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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없다”는 카카오 하소연이 불편한 이유] 덩치는 대기업인데 인재 육성엔 스타트업 수준 

 

삼성·SK는 계약학과 신설, 장학금 제공하며 사람에 투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AI 기술 인력과 관련해 한국은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이 제한돼 있고, 사이언스 대학원도 몇십명 단위”라고 밝혔다. / 사진:뉴시스
“볍씨는 뿌릴 생각도 안 하고 수확할 쌀 없다고 우는 소리 한다.” 지난 11월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호소한 뒤 ‘기업이 인재양성에 노력은 하지 않고 정부에 볼멘소리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영업소득(매출) 3조원을 웃도는 대기업이 인재 육성 부분에선 스타트업 티를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인재 ‘확보’에 골몰, ‘투자·육성’에는 인색


여민수 대표는 11월 12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D·N·A시대 변화와 갈등, 우리의 대응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목요대화에 참석했다. 여 대표는 정세균 총리와의 대화에서 데이터 인력난이 문제라고 밝히며 “데이터는 많고 분석할 장비는 돈을 주고 사면 되지만, 데이터를 이해하고 가공·분석해 적용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가장 취약한 이 부분 인력을 정말 빨리 보강하지 않으면 힘들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사람이 필요한데 정작 뽑을 인재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국내 데이터산업 현황조사를 보면 2019년 기준 순수 데이터 직무인력(지원인력 제외)은 8만9000명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산업계에 부족한 인원은 약 4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공지능·클라우드 분야까지 포함하면 인력 가뭄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향후 3년간 인공지능에 2만5000명, 클라우드에 78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카카오가 데이터·AI 관련 인재 육성을 위해 거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의 인재 투자 현황을 보면 AI 개발자 경력 및 신입(석·박사) 인재 상시채용, 석·박사 과정 재학생을 위한 연구지원 프로그램, 박사학위 졸업생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등이 있다. 하지만 석·박사급 인력 등 사실상 ‘완성형’ 인재만 지원하고 있어 인재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경영대학 교수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여민수 대표의 호소는 1부 리그 프로축구팀이 유소년 축구클럽도 운영하지 않으면서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가 없어서 문제라고 우는 소리 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박사과정 학생을 지원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이들은 이미 인재로 분류된다. 아직 인재가 아닌 이들에게 투자하고 길러내야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는데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국내 AI 관련 인재는 연평균 300명가량 배출된다. 여기서 말하는 인재는 대학원 이상 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이다. 지난해 KAIST·GIST 등 5개 대학에 AI 전문대학원을 설치하고 올해 7곳을 추가 지정했지만, 연간 선발 정원은 520명 수준이다.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카카오의 지원 대부분은 이런 인재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진행하는 페스티벌이나 컨퍼런스도 단발성 행사에 가까워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있다. 카카오는 국내외 학회, 심포지엄 등 행사 참여를 통한 인재 네트워킹 강화, 대학(원)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인 ‘카카오 코드 페스티벌’, 개발자 컨퍼런스 ‘if kakao’ 개최 같은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마케팅 전문업체 관계자는 “실력 있는 사람을 발굴해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장점이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은 아니다”라며 “전국노래자랑이 실용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듯 카카오의 행사도 이벤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인재 ‘양성’이 아니라 ‘확보’를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은 인재육성을 위해 얼마나 투자하는지, 매년 몇 명의 AI·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카카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스펙을 보지 않고 블라인드 전형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포닥(포스트닥터·박사후연구원)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총리와의 대화에서 인재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한 대표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알리바바 한 곳의 데이터 전문가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게 날 정도로 심각하다. 어떻게 인력을 빠르게 육성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관련 전공자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학교의 전공별 인원수 등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대학교의 한 교수는 “서울 소재 대학의 학생만 인재로 보고, 사람을 돈만 주면 구할 수 있는 장비처럼 취급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방 대학에 취업 연계 학과를 개설하면 교육부 허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카카오·네이버의 인력 부족 호소에 대해 “미국이나 중국 기업은 좋은 조건으로 인재들을 모셔가려고 한다. 미·중으로 인재가 몰리는 이유다. 반면 국내 일부 기업은 그만한 대접을 하지도 않으면서 인재가 부족하다고 정부 탓만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카카오와는 달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 커넥트재단의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프로그램 ‘부스트캠프’를 통해 코딩과 AI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한다. 네이버의 데이터와 클라우드 연구자들이 멘토로 참여하는 해커톤대회를 개최해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카이스트 전산학부에 정규수업을 진행하고 네이버 개발자들이 직접 강의하기도 한다. 2020년 가을학기부터는 연세대 대학원 전기전자공학부에서 네이버 AI LAB 등 정규과목도 개설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커넥트재단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실무교육을 통한 개발역량 강화를 목표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23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고, 올해도 200명가량을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간 100여 명 가까이 AI 분야 인턴을 채용하고 사내에서도 AI와 관련한 이론·실습 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계약학과 설립, 장학금 지원하는 곳도


▎삼성전자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Samsung Software Academy For Youth)’를 통해 매년 500여 명의 데이터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대학과 연계해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등 투자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삼성그룹은 2018년부터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Samsung Software Academy For Youth)’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30세 이하 청년을 뽑아 집중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교육하는 SW 개발자 육성 프로그램이다. 6개월마다 500여명을 선발해 1년 동안 1800시간의 교육을 진행한다. 1기 교육생 500명 중 200여 명은 정보통신기업·금융회사 등에 취업했고, 2기생 150여명도 취업에 성공하면서 조기 수료했다. 지금까지 SSAFY를 통해 취업한 인원은 900여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청년들에게 개인 맞춤형 취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적 우수자들에게는 삼성전자 해외연구소 실습 기회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대학과 연계해 계약학과도 운영하고 있다. 계약 학과는 대학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교육하고 이들의 교육 지원과 채용을 기업이 담당하는 학과를 말한다. 등록금과 장학금을 지급하고 100% 취업을 보장하기도 한다. 삼성은 연세대학교와 연계해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하고 2021학년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삼성은 2006년 성균관대학교 반도체학과, 2011년에는 경북대학교 모바일공학과를 계약학과로 개설했다.

SK하이닉스도 고려대와 연계해 반도체공학과를 계약학과로 신설했다. 고려대와 SK하이닉스가 공동 개발한 4년 과정의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SK하이닉스가 학비 전액과 보조금을 장학금 형태로 지원한다. 2018년부터는 인턴 교육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청년 하이파이브(Hy-Five)’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인턴으로 선발된 청년들은 협력사에서 맡게 될 직무에 따라 4주 동안 맞춤형 교육을 받게 된다. 직무 교육 후 3개월 동안 협력사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정규직 전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청년들의 교육훈련비, 인턴 기간 급여의 50%를 부담한다.

포스코의 경우 청년 취·창업 프로그램인 ‘포유드림(POSCO YOUTH DREAM)’을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취업 아카데미, 청년 인공지능(AI)·빅데이터 아카데미, 창업 인큐베이팅 스쿨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3년까지 5500여명에게 관련 분야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합숙 교육을 진행하면서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연수 수당 50만원도 따로 지급한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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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호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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