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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타이어도 달리고 싶다] 현대·기아차의 ‘수입산’ 선택에, 미국 관세 부담도 커져 

 

기술·품질 괜찮은데 ‘브랜드 경쟁력’ 부족… 공격적 마케팅 필요한 때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8월 출시한 4세대 카니발에 콘티넨탈 타이어를 탑재하고 있다. / 사진:기아자동차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자동차의 글로벌 수요가 대폭 감소했지만 한국 시장만큼은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며 전년 대비 성장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등록된 승용 신차는 126만1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선전은 국내 완성차는 물론 부품업계에도 큰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타이어 업계’는 이런 낙수효과를 보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완성차 판매 둔화 속에서 한국 시장 수요 증가의 순영향도 받지 못하면서 오히려 주름이 깊어진 모양새다. 가장 큰 요인은 국내 자동차 브랜드로부터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 교체용 타이어 공급을 늘리며 하반기엔 매출을 다소 회복했으나 업계의 위기감은 커져만 간다.

코로나 시장 빗겨간 한국車 시장… 타이어는 못 피해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3사의 2020년 합산 매출 추정액은 10조3158억원으로 전년(11조2748억원) 대비 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 지난해 매출 추정액은 한국타이어 6조4524억원, 금호타이어는 2조1368억원, 넥센타이1조7267억원 등으로 전년 대비 각각 6.3%, 9.8%, 9.7% 감소했다.

이는 이들의 가장 큰 고객사인 현대·기아차와 다른 흐름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104조1049억원, 기아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59조3767억원으로 분석됐다.

타이어는 자동차의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다른 부품과 비교해 완성차 매출과 상관관계는 적은 편이다. 교체용 판매 비중이 높고, 교체용의 선택에 있어선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타이어 업체들의 공급이 수입차 업체들까지 다변화 돼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난해의 변화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는 게 자동차 타이어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더 커졌고, 주요 고객사인 현대·기아차가 전년과 비슷한 차를 판매했음에도 3사의 합산 매출이 약 1조원이나 줄어든 것은 현대·기아차의 ‘수입산 타이어’ 채택이 늘어난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타이어 3사가 회원으로 있는 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최근 산업부에 “국산 중대형 고급승용차 출고시 국산타이어 장착 기회를 제공해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도록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산 타이어가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신차용 판매(OE) 비중은 2017년 32.8%에서 지난해 1∼10월 기준 23.6%로 급격히 줄었다. 해외 완성차의 생산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최대 고객사인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든 게 치명적이었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신차에 국산 타이어를 적용했다. 수입타이어를 탑재하더라도 저가트림에는 국산타이어를 포함시켜 왔다. 국산 타이어의 가격이 수입 타이어보다 저렴해 원가를 낮추기에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큰 변화는 2015년 시작됐다.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범시킨 이후 이 브랜드 차량에 국산타이어 탑재가 배제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슷한 시기 이뤄진 제네시스(BH)의 리콜을 둘러싸고 현대차와 한국타이어간 발생한 마찰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최근 들어 이런 흐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벨로스터 N라인은 모든 트림에서 수입 타이어를 채택했고 기아차는 K9과 스팅어, 카니발, 니로(하이브리드)가 모두 수입 타이어를 채택하고 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지난해 신형 카니발에 국산 타이어를 배제하고 굿이어를 탑재한 게 긴장감을 더 높였다”며 “굿이어의 경우 다른 수입 타이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라 카니발을 시작으로 더 다양한 차종에 국산 타이어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의도적으로 국산 타이어 비중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호도와 타이어의 품질·가격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국산 타이어 배제가 ‘기술과 품질’보다는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른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 시장에서 국산 타이어를 배제했지만 수출 모델에는 탑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G90는 미국 시장 수출모델엔 한국타이어를 일부 탑재하고 있다. 미국에 수출되는 GV80에도 금호타이어의 19인치 타이어가 탑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기아차 K9(미국명 K900)도 한국시장엔 수입 타이어만 탑재하지만 미국에선 일부 한국타이어가 더해진다. 제네시스 차종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소싱 단계에서 국내 모델과 해외 모델의 가격차이는 없다. 결국 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브랜드 경쟁력’에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한국·금호타이어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품질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소비자들의 수입 선호현상이 강하다”며 “결국 타이어 업체 자체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포스트 코로나 ‘보복 소비’ 흐름 올라타야

브랜드 경쟁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 국내 타이어업계가 성장할 방법은 결국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다. 올해 포스트 코로나로 인한 보복 소비로 완성차 구매가 늘어나고 평균 주행거리가 늘어 전 세계적으로 신차·교체용 타이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점은 희망적이다.

그럼에도 국내 타이어업계는 웃지 못한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4개국에서 수입되는 타이어에 반덤핑관세·상계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판결을 내리면 국내 타이어업계는 14~38%의 추가 관세를 내야 한다. 미국 수출이 그만큼 어려워지는 셈이다.

다만 반덤핑 규제를 과도히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항소를 통해 관세율이 하락한 선례가 많고, 시간적·비용적 부담이 있겠지만 생산지 변경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69호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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