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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혹시 ‘당근마켓’에서 의료기기 사셨나요?] 유축기·심장사상충약 등 개인 판매 불법, 버젓이 “팔아요~”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판매 규제 사각지대 커진다

▎당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유착유기, 인슐린 주사기, 심장사상충약. / 사진:당근마켓 화면 캡처
“인슐린 주사기 팝니다. 사람용 당뇨 주사기인데 애완견에게 사용했던 겁니다. 바늘이 얇아서 애완견이 아파하지 않더라고요”

“유축기 판매합니다. 양쪽 동시 유축 가능하고 건전지로도 작동 가능합니다. 수동 유축기도 있으니 필요하면 함께 사세요.”

직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이 의약품과 의료기기 불법 판매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약품 거래가 지적된 바 있지만 의약품뿐 아니라 개인 판매가 불법인 의료기기도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근마켓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선을 넘는 판매 제품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당근마켓 월 평균 이용자는 1200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당근마켓에서 중고 의약품 식용억제제 디에타민을 직접 구매한 경험을 말하며 “이 의약품은 마약류관리법에 의한 향정신성 전문의약품이자 필로폰 중독자 사이에서 마약 대체재로 쓰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는 “서비스 초기부터 신고 기능 등으로 제재하고 있지만 운영 인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최근엔 기술적으로 보완했고 원천적으로 해당 거래를 차단하고 있는 만큼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지적에도 당근마켓에는 다양한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약품’과 ‘의료기기’라는 직접적인 키워드로는 검색되지 않지만 관련 제품 브랜드 이름이나 세부 대표명사로는 판매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본지는 식품의약안전처 의료기기정보포털에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로 소개된 의료기기인 모유착유기, 콧물흡입기, 창상피복재를 당근마켓에서 판매되는지 살폈고, 모두 판매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외에도 인슐린 주사기부터 후시딘 등 의약품 연고, 동물의약품인 심장사상충 등의 판매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법적 다툼 여지에 부작용 위험도


문제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개인 판매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의약품은 의료법과 약사법에 따라 의료기관과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고, 의료기기는 의료기기법 17조에 따라 영업소 소재지의 해당 지자체 보건소에 의료기기 판매업으로 신고한 의료기기 판매업자만 팔 수 있다. 온라인 판매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기 판매업으로 허가 받은 사업자만이 온라인으로 의료기기를 판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올바르게 구입한 의약품과 의료기기라도 이를 지자체 보건소의 허가를 받지 않은 개인이 당근마켓으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게 되면 불법이다.

물론 판매를 규제하는데 있어서 예외인 물품도 있다. 의료기기법에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제49조에 따르면 전자체온계, 자동 전자혈압계, 자가진단용 모바일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제품, 임신 진단키트 등은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면제 제품으로 의료기기 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도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당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체온계는 불법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해당 면제 제품 외에 모유착유기, 콧물흡입기, 창상피복재 등의 판매는 모두 불법이다. 식품의약안전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개인 판매가 가능한 물품과 불가능한 물품에 대한 정보는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알리거나, 공지 등은 띄우진 않았으나 의료기기 판매업자 또는 당근마켓과 같은 직거래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다툼 여지 외에도 부작용 위험이 존재한다. 식품의약안전처 의료기기정보포털에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대표로 소개된 모유착유기와 콧물흡입기를 보면 살펴 보자. 식품의약안전처는 모유착유기 사용시 주의사항에 ‘중고제품을 사용할 때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 세척하고 소독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중고 모유착유기는 긴 호수에 미세한 모유가 남아 있어 비위생적이고 오염된 호수로 인해 이후 사용하는 산모와 아기가 균에 감염될 수 있다. 콧물흡입기도 여러 아이가 사용하면 교차오염에 노출되기 쉽다. 한 아이가 사용한 후, 제대로 세척되지 않은 것을 다른 아이가 쓰면 전에 사용한 아이 코에 있는 세균에 그대로 감염될 수 있다.

동물의약품인 심장사상충약 역시 부작용을 나타날 수 있다. 이영호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는 “지속적으로 심장사상충약을 먹어온 건강한 강아지와 고양이는 문제가 없지만, 이미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어서 성충이 체내에 있는 반려동물인 경우에 일반 개인이 먹인 심장사상충약으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중고거래로 의약품을 구입해서 먹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건강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검색어로 찾아내는 데는 한계”

명확한 불법 판매 행위에 대한 당근마켓의 제재는 아직 소극적이다. 당근마켓은 애플리케이션 내 고객센터 게시물에 ‘판매금지 물품’ 글을 올려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을 판매할 수 없다고 게재하고 있다. 또 이 같은 물품 판매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개별적으로 메신저를 보내, 불법 판매임을 알리고 게시물을 내리도록 조치한다. 한 번의 메신저 경고를 어겼을 경우 강제로 당근마켓 이용을 중지시킨다. 당근마켓 측은 “식품의약안전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 글을 모니터링하며 불법 판매를 중단시키고 또 머신러닝을 작동시켜 관련 검색어를 찾아내 판매 자체를 선제적으로 금지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매인 개별에게 메시지를 보내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받은 리스트에만 집중해 판매 글을 찾아내는 것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판매자가 조금만 다르게 판매 글을 작성하면 당근마켓 내 검사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 전체 공지에도 내용을 띄우고 불법 판매를 알리는 캠페인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시적으로 펼쳤다”며 “전 세계 모든 의약품과 의료기기 명칭을 모두 알 수는 없기 때문에 검색어로 세계 모든 의약품과 의료기기 판매 글을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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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9호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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