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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로 쏠린 풍선효과] 아파트 대출 규제 쏟아졌지만, 오피스텔은 ‘예외’ 

 

주택담보대출 70%, 가격 제한도 없어

▎아파트 공급 부족에 전세난까지 맞물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은 오피스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주변에 마땅한 아파트 매물이 없으니 오피스텔값이 오르고 있어요” -서울시 영등포구 A 공인중개사

“실거주하려는 몇몇 신혼부부들은 차라리 대출이 많이 나오는 오피스텔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서울시 양천구 B 공인중개사


주택시장에서 비주류로 여겨지던 오피스텔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잇따라 쏟아지는 아파트 매매 규제와는 달리 오피스텔은 규제 그물을 벗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아파트 쏠림 현상을 오피스텔로 분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피스텔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도 아파트값은 잡히지 않고 오피스텔 가격만 덩달아 뛰고 있어 핀셋 규제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자금 부족한 실거주자 오피스텔로 관심 확대

서울 오피스텔값이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월 18일 기준 전용면적 기준 159.12㎡(48평)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오피스텔이 28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격은 1월 기준 22억5000만원이었다. 10개월 만에 5억5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청담동의 피엔폴루스 오피스텔 138.56㎡(42평)은 지난 10월 26일 28억5000만원 매매됐다. 직전 실거래가 대비 2억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오피스텔 가격 상승 현상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주변에 새로 들어선 신축 오피스텔 대부분은 1년도 안 돼 3억원 이상 올랐다. 킨텍스 인근의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일산’은 12월 1일 8억원(전용 면적 84.01㎡, 22층)에 거래됐다. 지난 1월 같은 면적(21층) 오피스텔이 4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률은 80%에 육박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자 일부 집주인들은 10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인기 지역 중소형 아파트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비슷한 면적이나 신축인 오피스텔로 수요가 몰려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고양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미쳤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얼마가 적당한 가격인지 시세를 제시할 수 없다”며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상황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2020년 1월~10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13만312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가량 늘었다. 특히 서울 거래량은 23%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오피스텔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격도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는 14.39% 올랐다.

매매 가격이 오르면서 전셋값도 함께 뛰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평균 전셋값은 2억47만원을 기록했다. 7월에는 2억100만원으로 더 올랐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0.3%로 나타났다. 2010년 7월 KB오피스텔 통계가 공개된 이래 최고 수준이다. 경기도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역시 83.8%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파트 거래 규제를 강화하면서 오피스텔은 잡지 않아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오피스텔은 그동안 투자용 부동산으로 평가됐다. 값이 크게 오르지 않고, 더러는 떨어지기도 해서 시세차익보다는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이가 투자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출 규제 때문에 아파트를 사기 힘든 실수요자 일부가 상대적으로 대출이 수월한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16일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각종 대출 규제가 쏟아졌지만, 오피스텔은 예외였다. 12·16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투기지역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 이내로 묶어두고, 9억원 초과 부분에 대한 대출은 LTV 20%까지 상한을 뒀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9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로 최대 3억6000만원(40%)이 나오고, 나머지 1억원에 대해 최대 2000만원(2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을 구입할 땐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했다. 당시 정부는 대책발표문을 통해 “갭투자에 의한 투기적 수요의 차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무풍지대가 만든 오피스텔 풍선효과

하지만 오피스텔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도 얼마든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출 한도도 시세의 70%로 아파트보다 훨씬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5억원짜리 오피스텔을 구입할 때도 10억원 가까이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에 대해 더 강력한 규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오피스텔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6·17 대책은 전세 대출을 받은 사람이 규제지역 안에서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 전세 대출을 회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규제지역에서 집을 산 사람은 6개월 안에 반드시 전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오피스텔은 제외됐다.

정부는 7·10부동산 대책을 통해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할 때도 오피스텔에 대한 혜택은 유지했다. ‘7·10 대책’에는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방안이 담겨있다. 4년짜리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장기 일반매입 임대를 폐지하고 오피스텔, 빌라, 다세대주택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에 대한 혜택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대됐다. 오피스텔 보유자는 아파트 청약 때도 무주택자로 인정받는다. 평상시에는 유주택자로 분류돼 각종 세금을 내지만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만큼은 예외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주택연금에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2월 8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공시가격 9억원(시가 12억~13억원 수준)의 주택과 주거 목적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사람도 주택연금에 가입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로 불릴 만큼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규제는 없다시피 해 사실상 정부가 사라고 등 떠미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시세 조정기에는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65호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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