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자영업자, ‘NO 유튜브존’ ‘NO SNS존’ 외치다] 허위사실 영상에 폐점 위기, 유튜버는 사과방송으로 ‘책임 끝’ 

 

갑질에 주작 논란까지…‘입장금지’ ‘촬영금지’가 유일한 예방책?

▎허위사실 영상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유튜버 하얀트리(왼쪽)와 송대익. / 사진:유튜브 캡처
“어느 날 갑자기 맛집 유튜버가 가게에 방문해 영상 촬영을 했고, 그 유튜버는 며칠 뒤 영상을 ‘음식을 재사용하는 무한리필 식당’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했다.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 100만 뷰를 기록하며 이슈를 끌었다. 이 영상으로 인해 저의 간장게장 무한리필 매장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식당으로 낙인 찍혔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무차별적인 악플로 정신적 고통을 얻고 결국 지금은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 억울하다”

2020년 12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튜버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 글 내용이다. 청원인은 대구에서 간장게장 무한리필 전문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로, 최근 유튜버 아이디 ‘하얀트리’가 올린 허위사실 영상으로 가게 문을 닫았다.

청원인은 “코로나19로 극도로 힘든 매장의 어려움을 헤아려주지는 못할망정 성실하게 열심히 운영하는 매장에 똥을 뿌리고 가는 격이니 너무 한탄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하얀트리 유튜버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저의 매장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항의했으나, 본인이 해명 방송을 촬영해서 올리면 된다며 아주 쉽게 대답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청원글에는 2021년 1월 4일 기준으로 5만889명이 서명했다.

앞서 구독자 63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하얀트리는 해당 식당의 방문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하며 음식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하얀트리는 영상을 통해 식당이 리필해준 간장게장 위에 밥알이 있다고 주장하며, 식당 상호명이 적힌 메뉴판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상 공개 후, 하얀트리가 발견한 밥알은 그가 기존에 먹고 있던 간장소스를 리필한 게장에 붓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밝혀지면서 하얀트리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잘못된 사실에 대한 사과 영상을 올렸다. 하얀트리는 사과 영상을 통해 “간장게장집 사장님의 CCTV를 확인했다”며 “게딱지에 비벼 먹던 밥이 리필 게장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피해를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원인은 “재촬영 영상은 간장 게장집이 이미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이 입은 피해에 대한 일체의 언급조차 없었고, 오히려 유튜버 이미지 관리 밖에 안 되는 본인 해명 영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청원인은 “일부 유튜버들이 본인의 인기를 위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고 무분별한 갑질과 횡포를 일삼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제도적 방편을 마련해줄 것”을 주장했다.

미국선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 펼쳐져


▎‘인플루언서는 두 배로 비용을 내라’는 푯말을 들고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을 펼치는 미국의 한 자영업자.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하얀트리 사건이 터지기 불과 5개월 전인 2020년 7월에는 구독자 130만명를 보유한 유튜버 송대익이 자신이 주문한 음식을 배달원이 몰래 먹은 것처럼 연출한 허위 영상을 게재해, 주작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유튜버 송대익은 해당 영상이 전적으로 연출된 것이라며 사과 영상을 올렸다. 이후 영상 속 음식의 가맹점으로 비친 ‘피자나라 치킨공주’는 조작된 유튜버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공식 입장문을 내놓았다.

자영업자의 피해가 속속 불거지자 ‘노(NO) 유튜브존’ ‘노(NO) SNS존’을 외치는 가게도 늘고 있다. 서울 연남동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자의 말이다. “자기들 카메라로 촬영하는 건 자유지만, 반대로 내 사업장에서 촬영을 거부하는 것은 나의 권리다. 조용히 책을 읽고 사색하기 위해 만든 공간인데, 유튜버라고 와서 시끄럽게 떠들고 이곳저곳 들쑤시는 게 싫다. 또 유튜버를 통해 너무 많이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호기심에 한번 올 손님이 아니라, 정말 이 공간을 좋아하고 아지트처럼 생각하는 장기 고객이 더 좋다.” 이 책방 곳곳에는 ‘촬영금지’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서울 상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 역시 SNS에 사진과 영상을 올려주면 가게 홍보가 되기 때문에 처음엔 반겼다. 그는 “하지만 큰 삼각대를 펴고 촬영하는 이들 때문에 정말 카페를 즐기러 온 손님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느꼈다. 손님들이 촬영의 뒷배경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후로 촬영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있으면 촬영하지 말 것을 조용히 부탁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SNS에서는 인플루언서들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뜻의 해시태그 ‘#InfluencersAreGross(#인플루언서는 역겹다)’를 달고 게시물을 올리는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아이스크림 트럭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에 의해 시작됐다.

이 사업자는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달라는 등 자칭 인플루언서들의 지속적인 갑질 행태를 겪고는 ‘인플루언서는 2배 값을 내라’는 푯말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반감을 드러냈고, 이에 공감하는 사업자들이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을 함께 펼치고 있다.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에 참여한 한 케이크 매장 사장은 BBC뉴스와 인터뷰에서 “공짜로 케이크를 달라고 하는 인플루언서들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다. 유튜버든 파워 블로거든 내가 만든 케이크가 좋다면, 직접 사서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로 처벌 가능

하지만 유튜버·인스타그래머·블로거 등 SNS 인플루언서들의 일부 갑질 횡포에 대한 해결책은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인플루언서는 개인 개정으로 활동하는 일종의 프리랜서 형태로, 게시물을 올리고 활동하는데 있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해당 플랫폼으로부터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플루언서가 계약한 소속사가 있다고 해도 소속사는 각 인플루언서의 대외 행사 스케줄만 관리할 뿐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을 관리하지 않는다.

유튜버 하얀트리는 국내 유명 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 인플루언서였다. 사건 후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피해를 입은 식당 대표님과 임직원분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샌드박스는 오늘부로 하얀트리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또 샌드박스네트워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소속해 있는 크리에이터팀은 450팀 정도로, 각각 계약 범위가 다르다”며 “유튜버 하얀트리의 경우, 영상물 전체를 관리하는 전속계약이 아닌 외부 스케줄 관리 중심인 파트너십계약 관계였다”고 말했다. 또 “사건 이후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전속계약뿐 아니라 파트너십계약 크리에이터들 역시 영상 제작 단계부터 피드백을 제공하고 콘텐트 모니터링를 꼼꼼하게 실시하는 등 더욱 구체적인 규제 라인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인플루언서를 아예 사업장 안으로 들이지 않는 것이 유일한 사건 예방책으로 여겨진다. 물론 사건이 터진 후에는 법적 처벌은 가능하다. 박범일 글로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하얀트리 사건과 같이 인플루언서가 허위사실 영상이나 사진을 유포했을 때 형법상 업무방해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터진 후 피해자로서 대응할 수 있는 최후의 방안이다.

한편 2020년 7월 허위영상을 올려 주작논란으로 비난을 받았던 유튜버 송대익은 사건 이후에도 이전처럼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조두순의 집 앞이라며 전혀 관계없는 한 거주자의 집 앞 영상을 올리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1568호 (2021.01.1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