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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IT 사회학] 2021 스크린 트렌드는 ‘건축 자재’? 

 

다크 모드에 최적화 된 OLED가 대세… 디스플레이가 건축 자재로 활용되고 있어

▎독일 베를린 자툰 매장에 마련된 OLED TV 공용존. / 사진:LG디스플레이
한때는 LCD를 고집하던 아이폰. 이제 아이폰 신형 기종이 OLED를 탑재하면서 소형 디바이스의 스크린 전쟁은 삼성이 밀던 OLED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제 LCD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저가형 이미지를 피하기 힘들어졌다. LG와 삼성이 주된 공급선이니 한국은 호재를 맞은 셈이다.

OLED의 승리는 필연적인 일이다. 콘텐트의 자국이 화면에 남는 ‘번인’ 등 LCD보다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에도, 전기를 덜 먹고, 더 얇게 만들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화질이 더 좋다. 화질은 주관적인 면이 있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었으나 결국 더 좋아 보일 수밖에 없는데, 하나의 유행 때문이다.

레트로 열풍이 가지고 온 ‘다크’ 대유행


▎삼성이 출시한 마이크로TV. / 사진:삼성전자
그 유행은 어둠이다. 마치 어느 시즌에 블랙이 유행하듯, 최근 사용자체험(UX)의 유행 기조는 검정 색조를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컴퓨터의 배경은 오랫동안 백색이었다. 컴퓨터에서 백색 배경이 모던함을 의미하던 시기가 있었다. 검은 브라운관에 녹색이나 오렌지색 글자 정도나 깜빡이던 시절, 애플 매킨토시는 종이를 표현하려는 듯 흰색 바탕을 들고 등장했다. 애플이 원조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그래픽 UI(GUI)의 시대는 순백의 바탕과 함께 시작하여 윈도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돌아 레트로 풍조로 문화계에 나타나듯, 근래는 주로 검은 콘솔에서 코딩을 즐기던 엔지니어나 해커의 취향이 반영된 ‘다크 모드’가 대세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기본이 다크인 앱들도 있지만 트위터에서 페이스북까지 다양한 앱들은 취향껏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요즈음에는 아예 운영체제에서 기본값으로 지정할 수 있고, 밤에만 다크 모드를 기동할 수도 있게 되었다. 순식간에 어둠은 쿨한 것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웹페이지 중에도 다크 모드를 지원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칠흑을 표현할 수 있는 OLED가 강점을 지닌다. OLED는 LED처럼 일률적으로 뒤에서 빛을 쬐는 것이 아니다. 각 픽셀이 ‘자체 발광’을 하게 되므로 완벽한 어둠을 표현할 수 있다. 어둠이 필요한 화면에서 OLED는 강했다.

올해 LG, 삼성은 물론 애플의 신제품에도 ‘미니LED’라는 기술이 등장할 예정이다. 유기물로 만든 OLED처럼 약하지 않은 LED지만 그 수를 몇만 개로 늘려 화면 뒤에 박아 놓는 기술이다. 픽셀 하나하나를 켜고 끄지는 못해도 국지적으로 조명을 조절할 수 있어 어둠에 강한 TV를 만들 수 있다. 어둠은 스크린의 품질을 가르는 스펙이 되고 있다.

스크린이 뿜어내는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 시력을 특별히 더 해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숙면을 방해할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 과학적 합의다. 그런데 다크 모드가 시력과 건강상 좋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화면이 어두워지면 동공이 확대되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려 애쓴다. 이 경우 밝은색 글자를 보면 그 주위에 훈영(暈影)이 생기는데 이는 눈에 피로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로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집에서 작은 스크린으로 줌 수업을 하려는 애들이 안쓰러워졌을 수도 있고, 사무실에 대형 스크린을 마련해 온라인 협업 공간을 꾸리고 본격적인 재택근무 활성화를 꾀하려 했을 수도 있다. 그 덕인지 코로나19 속에서도 TV 시장은 성장했다. 전 세계 TV 시장의 절반을 삼성과 LG가 차지하게 되었으니 반가운 것도 있지만, 이는 그 자체로 큰 뉴스다. TV 시장은 다른 스마트기기처럼 성장 산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2015년 고점 이래 내리막길에 있었다. 매년 2억 대를 넘어서는 선에서 크게 변동되지 않는, 제로섬 게임의 치열한 경쟁 시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는 늘어도 TV를 설치할 방의 개수가 그대로 따라서 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부가가치의 고가품으로 수익을 늘리는 것, 또 하나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 파이를 넓히는 길이다. 올해는 후자의 신규 시장 개척 가능성이 엿보인다. 스크린은 이제 건축자재가 되려 하고 있다. OLED는 플라스틱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다양한 성형이 가능하다.

자재로서 디스플레이, 부가가치는 소프트웨어에

지난해 둘둘 말리는 OLED로 화제를 모았던 LG는 올해 손쉽게 휘어졌다 펴졌다 하는 ‘벤더블’ 게임 모니터를 선보였다. 그보다도 투명도가 더 개선된 투명 OLED에 주목할만하다. 레스토랑에서 메뉴가 표시되는 칸막이로 쓴다거나, 광고와 정보가 표시되는 지하철의 창문으로 쓴다거나 본격적인 건축 자재로서의 용도를 홍보했다. OLED는 후면에 백라이트 구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플라스틱 필름처럼 활용할 수 있는바, 정말 인테리어 필름 시공하듯이 일상에 침투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직은 비싸겠지만, 요즈음 스크린 싼 것을 찾자면 할인점에서 50인치 4K TV를 30만원에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어차피 단열재 1~2㎝를 벽면에 바른다면, 약간 두꺼운 TV 매립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이미 대도심에서 눈이 갈만한 곳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도 들어오고 있다. 인테리어를 포함, 눈이 가는 모든 곳이 스크린이 될 21세기적 풍경은 이제 멀지 않았다.

고부가가치 차별화에도 생각할 거리가 있다. 지금까지 TV는 해상도에 지나치게 집착하곤 했다. 8K는 좋은 예다. 스마트폰의 해상도와 TV의 해상도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한 수준에서 주류를 형성해 왔다. TV는 크지만 그만큼 떨어져서 보는 만큼 결국 우리 망막이 인지하는 수준은 비슷한 셈이다. 사실 스마트폰은 이제야 4K 화면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 그마저도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다. TV도 현재 크기에선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8K는 일부 제조사와 이에 적잖은 투자를 한 방송국, 특히 지난해 열렸어야 할 올림픽에서 NHK가 8K 중계를 하면서 세몰이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4K에서 다시 가로세로 2배 촘촘해진 8K를 느끼려면 아무래도 화면이 더 커져야 할 판이지만, 가격과 부동산 탓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부가가치는 소프트웨어에서 찾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폰이나 PC 등 다양한 단말기를 얼마나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일상에 즉각적 효용을 준다. 예컨대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맥에서 연결 신호만 보내도 화면이 켜지면서 접속되는 체험 등은 TV를 더 가깝게 만든다.

주렁주렁 매달았던 셋탑들을 앱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매번 ‘외부입력’을 선택하기 위해 리모컨을 찾는 번잡함이 줄 수 있다. 셋탑이 사라질 때마다 대기 전력 등이 절약되니 지구에도 좋은 일이다. TV는 스마트폰처럼 되어야 할 이유가 정말 있는 셈이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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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8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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