들다.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 매매 형태가 바뀔 수 밖에 없다. 6개월간 시장을 끌고 왔던 대형주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어 시장이 안정되는 대로 이슈와 테마를 중심으로 개별 종목이 시장을 끌고 가는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